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미술상은 청년 작가의 꿈이자 긍지 - 이태호 광주미술상 운영위원, 명지대 석좌교수
2024년 12월 09일(월) 22:30
광주미술상은 광주 미술계의 자랑이다. 광주여서 가능한 일로 광주의 자랑이기도 하다. 지역 중진 미술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후배들 창작 지원을 위해 광주미술상 기금을 조성한 지 벌써 30년이 지났다. 나도 시작부터 운영위원으로 참여했고 기금 마련 전시에도 출품해 쬐끔 보탰다.

광주미술상 설립은 1992년 강연균 화백이 금호미술상으로 받은 500만 원을 내놓으며, 이를 종자 돈으로 삼아 논의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3년 뒤 1995년 광주미술상 운영위원회가 창립되었다. 박상섭, 오승윤, 황영성, 우제길, 김형대 화백 등 당시 중진 원로 작가들이 적극 중지를 모으고,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40여 명 내외의 작가들이 기금마련전을 조직해 반영구적으로 유지할 상금과 운영비를 채워 발족했다. 여기에 당시 이정일 전남일보 사장, 이상섭 동강학원 이사장, 김재균 북구청장 등 후원인이 참여해 더욱 탄탄해졌다. 또 광주시나 광주비엔날레 재단, 금호문화 재단, 동강학원 등 단체의 후원과 기탁금도 함께 곁들였다.

이같이 기틀이 잡히면서 2012년에는 우여곡절 끝에 ‘광주미술상 운영위원회’가 사단법인으로 승인을 냈다. 격식도 갖추게 되었다. 원로 중진 작가들의 중지를 모아 후배 작가를 격려하고, 선후배가 교류 소통하는 모임에 애호가나 민관이 협력해 위원회가 꾸려진 셈이다. 광주미술상은 1938년 의재 허백련 선생님께서 무등산 아래 호남 서화계의 후진을 위해 발족했던 ‘연진회(鍊眞會)’ 이후 광주 미술의 중심으로 섰다.

1995년 초대 운영위원장은 박상섭 화백이 맡았다. 이어 강연균, 정승주, 황영성, 송용 화백으로 이어졌고, 2012년부터 사단법인으로 바뀌며 이사장으로 우제길, 배동환, 조규일 화백이 맡아 왔다. 지금 이사장은 오건탁 화백이다. 2015년 창립 20주년에는 기금 마련 전시에 80여 명으로 불어나 사단법인 기반을 단단히 다졌다. 시대가 내려오며 자연스레 발기인이던 중진 작가가 원로가 되었고, 고인이 된 분도 여럿이다. 미술상 수상 작가도 마찬가지이다.

1995년 광주미술상 후보를 추천받아 첫 수상자를 냈다. 광주·전남미술인공동체에게 주어졌다. 지역 민주화 운동에 기여한 민중미술 단체가 받은 것이다. 2회 수상자부터 올해까지 25세~45세 사이의 개인에게 돌아갔다. 송필용(2회), 김동하와 주홍(3회 공동 수상), 문인상과 박동신(4회 공동 수상), 이준석, 박종석, 주재현, 이이남, 조성호, 나명규, 김숙빈, 김도기, 신창운, 임병중, 박현수, 김진화, 진시영, 박선주, 임남진, 박소빈, 이정기, 박인선과 윤세영(22회, 공동 수상), 신호윤, 권승찬, 이인성, 양나희, 윤종호, 유지원, 정정하, 조유나(30회) 등 개성이 뚜렷한 32명에게 광주미술상의 영광이 돌아갔다.

유화, 수묵화, 조각, 판화, 설치, 영상, 뉴미디어, 정원예술 등 다양한 매체와 장르를 넘나들었다. 또 구상과 추상, 지역 전통의 계승, 민중미술 등 이념의 차이도 끌어안으며, 어려운 여건을 헤치고 서른 나이로 성숙한 것 같다. 동시에 수상 작가들도 활발한 작품활동과 예술적 진전을 이루어냈다. 큰 발돋움을 기대하게 한다.

이젠 수상 작가들이 운영진으로 참여하면서 자연스레 세대교체도 이루어졌다. 잘 알다시피 유화에서 인상주의 화파를 구축한 오지호의 후예, 남종화 전통을 승계한 의재 허백련과 남농 허건의 후예들이 전남과 광주 지역 미술의 중심이었다. 1960~70년대 모더니즘 유입, 1980년대 민중미술 운동의 성장으로 새 환경이 정착했다. 금세기 들어 다양한 발언과 개성을 쏟아내는 새로운 미디어 작업의 수용도 열렬하다. 디지털이나 AI가 등장하고, 전혀 생각하지 못한 신사조의 부상이나 신문명의 확산을 앞둔 시대에도 광주미술상이 다음 50주년 100주년을 끌어갈 기반인 셈이다.

광주미술상은 미래 세대 광주 청년 작가의 꿈이자 긍지라 이를 만하다. 운영위원회 조직부터 여러 어려움을 딛고 30년을 유지해 온 재단 구성, 그리고 한 번도 거르지 않은 수상자 결정까지, 다른 지역에서 찾아볼 수 없는 뽐냄이다. 이는 예술가로 살기 녹록하지 않을 불안한 시대 여건에서, 광주가 세계로 뻗어나갈 예술 자산이자 커다란 힘이라 할 만하다. 앞으로도 광주미술상이 지속되며 거듭나리라 확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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