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일보 12기 리더스아카데미 - 한민 교수 ‘달라도 한참 다른 남의 문화 이해하기’ 강연
2024년 10월 16일(수) 20:15 가가
“문화 이해를 통한 다양한 시각 갖는 것이 중요”
과학기술 발달한 우리나라 문명과
풀 옷 입는 아마존은 같은 단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인 정보들이
얼마나 객관적인 것인지 점검해야
과학기술 발달한 우리나라 문명과
풀 옷 입는 아마존은 같은 단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인 정보들이
얼마나 객관적인 것인지 점검해야


한민 교수가 지난 15일 광주시 서구 치평동 라마다플라자 광주호텔에서 열린 ‘광주일보 12기 리더스 아카데미’에서 ‘달라도 한참 다른 남의 문화 이해하기’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안녕하십니까. 멸종위기 1급, 토종 문화심리학자 한민입니다.”
문화심리학자 한민 교수가 지난 15일 라마다 플라자 광주호텔에서 열린 제12기 광주일보 리더스아카데미 강단에 섰다. 토종 문화심리학 분야에서 지금 활동하는 이들이 많지 않아 ‘멸종위기 1급’이라고 밝혀온 한 교수는 이날 ‘달라도 한참 다른 남의 문화 이해하기’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한 교수는 고려대학교 심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 선임연구원, 미국 Clark University 박사 후 연구원, 고려대학교 행동과학연구소 연구교수를 역임했다. ‘한민의 심리학의 쓸모’, ‘선을 넘는 한국인 선을 긋는 일본인’, ‘슈퍼맨은 왜 미국으로 갔을까’ 등의 책을 쓴 그는 유튜브 채널 ‘5분 심리학’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CBS ‘세바시 15분’, tvN ‘어쩌다 어른’ 등 여러 방송에 출연하며 인기를 얻었다.
사람들은 혼자 존재하는 것이 아닌 문화적인 맥락 안에서 존재하게 된다. 문화에 따른 인간 행동을 연구하는 분야가 문화심리학이다. 한 교수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문화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나가며 문화 이해가 사회 이해, 인간관계 형성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농경 문화 속에서 자란 사람의 습관, 가치관, 욕구체계는 유목 문화를 가진 사람과 다르겠죠. 우리가 그 문화에 너무 익숙하기 때문에 문화를 의식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또 외부 정보를 받아들이는 단계에서 차이가 나는데 에스키모인들이 ‘눈’ 색깔을 표현하는 단어는 십 수가지입니다. 에스키모인들이 사는 환경은 눈이 생존에 중요한 영향 미치기 때문에 다양하게 표현할 이유가 생겼던 것이죠.”
그는 어떤 문화에서 특히 강조하거나 싫어하는 가치를 이해하면 사람을 잘 이해할 수 있다며 문화를 이해해야 하는 이유로 문화적 정체성을 설명했다.
“세계화가 되면서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문제가 대두됐어요. 1970~80년대 한국인들은 스스로 자부심이 없었지만 요즘 20~30대들은 굉장히 떳떳하게 외국과도 동등하다는 생각으로 관계를 맺죠. 다른 문화를 이해함으로써 동등한 관계를 맺고, 사회적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한 교수는 문화 이해가 궁극적으로 ‘인간에 대한 이해’라고 덧붙였다. MZ세대를 둔 부모와 직장 선배 등 세대 차이는 문화의 문제다. 산업화 시대에 교육받고 사회에 진출한 사람들은 내 커리어와 경제적인 이유로 직장에서 더 오래 일을 하는 게 중요하지만, 최근 청년들은 직장에서의 성취보다는 내 시간을 갖는 게 더 중요하다. 이런 이해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소통이 어렵기 때문에 문화 이해를 통한 다양한 시각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한 교수는 “우리 문화가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문화가 낯설거나 혹은 잘못됐다 느낀다. 그래서 다른 문화를 그대로 바라보는 건 쉽지 않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발달한 문명을 근거로 사람들을 차별하거나 낮춰 봐서는 안 된다는 ‘문화상대주의’를 강조했다.
“열등과 우월이 아니라 그 나름의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그 방식으로 사는 것입니다. 과학기술이 발달한 우리나라 문명 수준과 아마존에서 풀로 만든 옷을 입는 사람들의 문명 단계는 같습니다. 우리가 더 발달한 것 같은 느낌이 들잖아요? 이것이 진화론적인 인식입니다. 문화상대주의에서는 우리의 단계와 그들의 단계는 동일한 것이죠.”
한민 교수는 헐리우드 영화나 CNN 등 우리가 세계를 보는 창이 서구의 눈에 맞춰져 있다고 덧붙였다. 잘 생긴 사람을 ‘조각 미남’이라고 하는 것도 모두 서양의 시선이다.
“이처럼 익숙하게 받아들여왔던 수많은 정보들이 서양에서 생산됐기 때문에 은연중에 서양 문화가 더 고급스럽다고 인식합니다. 문화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우리가 이제껏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였던 정보들이 얼마나 객관적인 것인지 점검해 보길 바랍니다.”
한편, 광주일보 제12기 리더스 아카데미 다음 행사는 오는 22일 오후 7시 광주시 남구 임암동 어반브룩에서 공연이 펼쳐진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문화심리학자 한민 교수가 지난 15일 라마다 플라자 광주호텔에서 열린 제12기 광주일보 리더스아카데미 강단에 섰다. 토종 문화심리학 분야에서 지금 활동하는 이들이 많지 않아 ‘멸종위기 1급’이라고 밝혀온 한 교수는 이날 ‘달라도 한참 다른 남의 문화 이해하기’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어떤 문화에서 특히 강조하거나 싫어하는 가치를 이해하면 사람을 잘 이해할 수 있다며 문화를 이해해야 하는 이유로 문화적 정체성을 설명했다.
“세계화가 되면서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문제가 대두됐어요. 1970~80년대 한국인들은 스스로 자부심이 없었지만 요즘 20~30대들은 굉장히 떳떳하게 외국과도 동등하다는 생각으로 관계를 맺죠. 다른 문화를 이해함으로써 동등한 관계를 맺고, 사회적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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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교수는 “우리 문화가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문화가 낯설거나 혹은 잘못됐다 느낀다. 그래서 다른 문화를 그대로 바라보는 건 쉽지 않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발달한 문명을 근거로 사람들을 차별하거나 낮춰 봐서는 안 된다는 ‘문화상대주의’를 강조했다.
“열등과 우월이 아니라 그 나름의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그 방식으로 사는 것입니다. 과학기술이 발달한 우리나라 문명 수준과 아마존에서 풀로 만든 옷을 입는 사람들의 문명 단계는 같습니다. 우리가 더 발달한 것 같은 느낌이 들잖아요? 이것이 진화론적인 인식입니다. 문화상대주의에서는 우리의 단계와 그들의 단계는 동일한 것이죠.”
한민 교수는 헐리우드 영화나 CNN 등 우리가 세계를 보는 창이 서구의 눈에 맞춰져 있다고 덧붙였다. 잘 생긴 사람을 ‘조각 미남’이라고 하는 것도 모두 서양의 시선이다.
“이처럼 익숙하게 받아들여왔던 수많은 정보들이 서양에서 생산됐기 때문에 은연중에 서양 문화가 더 고급스럽다고 인식합니다. 문화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우리가 이제껏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였던 정보들이 얼마나 객관적인 것인지 점검해 보길 바랍니다.”
한편, 광주일보 제12기 리더스 아카데미 다음 행사는 오는 22일 오후 7시 광주시 남구 임암동 어반브룩에서 공연이 펼쳐진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