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년·노년 치아 건강의 적, 치근 우식 - 민정범 조선대치과병원 치과보존과 교수
2024년 10월 10일(목) 00:00
우리나라의 100세 인구가 곧 1만 명에 이를 것이고 10년 이후 2배로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도 들려오는데, 100세 수명에 이르는 것과 100세 동안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것 모두 이 시대의 과제가 된 느낌을 받는다. 100세 시대라고 말하는 요즘, 원고를 부탁받고 제 조부에 대한 회상에 잠기며 글을 시작한다. 조부는 아프신데 없이 건강하게 생활하시다가 불의의 사고로 인한 후유증으로 10년 전 97세를 일기로 소천하셨다. 그 건강 비결이 궁금했던 필자는 조부 생전에 유심히 치아를 살펴보곤 했는데, 병원에서 늘 접하는 환자들과는 달리 치아가 무척 건강하고 상실된 치아가 하나도 없었던 점에 놀랐던 기억이 떠오른다. 사드린 음식을 맛있게 잘 드시고 웃으시던 추억도 조부가 건강한 치아를 가지고 계셨기에 가능한 것이지 않나 생각한다.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젊어서부터 치아를 건강하게 관리하고 유지하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그러나, 젊은 시절부터 힘들게 지켜온 치아들이 나이가 들면서 망가진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요즘 장년, 노년층 환자들에서 치아의 뿌리에서 생기는 충치로 인해 건강했던 치아가 쉽게 망가지는 안타까운 상황들을 많이 접하게 되면서 치근 우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물론 필자 역시 이미 장년에 이르러 치근 우식의 발생을 염려해야 할 시기가 되었기도 하다.

장년이나 노년층에서 만성치주질환으로 인해 일반적으로 치아 뿌리가 노출되는 경우가 많고, 노출된 뿌리는 치아의 머리와 달리 단단한 껍질이 없어 관리가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쉽게 충치가 발생하고 빠르게 진행되는 특징을 갖는다. 치근 우식은 뿌리에서 잇몸 하방으로 진행되고 보이지 않는 부위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환자가 스스로 확인하기 어렵고 자각증상도 거의 없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치과에 내원하게 된다. 치료법은 썩은 부위를 제거한 후 메우는 수복치료가 기본이지만 진행 정도가 심하면 신경치료나 발치로 이어지게 된다. 그러나 충치의 위치, 잇몸의 출혈 등의 이유로 치료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그래서 최근에는 silver diamine fluoride 약물을 사용하여 충치의 진행을 정지시키거나 예방하는 등 기존의 치료법에 비해 덜 침습적인 치료법이 사용되기도 한다.

치아의 머리가 아무리 건전할지라도 뿌리가 망가지면 사용할 수 없다. 건물의 기둥이 부실해졌을 때 쉽게 무너지는 것과 똑같은 이치이다. 간혹 환자와 상담 중 관리나 예방보다는 ‘치료하면 되지 않나?’ 아니면 ‘그냥 빼버리면 되겠지’라고 평생 사용해 온 치아를 쉽게 포기하시는 분들을 만나게 된다. 발치 후 임플란트를 식립하더라도 인공적인 치아가 자연치와 똑같을까? 또한 이때 발생하는 치료비와 예방하는데 드는 비용은 서로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차이가 난다.

그렇다면 치근 우식을 예방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치근 우식은 칫솔질만으로 예방하기 어려워 대부분의 경우 치실이나 치간칫솔의 사용을 병행해야 한다. 치아의 뿌리가 노출되어 있고 치아 사이에 음식물이 잘 끼는 경우나 음식물이 뿌리에 들러붙어 잘 제거되지 않는다면 반드시 치실이나 치간칫솔을 함께 사용해야 한다. 치간칫솔이 삽입되지 않은 부위에 치실을 사용하고 공간이 넓다면 공간의 크기에 맞는 치간칫솔을 선택하여 사용하면 된다. 이러한 용품의 사용법을 잘 모르거나, 사용하기 힘들었다면 치과를 방문하여 사용법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환자에게 맞는 용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치근 우식은 환자의 관심과 관리를 통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부주의로 인해 위에서 말한 상황이 반복되고 지속된다면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치아의 뿌리에서 충치가 생겨나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조금 더 노력한다면 건강한 치아로 100세에 이르는 것, 100세까지 건강하게 사는 것, 추가로 불필요한 치과 치료비를 줄이는 것, 이 모두에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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