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독립영화’를 담다 <2> 독립영화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2024년 10월 16일(수) 12:50
이들이 독립영화를 선택한 이유

2009년 개봉한 영화 ‘워낭소리’ 포스터(왼쪽)와 2014년 개봉한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포스터.

◇한국 독립영화의 성공 사례: ‘워낭소리’와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2009년 1월 15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와 2014년 12월 13일 개봉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각각 약 295만 명과 480만 명을 극장으로 이끌며, 독립영화의 흥행 가능성을 입증한 작품이다. 두 영화는 뛰어난 작품 완성도와 적절한 홍보 및 마케팅 전략이 결합할 때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워낭소리’는 지역 사회와의 소통을 강조하며 관객과의 대화, 지역 영화제 참여 등을 통해 관객층을 넓혔고,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감정적인 호소력을 바탕으로 SNS를 활용해 입소문을 유도하며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러한 사례들은 독립영화가 더 넓은 관객층에 다가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며, 독립영화를 어떻게 소비하느냐에 따라 독립영화의 인식, 관객 수, 앞으로의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대중들이 독립영화를 선택하는 이유, 그리고 그 중요성

영화진흥위원회가 매년 발표하는 ‘영화 소비자 행태 조사’에 따르면, 관객들이 독립·예술 영화를 선택하는 이유로 가장 많이 꼽는 항목은 ‘예술성과 작품성’(21.3%)이다. 그 뒤를 이어 ‘상업 영화와는 다른 특색’(20.8%)과 ‘관심 있는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점’(18.5%)도 중요한 선택 요인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상업영화든 독립영화든 관객들이 영화를 선택할 때 ‘장르, 줄거리, 소재’와 ‘외부 평가’를 중시하는 경향도 비슷하게 드러난다. 즉, 대중은 다양한 사전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이 가장 보고 싶은 영화를 능동적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사전 정보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지역 독립영화의 활성화를 위해 광주독립영화관에서 운영하는 비평서포터즈 ‘이글루’와 같은 활동은 매우 귀중한 역할을 한다. 이어지는 인터뷰를 통해 그 역할과 중요성을 살펴본다.

광주독립영화관 비평서포터즈 이글루 홍보 포스터. /이글루 인스타그램
광주독립영화관 이글루 1기 서포터즈로 활동하고 있는 이예은(24)씨를 만나보았다.

-광주독립영화관과의 첫 외부 활동, 참여 계기는?

▲GV(관객과의 대화)를 비롯한 독립영화 관련 행사가 있을 때마다 광주독립영화관을 자주 찾곤 했어요. 제겐 멀티플렛그보다 익숙한 곳인데, 4학년 학기 초 무렵 마침 서포터즈를 모집한다고 해서 지원하게 됐습니다. 좋아하는 공간에서 좋아하는 영화를 보며 대외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어요.

-독립영화에 대한 관심, 어떻게 시작됐나요?

▲중학생 때, 어떤 단역 배우에게 관심이 생겨서 그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찾아보다가 처음 알게 되었어요. 당시 그분이 주연인 영화가 대한극장에서만 상영하고 있었거든요. 그때 처음 독립영화관에서 영화를 관람하고 GV라는 것을 경험했는데, 상업 영화보다 관객과 맞닿아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감독, 배우와 질문과 답변을 하며 영화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신기하더라고요. 이 경험을 시작으로 독립영화관에서 상영되는 영화를 계속해서 찾아봤어요.

이예은 씨가 쓴 비평글 중 일부/네이버 블로그 광주독립영화관 서포터즈 이글루
-‘이글루’ 활동, 스스로는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더 단단한 지역문화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최근 영화 관련 굿즈, 서적 등을 판매하는 ‘씨네마켓’ 과 큐레이팅한 영화를 보고 이야기 나누는 ‘씨네토크’ 행사를 진행했는데요. 그 과정에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과 네트워킹을 할 수 있었어요. 각자 저마다의 이유로 영화를 좋아하고 있더라고요. 이렇게 영화라는 주제로 함께 이야기 나누는 장을 이글루가 제공하는 것에 있어 의미가 큽니다.

