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이전·약대 유치 등 소모적 경쟁…지역발전 걸림돌로
2024년 11월 12일(화) 20:30
전남 동·서부권 현안마다 갈등…정치권도 소지역주의 편승 부추겨
전국 최고 의료 취약지 전남, 통합 의대안 마련 30년 숙원 풀어야
전남 동·서 갈등은 ‘동부권 편애’, ‘서부권 홀대론’ 등으로 나뉘어 주요 정책이 추진될 때마다 끊이질 않았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동·서부권으로 갈린 다양한 의견을 수렴, 단일화된 힘을 실어주기는커녕, 소지역주의에 편승해 지역 간 경쟁·갈등 구도를 오히려 강화시켰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전남 국립 의대 입지를 놓고 빚어진 갈등도 이 같은 인식과 무관하지 않은 만큼 목포·순천대 간 통 큰 합의로 지역 갈등을 끊어내야 한다는 지역민들의 목소리가 높다.

◇도청 이전부터 약대 유치, SOC 확보전, 국립 의대까지=동·서부권으로 나뉘어 끊이질 않았던 지역 간 갈등은 도청 이전도 빼놓을 수 없다. 전남도가 도청 무안 이전에 따라 빚어질 수 있는 동부권 행정 편의를 위해 순천에 동부지역본부를 마련했지만, 동부권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동부지역본부의 기능과 인력 확대를 끊임없이 요구하며 도청 이전에 따른 걸맞은 행정기관 설립을 요구했다.

서부권도 이에 반발, 전남도의 동부지역본부 조직 개편안을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최근 동·서부권 간 갈등 구조를 드러낸 대표적인 사례다. 목포·순천대가 지난 2010년 정원 25명씩 약대 인가를 받고 이듬해 5명의 인원을 추가로 배정받는 과정에서 빚어진 유치전도 치열했다.

사회간접자본시설(SOC) 확충도 빼놓을 수 없다. SOC 사업은 경제적 파급효과가 커 고용 창출, 소득 증대, 지역균형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다. 여수세계박람회(2012년)·순천만정원박람회(2013)·여수세계한상대회(2019년)·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2023년) 등 대규모 국제행사로 굵직굵직한 사회간접자본시설(SOC)과 관광시설 등을 확충하면서 동부권은 ‘폭풍’ 성장을 했다.

여수박람회장 건립에만 2조1000억원이 들어갔고 인근 도로와 철도 등 SOC 확충에 18조원이 투입됐다. 몇 년, 몇 십 년 간 찔끔 지원을 받으며 SOC를 확충해온 서남권과는 대비될 수밖에 없다. 국내 최대의 여수석유화학 산단을 중심으로 밀집한 대기업 사업장들, 포스코 광양제철소 등을 중심으로 철강 산업을 바탕으로 한 산업 발전도 서부권에서는 제대로 투자를 받지 못했다는 상대적 박탈감으로 이어지면서 서부권 홀대론을 부추겼다.

전남도가 무안국제공항 활성화 방안, 광주~영암·목포’ 아우토반, ‘목포 구도심~하당~무안 남악~오룡’(총연장 15.7㎞) 구간을 잇는 전남형 트램, ‘솔라시도 기업도시’ 개발, 목포신항 해상풍력단지 조성 등을 제시한 것도 서남권 지역민들의 서운한 민심을 반영했다는 분석이 나올만하다.

국립 의대 유치전도 이같은 지역 경쟁 구도 속에 갈등이 끊이질 않는 현안으로 떠올랐다. 지역 정치인들부터 동·서부권으로 갈린 유치 목소리를 단일화하는 데 앞장서기는 커녕, 순천과 목포에서 유치 토론회를 열며 지역 간 경쟁·갈등 구도를 강화시켰고 목포·순천대도 저마다의 입장만 내세우며 소모성 논쟁을 이끌었다.

◇지역 발전을 위한 통 큰 결정에 힘 실어야=지역민들 사이에서는 국립 의대 유치가 동·서부권의 공동 발전을 통해 대한민국 균형발전을 이끌어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남의 열악한 의료 실태는 통계로도 확인된 상태다. 전남은 노인 인구비율 전국 1위(10월 말 기준·27.0%)로, 도내 276개 유인도 중 의사가 없는 섬이 164개에 이른다. 게다가 전남 22개 시·군 가운데 17개 군이 의료 취약지인데도 전국에서 유일하게 의대가 없다.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중증응급환자 전원율도 전남은 9.7%로, 전국 평균(4.7%)을 훌쩍 넘는다.

국립 의대는 전남이 지난 1990년 목포대가 의대 신설 건의문을 정부에 보낸 이후 줄기차게 요구해온 숙원 사업. 전국 최고 수준의 의료 수요에도, 상급 병원이 없어 ‘응급실 뺑뺑이’, ‘원정 수술길’에 올라야 하는 현실을 들어 국립 의대 유치의 필요성을 30년 넘게 호소해왔다.

특히 정부가 의대 증원을 공식화한데다, 답보 상태에 있는 여·야·의·정 협의회가 첫 회의를 통해 의료 현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만큼 열악한 지역 의료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는 인식을 갖고 30년 숙원인 국립 의대 설립을 위해 대학 통합을 통한 단일 의대 안을 마련, 유치를 위해 하나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목포·순천대 총장께서는 대학 통합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수행하면서 대승적 차원에서 양보하고 협력하면서 협의를 잘 이끌어왔다”면서 “도민만을 바라보며 마지막 통 큰 결단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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