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이 함께 있다면 세상은 달라지지 않을까
2024년 11월 08일(금) 00:00 가가
마왕은 살아있다 지승호 지음
‘마왕’ 신해철을 상징하는 키워드는 여러가지다. 우선 음악. 평론가 강헌이 “단 한곡, 이 노래만을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그의 이름은 명예의전당에 헌액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말했던 ‘일상으로의 초대’를 비롯해 ‘민물장어의 꿈’, ‘재즈 카페’, ‘라젠카 세이브 어스’ 등 그가 록그룹 ‘넥스트’를 이끌고, 또 솔로가수 시절 불렀던 노래들은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누군가는 자신의 청춘을 함께했던 ‘고스트 스테이션’과 ‘FM 음악도시’의 DJ로 그를 기억하고, ‘100분 토론’에 출연해 자신의 의견을 서슴없이 말하던 신해철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건 어쩌면 한 가지일지 모른다. 지금 우리 곁에 신해철이 함께 있다면 세상은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신해철 10주기를 맞아 앤솔로지 인터뷰북 ‘마왕은 살아있다-마지막 르네상스맨 신해철’이 나왔다. 저자는 신해철의 생생한 육성이 담긴 대담집 ‘신해철의 쾌변독설’(2008)과 5주기였던 지난 2019년 ‘아!신해철’을 펴낸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다.
1부 ‘신해철과의 10주기 가상 인터뷰’로 시작한 책은 2부 ‘마왕의 최강 친구들’이라는 타이틀 아래 그와 교류했던, 또 그의 영향을 받았던 다섯명과의 인터뷰를 실었다.
첫번째 주자는 가족과 멤버들 빼고 인간 신해철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 평전 ‘신해철’(돌베개)의 저자 강헌이다. 그는 신해철에 대해 “한 시절을 대표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한 시대를 대변했고, 그 시대의 많은 어떤 표정들을 자신의 삶과 음악에 투영시켰고, 새롭게 창조해냈고, 한국 대중음악사에 있어 여전히 최전선에 서 있는 대체 불가한 아티스트”였다고 말한다.
두 사람은 콜라 패트병 두 병을 앞에 두고 숱한 이야기를 나눴다. 몽상과 망상도 있었지만, 그의 노래가 “철학적이고, 사회적 시선도 있고, 무엇보다도 자아와 주체, 그런 개념에 대한 일종의 성장 드라마 같은 요소들이 많았기에” 아바의 곡으로 만든 ‘맘마미아’ 같은 쥬크박스 뮤지컬을 꿈꾸기도 했다.
자신의 책 ‘청춘을 달리다’에서 신해철을 ‘세상과 불화한 인텔리겐차 양아치’라 칭했던 MBC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음악평론가 배순탁은 신해철에 대해 “우리 편은 무조건 옳다, 식의 사고방식을 갖지 않았던 휴머니스트이자, 인본주의자였다. 이념적인 필터를 거치지 않고, 그 사람의 마음에서 바로 나왔던 말들이기 때문에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 목소리가 공허한 구호나 수사처럼 들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밴드 후배들을 아끼고 사랑했던 이야기는 벌써 데뷔 30년을 앞두고 있는 ‘크라잉 넛’의 베이시스트 한경록과의 인터뷰에서 만날 수 있다. “부싯돌처럼 세상과 부딪혀 보고, 스파크를 팍팍 내는 사람, 레오나르도 다빈치 같은 사람”으로 마왕을 기억하는 한경록이 “우리의 아이디어들이 얽히면 새로우면서도 독특한 뭔가가 나왔을 것 같다. 새로운 과일 같은 것이 열렸을 것 같다. 이상한 모양과 이상한 색과 이상한 향이 나왔을 것”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읽는 이들도 짙은 아쉼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모던 아트’로 제18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고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을 펴낸 소설가 정아은은 “자기 혐오를 하기 쉬운 청소년기에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자, 솔직하고, 개방적으로 사고하는 남자 어른의 롤모델”을 보는 것 같아 신해철이 직접 쓴 ‘마왕 신해철’을 아들에게 읽힌 사연을 들려준다.
3부 ‘마왕을 만나는 16가지 키워드’는 ‘아, 신해철!’을 재편집한 내용이다. 그룹 ‘무한궤도’ 시절 대학가요제 대상곡 ‘그대에게’에 얽힌 이야기,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의 앙드레 교주, 연대하고 배려할줄 알았던 품성 등에 대한 이야기를 수많은 이들의 목소리와 그의 육성으로 만날 수 있다. <목선재·1만9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1부 ‘신해철과의 10주기 가상 인터뷰’로 시작한 책은 2부 ‘마왕의 최강 친구들’이라는 타이틀 아래 그와 교류했던, 또 그의 영향을 받았던 다섯명과의 인터뷰를 실었다.
두 사람은 콜라 패트병 두 병을 앞에 두고 숱한 이야기를 나눴다. 몽상과 망상도 있었지만, 그의 노래가 “철학적이고, 사회적 시선도 있고, 무엇보다도 자아와 주체, 그런 개념에 대한 일종의 성장 드라마 같은 요소들이 많았기에” 아바의 곡으로 만든 ‘맘마미아’ 같은 쥬크박스 뮤지컬을 꿈꾸기도 했다.
자신의 책 ‘청춘을 달리다’에서 신해철을 ‘세상과 불화한 인텔리겐차 양아치’라 칭했던 MBC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음악평론가 배순탁은 신해철에 대해 “우리 편은 무조건 옳다, 식의 사고방식을 갖지 않았던 휴머니스트이자, 인본주의자였다. 이념적인 필터를 거치지 않고, 그 사람의 마음에서 바로 나왔던 말들이기 때문에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 목소리가 공허한 구호나 수사처럼 들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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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0주기를 맞은 신해철. |
‘모던 아트’로 제18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고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을 펴낸 소설가 정아은은 “자기 혐오를 하기 쉬운 청소년기에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자, 솔직하고, 개방적으로 사고하는 남자 어른의 롤모델”을 보는 것 같아 신해철이 직접 쓴 ‘마왕 신해철’을 아들에게 읽힌 사연을 들려준다.
3부 ‘마왕을 만나는 16가지 키워드’는 ‘아, 신해철!’을 재편집한 내용이다. 그룹 ‘무한궤도’ 시절 대학가요제 대상곡 ‘그대에게’에 얽힌 이야기,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의 앙드레 교주, 연대하고 배려할줄 알았던 품성 등에 대한 이야기를 수많은 이들의 목소리와 그의 육성으로 만날 수 있다. <목선재·1만9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