전자 담배 흡연과 심혈관 건강 - 정명호 광주보훈병원 순환기내과 부장
2025년 01월 09일(목) 00:00
새해마다 다짐하는 것들이 많은데 그중 빠지지 않는 것이 금연일 것이다. 새해를 맞아 많은 흡연자들이 금연을 다짐하지만, 이러한 다짐이 자칫하면 ‘작심삼일’이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이는 니코틴에 대한 의존성과 습관이 금연의 큰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흡연이 다양한 측면에서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근거들이 나오면서, 금연은 ‘100세 시대’에 건강하고 오래 살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스텐트 시술을 받은 환자들이 금연을 결심하게 만들 흥미로운 결과를 소개하고 있다.

전남대병원 순환기내과 연구팀은 돼지 실험 모델을 통해 니코틴이 심장 스텐트 삽입 후 염증을 유발하고 혈관 벽의 동맥경화증을 촉진하여 심혈관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내용을 ‘돼지 심장혈관에서 스텐트 시술 후 니코틴이 혈관내피세포재생, 염증, 신생동맥경화증에 대한 영향’이라는 제목으로 대한심장학회지 영문잡지 2025년 1월호에 게재했고, 이달의 우수 논문으로 선정됐다.

이번 연구는 대한심장학회의 영문 학회지인, ‘Korean Circulation Journal’의 2025년 1월호 (1저자 : 오석, 교신저자 : 김주한, 정명호)에 최종 게재됐으며, 금연이 심장 스텐트 시술 환자의 혈관을 지킬 수 있다는 중요한 보건학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 연구에서는 돼지에 심장혈관 스텐트 시술 후 2개월간 니코틴을 주입하여, 스텐트를 시술한 심장혈관에 대한 영향을 관찰했다. 그 결과 니코틴을 주입받은 돼지 심장혈관은 재협착이 발생하였고 스텐트 시술 부위에 염증, 혈전, 새로운 동맥경화증이 관찰되었다.

특히, 이번 실험에 주입한 니코틴 용량은 전자담배 용량과 비슷하거나 좀 더 낮은 혈중 농도 5 ng/mL 미만으로 유지하였기에, 전자담배 또한 해로울 수 있음을 입증하였다. 즉, 전자담배와 같은 낮은 농도의 니코틴 노출조차도 이와 같은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이번 결과는 심장혈관 스텐트 시술을 받은 모든 환자들은 전자담배를 포함한 어떠한 종류의 흡연이라도 심장혈관에 해롭다는 결과를 명확히 보여주었다. 이 논문은 일본 및 미국 심장학회에서도 발표돼 많은 전 세계 심장학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사실 금연은 쉽지 않은 일이다. 마약이나 도박에 버금갈 정도로 끊기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작심을 했다가도 포기하는 것이 일반적일 정도이다. 요즘엔 특히 혐연권 강화에 따라 흡연자들의 입지가 좁아지면서 금연을 위한 노력도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한번에 금연을 하지 못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주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전자담배를 피우는 경우가 있다. 전자담배는 일단 냄새가 일반 담배에 비해 극도로 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흡연자들이 간혹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냄새가 순하기 때문에 건강에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애 비해 어느 정도 덜 해로운지, 대동소이한지 등에 대한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결론적으로 전자담배도 건강에 해로운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100세 시대에 운동과 건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지대하지만 정작 흡연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관대한 것이 현실이다. 담배는 그 어떤 형태로든 심혈관계에는 해롭기 때문에 반드시 끊는 게 좋다.

이번 동물 실험 연구에서 나타난 것처럼 매우 낮은 수준의 니코틴에도 건강한 혈관이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더 오래 건강하게 혈관을 지키기 위해서 금연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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