- 활동이 끝나고 다시 영화 소비자의 입장으로 돌아간다면, 지역 독립영화를 위해 지자체에서 어떤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최근 이글루들과 대구단편영화제에 다녀온 것이 기억나는데요. 그곳에서 종일 영화 이야기만 했던 것 같아서 더 좋았습니다. 저는 계속해서 이러한 경험들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지역 독립영화 제작 지원을 늘렸으면 좋겠어요. 창제작자들이 마음 놓고 영화를 할 수 있어야 건강한 지역 영화 생태계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 열렸던 ‘원초적 비디오 본색’ 전시 중 일부/ACC 제공
◇전시로 영화를 되새기다

영화를 소비하는 방식은 비평만으로 제한되지 않는다. 전시를 즐기는 관객들에게는 옛 영화의 정취를 느끼며 영화를 되새길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그 예로, 2022년 11월부터 23년 2월까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됐던 기획 전시 ‘원초적 비디오 본색’이 있다

이 전시는 광주 영화인 조대영의 소장품 중 약 2만 5000개의 비디오테이프를 통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던 과도기에 사라져 버린 비디오테이프의 가치를 재조명한다. 관객들은 이 전시를 통해 ‘영화’에 집중하며, 현재의 OTT문화의 기원을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는다. 전시를 기획한 김지하 학예연구관은 “비록 비디오 매체가 새로운 세대들에게 낯설고 더 이상 필요 없는 문물이라 하더라고 비디오를 경험한 세대 역시 기억을 되살리고 재구축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전시를 기획한 김지하 학예연구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전시의 배경과 의도, 그리고 관객들이 어떤 방식으로 이 전시를 받아들이길 바랐는지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 이 전시기획의 배경은 무엇인가요?

▲OTT 플랫폼과 실감콘텐츠들이 늘어나면서 영화를 비롯한 영상의 소비방식에 대한 불편함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였죠. 마침 광주독립영화제에서 조대영 선생님을 주인공으로 한 최성욱 감독님의 다큐멘터리를 보러 갔고, 소문으로만 듣던 조대영 선생님의 비디오 창고를 스크린에서 보는 순간 “이거다!”라는 느낌이 왔습니다. 며칠 뒤 직접 창고를 찾아갔고 습기 가득한 지하창고 안에서 죽어가는 비디오들을 잠시라도 꺼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더라고요. 이 벅찬 감정이 어디서 온 것인지에 대한 물음이 전시의 기획 배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 기획자로서 전통적인 스크린 소비 방식을 색다른 전시 형식으로 변형하거나 보완하는 데에 따른 고민은 무엇이었나요?

▲어떻게 보면 영화 보는 방식을 좀 더 자유롭게 풀어주면서 각 영화가 가지는 성격에 따라 영화관의 영사방식으로, 혹은 미술관의 프로젝션 방식이나 설치 형태로 보여 줄 수 있다는 점이 전시의 장점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부분은, 영화를 바라보는 일부의 선입견입니다. 창작되고 상영되는 방식은 점점 더 자유로워지고 있는 데 반해, 영화라는 장르를 바라보는 태도는 여전히 일반영화관의 영화들이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조건 대중적이어야 하고, 내러티브가 있어야 하는 등의 상업극영화 기준들이 오히려 영화의 가능성과 보는 재미들을 축소시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는 영화라는 단어가 가져오는 선입견으로 영화는 대중영화, 영화사업은 영화만 하는 기관에서 진행해야 한다는 일부 선입견들이 전시를 기획하기 이전에 “왜 하필 영화인가”를 설득해야 한다는 점이 늘 힘든 부분입니다.

전시 <원초적 비디오 본능> 중/김지하 학예연구사 제공
- 영화를 전시 형태로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관람객들의 영화 소비 방식이나 태도에 변화를 유도하려는 의도가 있었나요?

▲적극적 관람을 유도하고 싶었습니다. 비디오 시대 당시의 소비 방식처럼 정보를 최소하하고, 내가 찾고자하고 알고자 하는 영화들을 전시 공간 안에서 우연적이든 능동적이든 발견하는 것, 그 순간은 당시의 나와 만나거나 혹은 경험하지 못했던 시대를 간접적으로 체험해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영화에 대한 전시가 많이 다뤄지지 않을 것 같아 아쉽습니다. 이후의 영화 관련 전시를 기획한다면요?

▲내년 2025년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가 1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현재 10주년 기념으로 기획되는 전시 중 하나로, 실험영화, 비디오아트, 다큐멘터리를 포함한 아시아 독립영화 지형도를 그려보는 전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상업성을 목표로 하는 영화들이 아니기 때문에 다소 낯설 수도 있겠지만 이를 시각적으로 잘 보여주고 다양한 해제 방식들을 통해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부분이 상영 형태와는 다른 전시의 매력이겠지요.

- 이예은 ‘이글루 서포터즈’와 김지하 학예연구사에게 독립영화란 무엇인가요?

▲이예은=어떤 방식으로든 곁에 있고 싶은 것 같아요. 볼 때 재밌고 생각할 때 신나거든요.

▲김지하=저에게 독립영화란 ‘새로운 영화’입니다.

/정경선 대학생 기자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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