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 - 오광록 서울취재본부 부장
2024년 11월 29일(금) 00:00 가가
초식공룡 스테고사우루스와 캄프토사우루스 화석이 동일 장소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철갑공룡’ 스테고사우루스는 등에 많은 뿔이 달렸고, 꼬리 끝에 ‘골침’이라는 치명적인 무기가 있어 육식공룡도 함부로 덤비지 못했다.캄프토사우루수는 철갑 대신,눈과 뇌가 아주 컸다. 잘 발달한 눈으로 육식공룡이 접근하는 것을 미리 보고, 머리도 아주 좋아 위기를 감지하는 능력도 탁월했다.
캄프토사우루수는 초식공룡 사이에서 일종의 보초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어캣처럼 주변을 살핀 뒤 위험한 상황을 스테고사우루스에게 알려주고, 도망을 쳤을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다소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스테고사우루스는 ‘작은 도움꾼’ 캄프토사우루스의 외침과 행동에 따라 육식공룡의 공격을 미리 예측하고 ‘골침’을 휘두를 준비를 했다. 실제, 스테고사우루스의 골침 공격에 의한 상처가 남아 있는 포식자알로사우루스의 화석도 인근에서 함께 발견되고 있다. 일종의 스테고사우루스와 캄프토사우루스의 ‘공생’이 ‘승리의 역사’로 기록된 셈이다.이처럼 공생은 ‘진화’를 만들었다. 초식공룡의 협업은 생존뿐만 아니라 거친 야생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만들어 냈고, 훗날 육식공룡도 초식공룡의 공생에 맞서 집단사냥에 나서는 방식으로 진화를 거듭했다.
반면, 최근 여의도 정가에서는 피아 구분이 쉽지 않은 상황이 자주 연출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하면서 당내 분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도 연일 당원게시판 문제로 한동훈 대표와 친윤석열 대통령 진영의 설전이 거세다. 민주당이 떠안은 사법리스크의 상당수는 당내 경선에서 불거진 사안이며, 국민의힘도 내부를 향한 칼끝이 더욱 날카로워지는 형국이다.
‘정치’라는 단어는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한다”고 설명된다. 인류가 수 세기를 거쳐 규정한 정치라는 개념에는 ‘공생’의 의미가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정치가 공생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남은 길은 하나 뿐이다. ‘공멸’할 수 밖에는 없다.
/kro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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