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들의 이야기로 청춘들 응원하고 싶어요”
2024년 11월 07일(목) 19:50 가가
24년 장사하며 겪은 일 책으로 펴낸 ‘까치통닭’ 문흥주 대표
학자금 대출받아 가게 살려준 전남대생들 얘기 등 담겨
“빚진 게 많아” 아동시설 후원·손님들 기부 공간도 마련
학자금 대출받아 가게 살려준 전남대생들 얘기 등 담겨
“빚진 게 많아” 아동시설 후원·손님들 기부 공간도 마련
“요즘 대학생들은 잘 웃지 않고 ‘청춘’을 너무 낮춰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살다보면 외상뿐만 아니라 취업에서 고배를 마시기도 하는데, 장애물 앞에서 오랫동안 주저앉아있지 말길 응원하는 마음에서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어요.”
전남대 정문에서 24년째 통닭집을 운영하는 ‘까치통닭’ 문흥주(52) 대표가 책 ‘판사님, 외상값 주세요’를 펴냈다. 당시 신입생이 40대 중반의 나이가 되고 단골 손님들이 50대가 된 지금, 그는 그 시절 만난 청춘들과 지금의 학생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책에는 24년 동안 장사하며 산전수전 겪은 이야기와 손님들과의 일화가 담겼고, 대표 메뉴인 김치통닭을 맛본 손님들의 리뷰와 세월이 느껴지는 가게 낙서들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철석같이 믿었지만 구두계약을 위반한 상가 주인과의 재판에서 패하면서 너무나 억울해 세상이 무너질 것 같았던 시기도 있었다. 국민의 억울함은 뒷전인 채 하품하며 법 봉을 두드린 판사에게 ‘이제 우리 가족에게 진 외상값 갚으셔야죠’ 외치는 챕터가 책 제목이 됐다.
재판 패소와 화재, 코로나19 등 위기에서 버틸 수 있었던 건 ‘손님’들이었다. 학자금 대출을 받아 어려움에 처한 단골가게를 살려준 전남대 학생들의 이야기는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놀랍다.
“이런 이야기가 있는 곳은 어떤 가게도 없을 거예요. 당시 학생들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지 참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내 가게지만 함부로 문을 닫을 수 있는 가게가 아니죠. 지금도 이어지는 그 인연들이 제게 큰 자산입니다.”
월세 낼 돈 없던 학생을 찾아가 월세를 내 주고, 면접복이 없어 옷 빌리러 온 학생 등 힘든 청춘들을 더 챙겨줬던 문 대표. 그는 “그들과 함께 나이 먹어 간다”며 “자신은 치킨집 사장보다 ‘형’이었다”고 말한다. ‘전남대 학생들을 장사보다 진심으로 아껴주시는 큰형님 같은 분’, ‘십여년이 지나 그 시절 추억을 꺼내듯 치킨을 주문했다’는 손님들의 리뷰에서도 웃음과 눈물, 따뜻함이 느껴진다.
광주애육원 80명 아이들에게 2년 동안 생일 케이크를 후원했던 ‘케이크아저씨’ 문 대표는 요즘에는 아이들에게 달콤한 시간을 선사하기 위해 아이스크림을 선물한다. 그는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함께 기억하고 싶은 마음에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들이 기부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청소년기 아이들이 좋은 신발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금에 5만원씩 더 보태 선물하고 싶어요. 책 수익이 난다면 내년부터는 가족들의 눈치를 덜 보고 마음껏 해 줄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누가 울면 안아주고 싶고, 토닥여서 같이 잘 살아보고 싶다는 그는 어린 시절 들녘에서 일하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혼자 있는 어르신들을 꼭 챙겨 함께 새참을 먹는 모습이 인상깊다. 고작 막걸리와 김치였지만 정을 싹틔우고 마을의 힘을 만들어내는 음식이었다. 문 대표에게 치킨은 꼭 그때의 막걸리, 김치와 같다.
“까치통닭을 다녀간 손님들, 저희 가족이 휘청일 때 등을 내주고 울고 있을 땐 달려와 눈물을 닦아주셨는데, 아직도 갚지 못한 외상값이 많네요. 언제나 그들을 응원하며 허기진 배 뿐만 아니라 영혼까지 따뜻하게 채워주고 싶습니다.”
/글·사진=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책에는 24년 동안 장사하며 산전수전 겪은 이야기와 손님들과의 일화가 담겼고, 대표 메뉴인 김치통닭을 맛본 손님들의 리뷰와 세월이 느껴지는 가게 낙서들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철석같이 믿었지만 구두계약을 위반한 상가 주인과의 재판에서 패하면서 너무나 억울해 세상이 무너질 것 같았던 시기도 있었다. 국민의 억울함은 뒷전인 채 하품하며 법 봉을 두드린 판사에게 ‘이제 우리 가족에게 진 외상값 갚으셔야죠’ 외치는 챕터가 책 제목이 됐다.
월세 낼 돈 없던 학생을 찾아가 월세를 내 주고, 면접복이 없어 옷 빌리러 온 학생 등 힘든 청춘들을 더 챙겨줬던 문 대표. 그는 “그들과 함께 나이 먹어 간다”며 “자신은 치킨집 사장보다 ‘형’이었다”고 말한다. ‘전남대 학생들을 장사보다 진심으로 아껴주시는 큰형님 같은 분’, ‘십여년이 지나 그 시절 추억을 꺼내듯 치킨을 주문했다’는 손님들의 리뷰에서도 웃음과 눈물, 따뜻함이 느껴진다.
광주애육원 80명 아이들에게 2년 동안 생일 케이크를 후원했던 ‘케이크아저씨’ 문 대표는 요즘에는 아이들에게 달콤한 시간을 선사하기 위해 아이스크림을 선물한다. 그는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함께 기억하고 싶은 마음에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들이 기부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청소년기 아이들이 좋은 신발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금에 5만원씩 더 보태 선물하고 싶어요. 책 수익이 난다면 내년부터는 가족들의 눈치를 덜 보고 마음껏 해 줄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누가 울면 안아주고 싶고, 토닥여서 같이 잘 살아보고 싶다는 그는 어린 시절 들녘에서 일하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혼자 있는 어르신들을 꼭 챙겨 함께 새참을 먹는 모습이 인상깊다. 고작 막걸리와 김치였지만 정을 싹틔우고 마을의 힘을 만들어내는 음식이었다. 문 대표에게 치킨은 꼭 그때의 막걸리, 김치와 같다.
“까치통닭을 다녀간 손님들, 저희 가족이 휘청일 때 등을 내주고 울고 있을 땐 달려와 눈물을 닦아주셨는데, 아직도 갚지 못한 외상값이 많네요. 언제나 그들을 응원하며 허기진 배 뿐만 아니라 영혼까지 따뜻하게 채워주고 싶습니다.”
/글·사진=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