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대 개혁하려면 - 윤영기 사회·체육담당 부국장
2024년 10월 23일(수) 00:00
‘광주학살 원흉 살인마 전두환 앞잡이 이사장 물러나라.’ 조선대학교 본관에 걸려있는 법인 이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문구다. 학교 구성원도 ‘과하지 않나’ 고개를 젓는다. 적의로 가득찬 구호이자 프로파간다이다. 3년 임기를 마치고 지난 7월 연임에 들어간 이사장에게 뒤늦게 전두환 앞잡이 프레임을 씌우는 사정이 딱하다. 한 때 조선대 구성원들이 뜻을 모아 삼고초려로 모셔온 분 아닌가.

수시전형 실기시험을 치르러 학교를 방문한 고교생들은 살벌한 문구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 조선대 교수평의회와 총동창회 등 10개 단체가 범조선인비상대책위원회(범대위)를 지난 6월에 꾸려 퇴진운동을 벌이고 있다. 학교 본관 앞에 천막을 치고 ‘이사장이 이사회를 장악해 전횡하고 학교를 사유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무려 17개 항목을 들어 치죄하고 최근에는 교육부에 이사장에 대한 특별 감사도 요청했다. 이사장도 퇴로가 없다. 물러나면 전두환 앞잡이고, 이사회를 전횡하고 학교를 사유화한 인물로 낙인찍힐 처지다.

극한 갈등으로 혁신 동력 소진

조선대 내홍의 특징은 대개 극단이다. 축출 대상이나 찍어내려는 쪽이나 물러설 기미 없고 타협의 여지도 없는 벼랑끝 대치가 반복된다. 갈등은 증폭되고 변주될 뿐이다. 학내 여론도 마찬가지. 한 쪽에서는 ‘학교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이사장이 퇴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른 한편에서는 ‘이사장마저 물러나면 학교가 엉망이 된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퇴로 없는 싸움을 벌이다 보니 대립을 중재하거나 공론의 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선순환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는다. 양 극단에 중립적인 목소리는 없다. 늘 외부에는 강한 파열음만 선명하게 각인된다.

조선대 이사회가 최근 범대위의 의견을 수렴해 광주시에서 추천하는 인사를 개방형이사로 받아들이기로 의결했다. 시민 성금을 모아 건립한 민립대학 조선대의 요청을 광주시는 정중하게 거절했다. 난마처럼 얽혀있는 조선대에 발을 들여놓지 않으려는 의중이 읽힌다. 그만큼 조선대는 광주와 멀어져 있다. 시민 여론을 냉정하게 전하자면 ‘조선대 또 시끄럽네’라는 건조한 반응 정도다.

냉소적인 반문을 던지는 이들도 있다. ‘이사장이 퇴진하면 학교가 정상화 되는가, 그토록 갈망하는 글로컬 대학에 선정되나, 진정한 대학 개혁이 실천될까.’ 조선대 구성원은 본질을 들여다봐주지 않는다고 서운해하겠지만 이게 현실이다. 조선대가 교육 본질과 관련된 공적사안으로 갈등했다면 지역사회가 이처럼 냉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학생 중심 대학발전 모색해야

조선대는 두번째 같은 이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2022년 1차 퇴진 운동 때는 수시·정시 입학원서를 받고 있는 때와 맞물렸다. 이번에도 입시철이다. 타 사립대학이었다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전교직원이 나서 광주·전남지역 학교를 방문하고 신입생 모집에 전력을 쏟고 있는 ‘전시 상황’이다. 조선대는 2025학년도 수시모집에서 평균 4.6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대학가에서 6대1 이하는 미달로 본다. 수시 모집 원서를 통상 6개 학교까지 쓸 수 있어 언제든 이탈이 생길 수 있어서다. 조선대 구성원들이 전남대를 비롯한 타 대학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정말 암울하다.

법인 이사회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집행부와 인사문제를 놓고 이견을 보이다 9월1일자 직원 정기인사 승인을 거부하고 있다. 이사회의 인사제동도 범대위의 퇴진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총장이 마련한 인사안에는 내년 교육부의 글로컬대학 공모를 담당할 담당할 주요 보직도 들어 있다. 벌써 두번째 고배를 마신 글로컬 대학 공모 준비를 위해서는 당장 인사를 시행해도 늦다. 조선대 구성원들이 학교와 학생을 생각한다면 인사파행부터 수습해야 한다.

내홍을 앓고 있는 조선대가 치열하게 싸워야 할 전선은 내부가 아니라 밖에 있는지 모른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위협과 글로컬대학과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라이즈)로 대학을 압박하는 정부의 교육정책이다. 학내 갈등이 장기화하면 법인 이사회나 범대위 모두 패배한다. 피해는 학생과 학교의 몫이다. 시민들은 조선대가 갈등을 승화해 개혁의 동력으로 삼기를 바란다. 구성원 너 나 할 것 없이 개혁을 위해 목을 내걸고 몸을 던지는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 구원의 손길은 밖에 있지 않다. 조선대를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는 건 구성원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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