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품질관리사 김대성 기자의 ‘농사만사’] 콤바인 트랙터의 위용은 어디 갔는가
2024년 10월 21일(월) 08:00
논농사 기계 감소…밭작물 기계화 촉진에 밭농사 기계는 증가

/클립아트코리아

도시 근교 농촌에 살았던 필자의 어린 시절 1980년대 초등학교(국민학교)에는 봄, 가을 두 차례의 ‘가정실습’이 있었다. 쉽게 얘기해 농번기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2박 3일 정도의 방학이다. 농번기에는 농사일이 워낙 바빴고, 일손이 부족해 초등학생의 고사리손이라도 빌려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가정실습이 없어질 즈음인 1980년대 후반, 필자는 논을 가로지르며 벼(나락)를 수확하는 ‘콤바인’이라는 것을 처음 봤다. 낫이고 트랙터이자 탈곡기인 콤바인을 ‘영접’했을 때, 이 신기한 기계가 마치 탱크 같다는 생각을 했다. 궤도 차륜을 갖춘 모양새도 그렇거니와 물이 질퍽한 논을 거침없이 달리며 벼를 잘라내 알곡을 쏟아내는 모습이 전장을 누비는 탱크를 닮았다고 생각했던 듯하다. 그 후로도 황금빛 들녘을 달리며 위용을 과시하는 콤바인을 볼 때마다 정말 놀라운 기계라며 감탄하곤 했다.

기계화 작업이 더뎠던 우리 농업은 콤바인 탄생 이후 1990년대와 2000년대를 거쳐 급속하게 기계화가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콤바인 생산이 중요한 변곡점이 됐다. 이는 농업 기계화 역사를 주도한 농기계 회사의 연보에서도 확인되는데, ‘대동기업’은 1962년 손수레를 대신한 경운기를 생산하고, 이어 1968년 농업용 트랙터를 개발한다. 그리고 대망의 1982년에는 콤바인이 탄생했다.

이처럼 콤바인의 출연은 우리 농업 기계화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전문가들은 콤바인은 농작물을 베는 일과 탈곡하는 일을 동시에 하는 농기계로 논 위를 주행하면서 벼·보리·밀 등의 곡물을 베고, 이어서 탈곡을 하고, 선별과 정선을 한꺼번에 처리한다는 ‘동시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콤바인이라는 명칭 역시 베기 작업과 탈곡을 동시에 수행한다는 점에서 ‘결합(combine)’의 의미로 쓰였다는 것이다.

한데 요즘 기계화를 통한 급속한 농업 발전에도 콤바인 같은 고마운 존재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니 황당하다. 우리 농업의 기계화를 선도했던 농기계 보유 대수에 큰 변화가 감지되고 있어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발표한 ‘농업기계 보유 현황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광주·전남지역 농업인들이 보유한 트랙터와 콤바인·이앙기 등 16개 농기계 현황을 파악한 결과, 광주지역 농기계 보유 대수는 9429대(2010년)에서 10년 뒤에는 8394대(2020년)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7721대로 확인됐다.

전남의 경우 지난 2010년 29만 5391대였던 농기계가 10년 뒤인 2020년에는 28만 976대로 5%가량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2.1% 더 줄어 27만 5138대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는 벼농사 감소로 논 농업 관련 농기계 수는 감소했지만, 밭 농업 관련 농업기계 수는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농정당국은 이러한 추세가 농업보다 제조업, 서비스업 등 2·3차 산업에 종사하는 지역민들이 늘어나면서 농경지 자체가 감소한 데다, 스마트 팜 등 농업 기술이 발전하면서 농기계가 필요성이 줄었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기계화에는 성공했지만, 돈으로 일꾼과 기계를 사서 농사를 지어야 하는 위기 상황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농촌 일손 부족과 인건비 상승 등에 대응, 논 농업(99.3%)에 비해 기계화가 낮은 밭 농업(63.3%) 분야 기계화율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귀 기울여야 할 사안이다.

결국 취약분야의 기계화율을 높이는 한편 농업 생산의 규모화와 친환경 유기농업 육성에 매진해 농사만 지어도 잘 사는 농촌, 청년이 돌아오는 젊은 농촌, 고령의 농업인이 힘들게 일하지 않고도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는 농촌으로 바꿔 가야 한다.

이것이 콤바인의 등장에 환호했던 필자나 잘사는 농촌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농부들에게 각각 기분 좋은 추억과 희망을 선사하는 길이 아닐까.

/big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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