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저검사의 중요성 - 조형진 보라안과병원 원장
2024년 10월 16일(수) 20:10
아침과 낮 기온차가 큰 환절기를 보내고 있으니 완연한 가을이 온 듯하다. 그러고 보니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연초에 세웠던 계획들이 떠올라 마음이 조금은 조급해진다. 이맘때쯤에는 미뤄둔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분주해지기도 한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시기지만, 눈 건강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 특히 평소에는 안과를 찾지 않다가 건강검진을 통해 안과를 방문하는 경우도 많다. 이렇듯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체 건강에 많은 관심을 갖는 것과 달리 눈 건강 관리에는 소홀한 편이다. 그러나 이미 증상이 있어서 안과를 찾았을 때는 질환이 상당 부분 진행해 시력을 되돌릴 수 없다.

안과 검사에서 기본이 되는 ‘안저검사’는 각종 안질환 및 3대 실명 질환의 조기발견과 예방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눈을 보면 까맣게 보이는 동공이 있고 그 공간을 통해 보면 눈 안을 채우고 있는 유리체가 보이고 주황색 빛깔로 보이는 망막과 그 주변으로 동그랗게 보이는 시신경유두와 망막을 지나는 망막 혈관이 있고, 중심부에는 황반이 보인다. 의사가 직접 들여다보기도 하지만 안저 카메라로 사진을 찍기만 해도 보이니 다른 검사보다도 번거로움도 덜 하고 비교적 쉽게 관찰할 수 있다. 동공을 확대해서 보는 산동을 해야 더 잘 보이지만 최근에는 산동을 하지 않고도 주변부까지 촬영하는 검사장비까지 나와 있어 산동으로 인한 불편함도 줄었으니 검사받기가 한층 수월해졌다.

흔히 말하는 3대 실명 질환인 녹내장,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도 안저검사를 통해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거기에 고혈압망막병증, 망막 혈관질환, 기타 시신경병증 등 실명을 유발할 수 있는 대부분의 안과 질환에 대한 진단이 가능하다.

녹내장은 “소리 없는 시력 도둑”이라 불릴 정도로 초기 자각증상이 없는 대표적 질환이다. 녹내장은 여러 원인에 의해 시신경이 손상되어 시야가 점점 좁아지다가 시력상실까지 이르는데, 시력에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을 때는 치료시기를 놓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안저검사를 통해서 증상이 없어도 병을 발견할 수 있다.

황반변성은 망막의 중심부인 황반의 노화에 의해 시세포가 퇴화해 발병하는 질환인데 초기 자각증상이 거의 없다가 중증이 되면 사물이 찌그러져 보이고, 직선이 굴곡져 보이며 눈에 그림자가 드리워져 보이는데 병변이 황반 중심(중심와)에 가까울수록 시력저하가 초기에 나타날 수도 있으나 대부분 모르고 지내다가 증상이 있어서야 병원에 가는 경우가 많으니 조기에 병이 있는지 발견하는 데에 안저검사는 매우 중요하다.

당뇨망막병증은 특히나 시력으로 증상의 정도를 알기 어렵다. 진행이 상당히 된 망막병증에서도 황반부의 침범이 없는 경우는 시력이 좋게 나오고, 병변이 황반부에 집중된 경우에 심한 시력저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질환도 초기에는 통증도 없고 거의 증상을 느끼지 못하다가 중기에 비문증, 광시증, 시야 흐림, 야간 시력저하, 독서장애 등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를 무시했다가 문제를 느끼고 병원을 찾았을 때는 말기인 경우가 많다.

당뇨병을 앓고 있는 환자에서는 병증이 진행된 경우가 많아 정기적인 안저검사가 필수다. 당뇨병 환자는 약 복용과 동시에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정기 검진이 필요하며 당뇨망막병증이 발생하면 6개월마다, 병의 진행이 된 경우는 최소 3개월에 한 번씩 안저검사를 통해 경과 관찰을 해야 한다.

안저검사의 정해진 주기는 없지만, 노화와 함께 유병율이 증가하는 3대 실명질환은 초기 증상을 알기 어렵고 눈이 불편해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상태가 심각해져 있는 경우가 많아 가능한 조기에 질환을 발견하여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40세 이상이라면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1년에 한 번은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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