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정신이 나라를 살렸다 -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우석대 석좌교수
2025년 01월 06일(월) 00:00
악몽의 갑진년이 가고 을사년 새해를 맞았다. 지난 12월 3일 야밤, 뜬금없는 비상 계엄령이 선포되던 그 순간, 나는 1980년 광주의 5월 17일 저녁을 기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의롭고 용감한 광주 시민들이 또 피를 흘려야 하는가라는 비통한 마음에 TV 앞에 앉아 안절부절못하면서 들던 생각이 지금도 가슴을 떨리게 한다. 아니 이렇게 역사는 반복되어야 하고 무고한 백성들은 독재자의 총칼에 죽음으로 내몰려야 하느냐라는 억울함 때문에 터질 것 같던 가슴이 지금도 아려온다.

역사는 진보하면서 더 나아지면서 반복되지, 그냥은 반복되지 않았다. 5·18 정신은 어느 순간에 살아나 목숨을 바쳐서라도 불의한 폭력인 계엄은 막아야 한다는 의분심에 남녀노소가 국회로 모여들어 탱크를 가로막으며 계엄을 저지하는 위업을 달성하고 말았다. 불의에는 절대로 무릎을 꿇지 않겠노라는 죽음을 무릅쓴 광주항쟁, 이 역사적 교훈은 국가와 민족을 살려내는 위대한 애국심으로 승화할 수 있었다. 어떻게 보아도 계엄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 망상만으로 국회를 봉쇄하고 선거관리위원회를 장악하여 국가의 요인들을 체포하여 사살하려던 폭력의 내란, 아니 이런 폭거가 어떻게 성공할 수 있다고 믿어 미숙아들도 하지 않을 내란을 일으켰다는 것인가. 참으로 미치광이가 아니고는 상상할 수도 없는 짓을 하고 말았다.

나는 이런 정권이 오래갈 수 없음을 여러 차례 경고했다. 민심을 배반한 정권, 법을 멋대로 적용하는 정권, 공정과 상식에서 벗어난 정권,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말’로 유지하던 정권, 타협과 협치를 거부한 정권은 반드시 망하고 만다고 거듭거듭 주장했었다. 그런 모든 잘못보다도 북한을 건드려 전쟁을 도발하려던 술책과 대일 굴욕외교를 끊임없이 자행했던 일은 다른 어떤 죄악보다도 가장 큰 악행이었다. 이렇게 하고도 국민이 따라주고 온전한 통치가 이루어지리라고 믿었다면, 참으로 미치광이었음이 분명하다. 우리 국민이 어떤 국민이고, 우리 민족이 어떤 민족인가. 이승만 독재, 박정희의 유신독재, 전두환의 군부독재에도, 우리는 죽음을 불사하고 싸우고 싸워서 그들 모두를 몰락하게 하고야 말았다. 이런 위대한 국민을 거짓과 위계로 속여서 집권 연장을 획책한 그들의 어리석음을 어떻게 비판해야 할 것인가.

윤석열의 거짓말은 정말로 위대하고(?) 거창했다. 만인이 다 알고 있는 뻔한 사실을 아니라고 우겨대던 그 뻔뻔함과 그 후안무치한 모습은 참으로 가관이 아닐 수 없었다. ‘바이든’을 ‘날리면’이라고 우겨대면서 거짓말 시리즈는 진행되었다. 자신의 장모는 ‘십원 짜리 하나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다’ 김건희는 ‘주식은 손해만 보고 관여하지 않았다’ 채상병 사건에서 ‘격노’해서 수사를 방해했던 사실이 드러났지만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잡아떼며 거짓으로 일관했다. 계엄령 이후에도 법적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성명서까지 발표해놓고, 사직 당국의 소환에 불응하고 발부된 체포 영장에도 응하지 않으면서 싸우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으니 세상에 이런 거짓말쟁이가 어디에 또 있단 말인가.

내란 수괴 윤석열은 그렇다고 하자. 문제는 태극기 부대이며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다. 내란 행위를 모든 국민들이 생중계를 통해서 정확히 시청했는데 그런 행위가 내란이 아니라니 어쩌자는 것인가. 계엄군이 국회 유리창을 부수고 난입하였고 총칼로 국회의원들의 출입을 막았는데 그런 것이 폭력의 내란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국민의 기본권을 모두 박탈하겠다던 포고령 내용만 보아도 내란이 아니라고 누가 말하겠는가.

우리는 광주항쟁으로 내란죄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내란 수괴는 무조건 사형 아니면 무기징역이다. 내란 주요임무종사자가 그 다음이다. 그들도 사형 아니면 무기징역이다. 내란방조죄가 있고 부화수행죄가 또 있다. 내란이 아니라고 대통령을 보호하는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모두 내란선동, 내란방조, 부화수행 등 범죄자에 해당한다. 대통령의 부하들이 모두 주요임무종사자로 구속기소되었는데 수괴는 죄가 없다니 말이 되는가. 사직 당국은 반드시 그들 모두를 내란죄로 엄벌해야 한다. 이는 바로 국민의 명령이다. 잔꾀를 부리지 말고 수괴도 엄벌해야하지만 엄호하고 방조하는 모든 무리들도 엄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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