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비가 올까? 강수가 ‘확률’로 예보되는 이유- 장동언 기상청장
2024년 11월 24일(일) 22:00
일기예보를 보다 보면 ‘강수확률’이라는 용어를 자주 접하게 된다. 강수확률은 70%, 90% 같은 퍼센티지로 표시되는데, 강수확률이 60%라 하면 비가 온다는 것인지 안 온다는 것인지 판단하기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기온이나 습도 같은 요소들은 값을 콕 집어서 예보하는데, 왜 유독 강수만 확률로 표현하는 걸까? 이는 다른 요소들에 비해 강수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가 온다’, ‘안 온다’와 같이 단정적으로 얘기하기보다는, 비가 올 확률이 몇 % 인지를 확률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강수확률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예보관들이 경험을 바탕으로 주관적으로 값을 결정하는 걸까? 아니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강수확률값이 결정되는 것일까? 강수확률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알기 위해서는 수치예보모델, 그리고 그중 확률예보를 생산하는 대표적인 모델 중 하나인 앙상블모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먼저, 수치예보모델이란 미래의 날씨 예보를 위해 사용되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대기의 운동을 설명하는 복잡한 물리방정식을 슈퍼컴퓨터로 풀어서 미래의 날씨 상태를 예보하는 프로그램이다. 수치예보모델은 현대 일기예보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도구이며, 실제 기상청에서 매일 생산해내는 일기예보는 수치예보모델에서 산출된 결과들을 예보관들이 분석·수정함으로써 만들어진다.

하나의 수치예보모델을 수행하면 하나의 예측시나리오가 나오는데, 모델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한 모델에서 생산되는 하나의 시나리오 또한 완벽하지 않다. 그래서 ‘여러 개의 다양한 예측시나리오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예보관들이 다양한 가능성에 대비하면서 최적의 예측결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아이디어에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앙상블모델이다.

여러 개의 모델을 개발하여 앙상블모델을 구성할 수도 있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에 하나의 모델에 다양한 초기입력값을 주어 여러 예측시나리오를 만드는 방식으로 앙상블모델을 구성할 수 있다. 10개의 초기입력값을 주어 모델을 10번 수행하면 10개의 예측시나리오를 얻을 수 있고, 이렇게 구성된 앙상블모델을 멤버가 10개인 앙상블모델이라고 부른다.

앙상블모델을 구성하는 멤버들을 분석하면 강수확률 정보를 산출할 수 있다. 전체 앙상블 멤버 대비 실제 강수를 예측한 멤버의 비율이 강수확률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앙상블 멤버가 10개라고 할 때 10개의 멤버 중 8개가 강수를 예측했다면 강수확률은 80%가 된다. 이렇게 앙상블모델로부터 직접 계산된 강수확률을 예보관들이 보정하여 최종 강수확률이 결정된다.

기상청에서는 현재 자체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모델을 기반으로, 전구앙상블모델과 국지앙상블모델을 개발·운영하고 있다. 전구앙상블모델은 지구 전체를 모델영역으로 하고, 국지앙상블은 한반도 주변 지역을 모델영역으로 한다. 32km 해상도를 가진 전구앙상블모델은 26개의 멤버로부터 26개의 예측시나리오를 생산하고, 올 5월부터 현업 운영을 시작한 국지앙상블은 3km 격자 간격을 가진 고해상도 모델로서 총 13개 멤버로 구성되어 13개의 예측시나리오를 산출한다. 국지앙상블의 예측특성을 평가한 결과 집중호우 발생 시 강수예측정확도가 향상되는 효과를 보여, 앞으로 집중호우 예측의 신뢰도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기예보의 정확도는 꾸준히 향상되고 있지만, 강수 등 일부 예측이 어려운 요소에 대한 예측 수준은 아직 국민의 기대에는 못 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 여러 개의 예측시나리오를 생산하는 앙상블모델이 단일 수치예보모델의 한계를 극복하고 국민의 기대를 충족하는 정확도 높은 예보 생산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상청은 기후변화로 인해 증대하고 있는 위험 기상현상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통해, 예측정보를 생산할 수 있는 앙상블모델의 해상도를 개선하고 멤버 수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예측정확도를 지속적으로 높이고, 일기예보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를 높이고자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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