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대·순천대 통합, 원론적 합의 ‘사실’·구체적 방법 ‘회의’
2024년 10월 15일(화) 19:25
양 대학 의견수렴 시간적 한계
오랜 갈등·신뢰 부족이 변수
대학 본부·통합 의대 등
도민 미래 중심 문제 해결해야

‘순천대 글로컬대학 강소지역기업 육성 비전 선포식’이 14일 순천대에서 열린 가운데 김영록 전남지사,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등 참석자들이 강소지역기업 육성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전남도 제공>

14일 전남도가 ‘목포대와 순천대의 큰 틀에서의 통합 합의’를 외부에 발표한 이후 송하철 목포대 총장은 합의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순천대 역시 ‘합의’라는 표현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광주일보 10월15일자 1·3면>

양 대학 모두 우선 각 대학 구성원의 의견 수렴, 내부 의견 일치 등이 없는 상태에서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는 것에 부담감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들 대학들이 이미 실무진을 구성해 통합 대학과 관련 교육부 질의를 준비하고, 통합 논의에 들어갔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로 파악되고 있다.

송하철 목포대 총장은 15일 광주일보와의 통화에서 “순천대와 (대학 통합을 위한)실무진을 구성해 지난주 처음 만났다”며 “이 자리에서는 순천대 총장과 대학통합 일정, 절차, 요건 등을 교육부에 질의한 후 교육부 회신 내용을 바탕으로 통합이 가능한 지 논의해보자고 한 정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순천대에서 열린 ‘순천대 글로컬대학 강소지역기업 육성 비전 선포식’에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김영록 전남지사, 송하철 목포대 총장, 이병운 순천대 총장, 김문수 국회의원 등 대학 통합과 관련한 정부·지자체·대학의 장들이 모두 참석한 것도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다. 통합 의대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전남도가 양 대학 총장이 교육부장관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양 대학의 통합 논의에 속도를 내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 등에 따른 내부 반발을 우려한 대학총장들에게 교육부장관의 ‘우선 느슨한 통합도 가능’, ‘전폭적 지원’ 등의 발언은 상당한 추진 동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이 자리 참석자들에게 논의 내용의 외부 발표 사실을 일일이 확인한 뒤 자료를 작성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양 대학들이 ‘합의’라는 문구의 무게로 인해 다소 거부 반응을 가지고 있을 뿐 향후 교육부와 본격적인 협의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전남도는 통합을 위해 양 대학이 노력하도록 지원할 뿐 구체적인 내용은 양 대학이 상호 논의를 통해 만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2026년 전남 국립 의대 정원 배정을 위해서는 오는 11월까지 대략적인 통합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시간적인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또 양 대학의 논의 과정에서 대학 본부, 통합 의대 위치 등을 두고 갈등이 폭발하면서 테이블 자체가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

양 대학의 통합 논의가 시간적인 한계, 오랜 갈등·마찰로 인한 신뢰 부족 등이 변수로 작용해 논의가 중단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전남도 관계자는 “전남도민, 전남도의 미래를 위해 양 대학이 통합에 원론적으로 합의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대학 통합은 어디까지 양 대학이 협상을 통해 현실화해야 하는 것이며, 앞으로 치밀한 논의를 통해 지엽적인 문제들을 하나둘 해결해 가야한다”고 설명했다.

전남도는 일단 양 대학 모두 총장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 등 통합 논의를 하는데 있어 마찰·갈등 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 건의 등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의대 공모도 진행해 11월까지 교육부가 인정할 수 있는 수준에서의 통합 방안이 마련되지 못하거나 통합 논의 자체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을 대비할 계획이다. 강영구 전남도 인재육성교육국장은 “앞으로 대학 간 통합 논의를 잘 지켜볼 것”이라며 “공모 중단은 있을 수 없으며, 현재 용역기관이 공모를 위한 각종 평가 지표를 작성중에 있는 등 투트랙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남 국립의대·대학병원 신설 정부 추천대학 선정 용역기관인 에이티커니코리아와 법무법인 지평 컨소시엄이 구성한 설립방식위원회가 제안한 의대 설립 방식은 공모를 통한 1의과대학·2대학병원, 목포대와 순천대의 통합을 전제로 한 통합의대 등이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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