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매력, 유럽의 소도시-독일 본(Bonn)] ‘진짜’를 만나는 즐거움 …‘베토벤’을 거닐다
2025년 01월 08일(수) 11:00
작곡가 베토벤·젤리 과자 ‘하리보’의 도시
베토벤 하우스·생가에 악보·흉상 등 전시
도심 곳곳 조형물·간판 보는 재미도 쏠쏠
5개 첨탑 뮌스터 성당, 오랜 역사 고스란히
세계적 인기 ‘하리보’ 매장 남녀노소 문전성시
옛 극장을 개조한 서점 ‘탈리아’ 이색 매력
예술박물관, 독일 회화 대표작 9000점 소장

오래된 극장을 개조한 ‘탈리아(Thalia)’ 서점은 독특한 공간 구성으로 눈길을 끈다. 스크린이 걸렸던 곳은 다양한 책이 놓인 서가로 변신했고, 영화 관람객들이 앉았던 맞은편 좌석은 옛 형태 그대로 남겨져 사람들이 책을 읽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소가 됐다.

말랑말랑 젤리 ‘하리보’를 먹으며 베토벤의 음악을 듣는 것. 여행의 여러 즐거움 중 하나가 ‘바로 그 장소’를 찾아 즐기는 것이라고 한다면, 독일의 작은 도시 본(Bonn)을 방문할 때 이 두가지는 완수해야할 ‘미션’쯤 되겠다.

작곡가 루트비히 판 베토벤과 세계인이 사랑하는 젤리 ‘하리보’가 탄생한 곳. 통일 전 서독의 수도였고, 통일 후 1997년까지 독일의 행정 소재지였던 본을 가장 쉽게 표현해 주는 말이다. 본은 연간 수백만명이 방문하는 쾰른 성당 등을 품고 있는 이웃 도시 쾰른처럼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곳은 아니다. 하지만 옛 흔적을 담고 있는 역사 지구 등을 천천히 걷다보면 숨겨진 보물이 모습을 드러내는 흥미로운 도시다.

클래식 음악을, 특히 베토벤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베토벤(1770~1827)의 자취를 좇는 것은 본을 찾는 가장 큰 즐거움이다. 시작은 베토벤 하우스(Beethoven-Haus)다. 낡은 나무계단을 올라 만나는 오래된 방에서 그가 연주했던 피아노를 볼 때 가슴은 뛰기 시작한다. 베토벤이 역설적이게도 삶의 의지가 담긴 유서를 썼던 오스트리아 빈 교외의 집 하일리겐슈타트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본은 베토벤의 탄생지다. 그의 생가는 박물관으로 꾸며져있고 도심 광장에는 베토벤 기념비가 서 있다.
낮은 천장 등 옛 집의 구조를 그대로 살려둔 생가는 모두 12개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150여점을 전시하고 있다.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베토벤의 강한 열정을 그대로 느껴지는 흉상. 이어 펼쳐지는 각각의 방에서는 베토벤이 마지막 연주했던 피아노, ‘월광’ ‘합창’ ‘전원’ 등 악보의 필사본, 데드마스크 등을 만날 수 있다. 특히 귀가 들리지 않았던 베토벤이 사용했던 기구 등을 보면 그의 불굴의 의지가 새삼 느껴진다.

‘피아노 사중주 작품번호 32’ 등 그가 본에 머물 당시 작곡했던 음악을 들으며 잠시 휴식을 취해도 좋다. 바깥 정원에서 바라보는 건물의 모습도 놓치지 말길. 정원에는 생애 시기별로 베토벤의 모습을 조각한 여러 흉상들도 만날 수 있다.

생가 관람을 마쳤다면 역사 지구 중심인 뮌스터 광장의 베토벤 기념비를 만나러 갈 차례다. 베토벤 탄생 75주년을 기념해 제1회 베토벤 축제가 열렸던 1845년 제작된 동상은 마치 베토벤이 작곡의 모티브를 떠올린 순간을 포착한듯하다. 그는 왼손에 오선지가 그려져 있을 것 같은 노트를, 오른손에는 펜을 들고 늠름하게 서 있다. 사시사철 아름다운 꽃으로 장식된 동상 주변은 핫스팟으로, 지금은 우체국으로 사용되는 노란색의 고풍스러운 건물 등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뮌스터 성당 앞 바닥에 설치된 두상 조각은 서기 235년 순교한 카시우스와 플로렌티우스를 기리는 작품이다.
도심 곳곳에는 ‘베토벤 스토리’라는 타이틀로 다양한 기념물들이 놓여 있다. 또 레스토랑, 카페, 신발가게 등 본의 상점들은 저마다 베토벤을 모티브로 한 유쾌한 조형물, 간판 등을 배치해 둬 이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베토벤의 음악을 연주하는 거리의 악사들 역시 놓칠 수 없다. 본에서는 매년 9월부터 10월 베토벤의 다양한 음악을 만날 수 있는 페스티벌이 열린다.

