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일보 12기 리더스아카데미-유성환 서울대 교수 ‘이집트 문명의 영광과 몰락’ 강연
2024년 11월 21일(목) 00:00
“이집트 문명 속 평화조약, 현대 사회에도 유효”
기원 전 3천년 통일된 첫 국가
상호 불가침·방위 동맹 조약…
외교 중요성·상호 협력 등 강조
문명 지속 위해 깊은 성찰해야

유성환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교수가 지난 19일 광주시 서구 치평동 라마다플라자 광주호텔에서 열린 ‘광주일보 12기 리더스 아카데미’에서 ‘이집트 문명의 영광과 몰락’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이집트 문명을 ‘나일강의 선물’이라 칭하기도 했습니다. 나일강은 사막지역인 이집트에 농업 뿐 아니라 일상에 필요한 물을 공급했고, 강을 따라 흐르는 물줄기들은 흙을 옮겨 새로운 땅을 만들었습니다. 나일강은 이집트인들에게 단순한 자연 자원을 넘어 생명의 원천이었어요.”

지난 19일 열린 제12기 광주일보 리더스아카데미에서는 ‘이집트 문명의 영광과 몰락’을 주제로 한 유성환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교수의 강연이 진행됐다.

유성환 교수는 전문 통번역사로 활동하다 우연히 성각문자의 매력에 빠져 독학을 시작해 미국 브라운대 이집트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3년부터 강단에 서고 있는 그는 고대 이집트의 주요 원전을 한국어로 번역하고 문헌학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KBS ‘역사저널 그날’, tvN 인문학 강좌 프로그램 ‘벌거벗은 세계사’ 등에 출연하기도 했다.

메소포타미아와 함께 수렵·채집만 하던 인간이 약 1만여년 만에 현 수준의 문명을 누릴 수 있도록 만든 선두주자였던 이집트의 문명은 크게 고왕국 시대·중왕국 시대·신왕국 시대로 나뉘어 발단, 부흥, 쇠락의 과정을 거쳐 발전해왔다.

“대개 우리는 ‘국가’를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국가가 있는 상태에서 태어나 자랐고 또 생을 마감할 것이기 때문에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국가 자체가 없던 시절 국가란 어떤 것인지 맨 처음 고민했던 사람들이 이집트 사람들이에요. 기원전 3000년경 통일된 최초의 국가가 성립됐고, 중앙집권적 정치 체제가 확립했죠. 나일강의 범람으로 농업이 번창하고 무역이 활발해지면서 자연스레 예술과 건축, 정치·경제·문화 모든 면에서 크게 발전했습니다.”

그는 이집트의 발전과 생존에 결정적 역할을 한 ‘나일강’에 대해 강조했다.

특히 “나일강의 ‘범람 주기’는 이집트인들에게 예측 가능한 패턴을 제공해 농업 중심의 사회 구조가 형성되고 중앙집권적 정치 체제가 확립되는 데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유 교수는 이집트와 히타이트 사이에 체결된 ‘세계 최초의 평화 조약’에 대해서도 조명했다. 세계 평화를 추구하는 유엔의 뉴욕 본부 외벽에 이집트의 람세스 2세와 히타이트의 하투실리 3세가 맺은 이 조약의 점토판 사본이 장식돼 있을 정도로 고대 문명의 외교적 성과가 현재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기원전 13세기 초 이집트와 히타이트는 당시 세계 무역의 중심지인 카데시(오늘날 시리아)의 지배권을 두고 전투를 펼쳤지만, 16년 간 지속된 전투로 막대한 인명 피해와 자원 소모를 겪은 양측은 서로의 세력을 인정하고 안정적 외교 관계 유지를 위해 평화 조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조약에 담긴 상호 불가침·국경선 인정·제3국 침략에 대한 방위 동맹 등의 내용은 오늘날까지도 외교의 중요성, 상호 존중과 협력, 지속 가능한 평화의 필요성으로 강조된다.

기원전 332년 이집트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에 의해 정복되면서 고대 문명으로서의 존재를 잃게 됐다. 정치적 불안정, 외부 침략, 경제적 쇠퇴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던 이집트 문명의 몰락은 문명의 지속 가능성과 변화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함을 일깨워준다.

이집트 문명은 역사적 사건을 통해 반복되는 패턴을 보여준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과거의 실수와 성공 사례를 학습하고 반영하는 것이 정책 결정과 사회적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교훈을 남긴다.

한편 광주일보 리더스아카데미 다음 강좌는 오는 26일 오후 7시 라마다플라자 광주호텔에서 김봉중 전남대 사학과 교수의 강의로 이어진다.

/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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