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만 ‘반도체 겨울’ 왜?
2024년 11월 05일(화) 20:20
국내 반도체 수출 최고 실적 예상 속 광주의 수출 1위 품목 이상 현상
‘앰코’ 생산…가전제품·자동차 등 비메모리 반도체 수요 감소가 원인
한때 광주지역 수출 품목 1위였던 반도체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국내 반도체 수출액은 역대 최고 수준이 예상되는 것과 달리, 광주의 반도체 수출액은 6개월 연속 감소하면서 지역 사회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광주시도 ‘효자’ 수출품인 반도체의 부진에 예의주시하며 상황 파악에 나섰다.

◇국내 반도체 수출액 증가세…광주만 감소=5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광주지역 반도체 수출액은 3억1535만 달러로 전년 같은 달(5억3978만) 대비 41%(2억2443만 달러) 감소하면서 6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올해 광주의 반도체 월 평균 수출액은 3억4919만 달러로 지난해 월 평균 수출액(4억5627만 달러)와 비교해도 24% 적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6억 달러를 넘긴 달도 있었지만, 올해는 최고 4억 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연간 68억7446만 달러, 월 평균 5억7287만 달러를 기록한 2022년과 비교하면 올해의 수출액은 60% 수준이다. 무엇보다 큰 문제점은 광주의 반도체 수출 부진이 국내 상황과는 상반된다는 점이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국내 반도체 수출액은 1039억 417만달러로 전년 같은기간 수출액(707억 2956만달러) 달러보다 31% 많았다.

이 추세라면 역대 반도체 수출액 최대 실적(약 1300억달러)을 넘어서는 것이 확실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광역 지자체로 구분해보더라도 경기도와 충북 등 일부 지역은 지난해보다 수출액이 2배 가까이 증가하기도 했다.

◇비메모리 수요 감소, 수출 부진으로 이어져=광주의 반도체 수출액 감소의 주요한 원인으로는 글로벌 소비침체가 꼽힌다.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 속 HBM으로 대표되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가전제품과 자동차, IT기기에 탑재되는 비메모리 수요는 줄어들고 있다.

광주의 반도체 수출은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 광주사업장(첨단산업단지)이 전량을 차지하고 있는데, 앰코코리아가 생산하는 제품은 대다수 비메모리다. 앰코코리아는 반도체 후처리 전문 업체다. 반도체 후처리란 반도체 제조 8대 공정 중 마지막 단계로, 사전 공정을 통해 완성된 반도체 기판인 둥근 모양의 웨이퍼를 칩 단위로 잘라 전자기기 등에 탑재될 수 있도록 포장한 뒤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하는 공정을 뜻한다. 업계에서는 소비침체 여파로 후공정 주문을 넣는 기업이 줄어든 것으로 보고있다.

당장 올 3분기 올해 3분기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판매량은 작년 동기 대비 2.2% 감소한 177만3000대를 기록했다. 유럽 등 글로벌 시장 성장률 둔화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전세계 판매량 톱 3 기업인 현대차 뿐만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가전제품도 마찬가지다. 광주에 생산기지를 둔 삼성전자 백색가전 공장이 일부 물량의 멕시코 공장 이전을 계획하고 있는것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비슷한 규모의 가전 생산 기업들도 예년과 비교해 판매량이 많게는 30%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앰코코리아 자체적으로 올 하반기 정도면 실적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극복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관련 종사자만 4000여명 광주시 예의주시=반도체는 최근 들어 광주 수출액 1위 자리를 자동차에 내어줬지만, 아직까지도 전체 수출액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주력 수출품이다. 앰코코리아 국내법인은 광주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지난 2021년 기준 연매출 3조를 넘긴 큰 규모의 기업으로,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지대하다.

앰코코리아와 관련 하청업체 종사자 수만 어림잡아 4000여명으로, 앰코코리아의 부진으로 인한 지역 사회 우려가 나올 만하다. 광주시도 앰코코리아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시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나섰다.

광주시 관계자는 “앰코코리아의 지속되고있는 수출 실적 감소에 지역의 다양한 관계 기관이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며 “최근 첨단산단 내 생산공장을 방문해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등 지원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