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들과 창업 성공 경험 나누며 돕겠다”
2024년 11월 12일(화) 00:00
여수 모시송편 생산 ‘해오름푸드’ 대표 탈북민 박은숙씨
올 8월 공장 준공한 뒤 경기도 등 전국에 9개 가맹점으로 확장
“목표 정한 뒤 자신감 갖고 추진을”…통일부 차관 격려차 방문

여수에서 모시떡집을 창업한 탈북민 ㈜해오름푸드 박은숙(왼쪽) 대표와 김수경 통일부 차관. <통일부 제공>

“다른 탈북민들에게 창업 성공 경험을 나누며 적극 도와주고 싶습니다.”

한국에 정착한 지 15년차인 탈북민 박은숙(45)씨는 여수에서 모시송편 생산업체 (주)해오름푸드를 운영하고 있다. 여수에서 시작한 매장은 송편 맛집이라고 소문나기 시작해 광주·전남에 이어 경기도 동탄시까지 9개의 가맹점이 자리잡았다. 지난 8월, 여수에 제조시설을 위한 공장을 준공하고 8명의 직원과 관리중이다. 유통에도 과감히 뛰어든 박 대표는 지난 1년 동안 동탄을 오가며 단기 판매 행사를 마련해 관심을 끌었고, 지난주 동탄 농협에 입점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 6일 김수경 통일부 차관이 창업과 영농을 통해 성공적으로 정착한 여성 탈북민의 일터를 방문했다. 김 차관은 박 대표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송편을 만들었다.

박 대표가 만드는 모시송편은 HACCP 인증을 받아 깨끗한 환경에서 최고 품질과 맛으로 지역에서 사랑받고 있다. 15년 전 남편을 만나 농사를 시작하며 여수에 자리잡은 박 대표는 1차 농산물은 한계가 있어 가공을 고민하던 중 우연히 모시송편을 접했다.

“고향에서 먹던 떡과 차원이 달랐어요. ‘풀떡’이라고 하는데, 독이 아닌 산나물에 쌀가루를 조금 섞어서 배를 채우려고 만들어 먹었거든요. 맛은 없었죠. 모시 송편을 맛 보고 모시를 재배해서 떡을 만들어보자 생각했습니다.”

5년 전 모시송편을 만들기 시작한 그는 1년 후 제대로 된 맛을 낼 수 있었다. 손님들에게 ‘식감이 좋고 달지 않은 깊은 맛’으로 인기를 끌며 코로나 시기도 거뜬히 이겨냈다.

“처음 만들었을 때는 상품화할 정도로 맛있지 않았어요. 비 오는 날에는 모시를 채취하지 않거나, 수많은 양을 버리고 실험하며 방법을 바꿔봤어요. 저는 속쓰림이 있어서 떡을 못 먹는데, 제가 만든 모시떡은 속이 편안했어요.”

탈북민으로 창업에 성공하기까지 문화 차이와 선입견 등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정부 지원과 교육 등을 받으며 창업할 의향만 있다면 적극 도와주고 싶어요.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건 제 책임이자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원금을 보고 사업하는 건 오산이에요. 무엇보다 어떤 목표로 사업을 할 지 정해야 하고, 1년 동안 발품을 팔고 자문도 구하며 자신이 먼저 마음을 열어야 도와줄 사람도 생깁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시작하는데 얼마나 끈기있게 고비를 이겨내느냐에 따라 희망이 보이기 때문에 자신감을 갖기를 바랍니다.”

그는 고향에 남은 가족들을 생각하며 ‘혼자 행복한 건 사치’라는 생각으로 새벽부터 밤까지 일에 더 매진했다. 그는 “누구나 다 힘든 순간은 있다. 그 고비마다 기대고 싶은 부모 형제도 없고 공감할 수 있는 주변 사람도 없었기에 힘들었다”고 말했다.

사업이 안정기에 접어들며 그는 주변 노인주간보호센터와 지역아동센터에서 송편 만들기 체험활동도 열었다. 어르신들과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에 뿌듯함을 느낀 그는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체험활동을 열 계획이다.

“여수에서 정착한 건 저에게 좋은 기회였죠. 사업하며 한국 국민들과 똑같이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감사해요. 지역민들에게 더 베풀고 나누며 일하고 싶습니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