베토벤 기념비 인근의 뮌스터 성당도 눈길을 끈다.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 중 하나로 꼽히는 뮌스터 성당은 5개의 첨탑으로 이루어진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물이다.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된 성당 내부를 둘러보고 나오면 바닥에 놓여 있는 대형 두상 조각이 눈길을 끈다. 서기 235년 종교적 신념으로 순교한 카시우스와 플로렌티우스를 기리는 조각으로 지난 2002년 제작됐다.

본을 찾는 이들이 베토벤 생가와 함께 가장 많이 방문하는 곳 중의 하나는 하리보 매장이다. 1920년 한스 리겔 1세가 본에서 창업한 젤리 브랜드인 하리보는 창업자 ‘Hans Riegel’과 ‘Bonn’에서 각각 두 글자씩 따왔다. 본 외곽에 대형 팩토리 아울렛점이 있는데, 사람들은 대부분 역사 지구에 있는 대형 매장을 찾는다.

하리보를 상징하는 노란색 대형 곰인형이 반기는 매장으로 들어서면 다양한 상품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도 상품을 고르며 연신 즐거운 미소를 짓는다. 내가 방문한 날은 마침 연말 특별 상품으로 ‘해리포터 시리즈’를 출시해 사람들은 해리포터와 헤르미온느, 론 등 주인공의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려진 상품을 구매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물론 본에서만 살 수 있는 한정판이다.

본의 중심인 역사지구는 그리 넓지 않아 도보로 둘러볼 수 있다. 딱히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걷다보면 생각지 않은 장소를 발견하게 되는데, 유럽의 대형 서점 체인인 ‘탈리아(Thalia)’가 바로 그런 곳이었다. 특이한 외관으로 인기가 높은 옛 시청사 바로 앞에 자리한 서점에 들어섰을 때 고풍스러운 느낌과 함께 공간 구성이 독특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본은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하리보가 탄생한 곳이다. 역사 지구의 하리보 매장에서는 수많은 제품을 만날 수 있다.
‘탈리아(Thalia)’는 옛 극장을 개조한 서점이었다. 스크린이 걸렸던 공간은 다양한 책이 놓인 서가로 변신했고, 영화 관람객들이 앉았던 맞은편 좌석은 옛 형태 그대로 남겨져 사람들이 책을 읽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소가 됐다. 서점 곳곳에 영사기 등을 배치, 이 장소가 영화관이었음을 알려주는 흔적들을 남겨둔 것도 흥미로웠다.

여느 유럽 도시처럼 본 역시 박물관과 미술관 등이 밀집돼 있는 ‘뮤지엄마일’이 있다. 본의 뮤지엄 마일은 정부 청사, UN 등이 자리한 시내 남쪽에 자리잡고 있는데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역사 지구에서 전철로 15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악셀 슐테스가 설계한 본 예술박물관(Kunstmuseum)은 묵직한 외관이 눈길을 끄는 미술관이다. 독일을 대표하는 작가 아우구스트 마케, 에른스트 등 표현주의 작품과 1945년 이후의 독일 회화 9000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광장을 가로 지르면 만나는 독일 연방 공화국 예술 및 전시관(Bundeskunsthalle)은 예술, 문화, 과학이 공존하는 독특한 장소다. 현대 미술을 포함해 역사, 고고학, 과학 및 기타 지식 분야에 대한 전시회를 개최하고 연극, 무용, 음악 등 다양한 공연도 제작해 선보인다.

현대사 박물관(Haus der Geschichte)은 독일의 격동하는 현대 역사를 보여주는 공간으로 방문 당시 관람했던 ‘히틀러 이후:국가사회주의(나치즘)에 대한 독일의 논쟁’전은 인상적이었다. 그밖에 자연사 박물관(Museum Koenig), 독일 박물관(Deutsches Museum)도 인근에 자리잡고 있다.

/본=글·사진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