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겨울 나려면 - 조귀임 전 광주 백운초등학교 교사
2025년 01월 08일(수) 00:00
소담한 함박눈이 펑펑 쏟아진 날! 하얀 눈꽃길로 펼쳐진 천변로를 거닐며 겨울왕국의 주인공마냥 옛 추억을 소환해 본다. 순백의 꽃, 은빛설국이 정갈하고 순결하면서도 겨울다운 운치를 연출한다. 살을 에는 듯한 매서운 북풍한설에 온천지가 꽁꽁 얼어붙어 설국에 온 듯하다. 집을 나서기 전, 옷을 따뜻하게 입고 방한용품을 착용해 체온유지에 힘썼다. 눈이 소복소복 쌓이니 어린시절로 돌아가 마냥 좋아서 생글거리고 신나고 들뜬 기분이다.

초등학교 앞 공터에는 천방지축 아이들이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신바람이 나서 눈길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덤벙대며 겁 없이 설쳐댄다. 아이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소리소리 지르며, 두손으로 눈을 뭉쳐 눈덩이를 친구들에게 마구마구 던진다. 옷이랑 신발이랑 후줄근하게 젖어서 얼마나 척척하고 추울까? 집에 가서 엄마한테 혼나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무절제한 발놀림에 눈밭은 순식간에 뭉개지고 짓이겨서 순백의 미는 사라져 버렸다.

낭만과 즐거움이 있는 겨울이지만 자칫 추위에 건강이 상할 수도 있다. 눈이 많이 내리고 추운 날에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평소와 다른 요령들이 필요하다. 우선 외출을 삼가고 부득이한 경우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자. 체온 유지를 위해 번거롭더라도 내복이나 얇은 옷을 껴 입고 목도리, 외투, 보온장갑, 모자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내린 눈은 방치하지 말고 이웃과 함께 치워 낙상 사고를 예방한다. 외출 후에는 손발을 깨끗이 씻고 과도한 음주나 무리한 일은 줄이며 한파에 취약한 노인이나 어린이, 장애인 등에 대해서는 한층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올 겨울도 수시로 대설주의보가 발령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설주의보는 24시간 동안 새로 쌓인 눈이 5cm 이상 예상될 때, 대설경보는 24시간 동안 새로 쌓인 눈이 20cm이상(산지는 30cm이상) 예상될 때 발령된다.

대설에 눈이 많이 오면 다음해에 풍년이 들고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 민족에게는 눈과 관련한 다양한 속담도 있다. 먼저 ‘눈은 보리의 이불이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겨울에 많은 눈이 와서 보리를 푹 덮게 되면 보리가 얼지 않아서 풍작을 이룬다는 뜻이다. ‘겨울 보리밭은 밟을수록 좋다’는 말은 보리를 자주 밟아주면 수분증발이 억제되고, 뿌리를 깊이 내리게 해 잘 자랄 수 있다는 의미이다.

매서운 추위로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한파! 한겨울 눈이 펑펑 쏟아지면, 아름다운 설경이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급격하게 눈이 오는 대설에는 큰 피해가 불가피하게 발생한다. 고령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눈이 쌓이는 날씨는 모두가 경계하고 조심해야 하는 날이다. 되도록 외출은 낮에 하고 보행시에는 보폭을 줄여 미끄럼을 방지해야 한다. 나이 상관 없이 걷는 중에는 휴대전화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마땅하다. 미끄럽지 않고 굽이 낮으며 바닥이 넓은 운동화나 등산화를 신는 게 좋고, 다소 춥더라도 주머니에 손을 넣지 않고 걷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부모님과 따로 살거나 부모 혼자 사는 가정이 있는 자녀들은 특히 겨울 내내 신경을 써야 한다. 부모님께 수시로 전화해 바깥 출입을 자제시키고 혹시나 낙상사고 있었는지, 넘어졌음에도 자식 걱정에 숨기는 것은 아닌지 파악해야 한다. “추운 겨울은 반드시 봄을 데리고 온다. 분명, 인생도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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