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 키우는 한빛원전…6호기 원자로 헤드 사고 ‘쉬쉬’
2024년 10월 09일(수) 19:45
지난 8월 교체과정서 파손될 뻔…방사능 유출 관련있는 핵심부품 ‘아찔’
한수원 “비파괴검사 이상 없어 고시 안해”…최근 5년간 안전사고 41건

한빛6호기 교체용 원자로 헤드가 지난 8월 14일 안착대로 이동하던 작업 중 임시덮개 위로 추락했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한빛 원전 6호기(가압경수로형,1000㎿급) 계획예방정비에서 원자로 헤드가 추락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문제가 없다’며 사고 내용을 공지하지 않았으나 원자로 헤드는 방사능 유출과 직접 관련이 있는 핵심부품이어서 지역민의 불신이 가중되고 있다.

9일 한수원에 따르면 지난 8월 14일 오후 7시 20분께 한빛6호기의 교체용 원자로 헤드가 안착대 이동 작업 중 임시덮개 위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교체용 원자로헤드는 전날 오후 5시 20분께 수평 상태로 반입됐고 다음날 오후 6시 50분께 원자로 헤드를 일으켜 세우는 직립작업 중 60도 정도 세워지던 과정에서 임시덮개 위로 추락하며 발생했다.

한수원은 주와이어가 처지면서 주와이어와 보조와이어의 장력에 편차가 발생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고로 교체용 원자로 헤드가 안전관련 주변 기기 및 구조물과의 접촉이나 충돌이 없었다는 점에서 교체작업은 그대로 진행됐다. 이후 구조건전성 평가와 용접부 비파괴검사 등을 진행한 결과 ‘이상이 없었다’고 한수원은 밝혔다.

하지만, 안전검사를 공신력 있는 제3의 기관이 아닌 원자로 헤드 제조사가 수행해 객관성을 의심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자로 헤드 추락은 쉽게 볼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원자로 헤드가 충격으로 인해 금이 가는 등 파손으로 인해 방사능이 누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원자로 헤드는 원전의 최상단으로 핵연료를 덮고 있는만큼 최악의 상황을 가정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영광 한빛원전 전경. <광주일보 자료사진>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를 단순 ‘슬리핑’(미끄러짐)으로 볼 수 없다며 한수원의 안일한 안전의식을 지적했다.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는 “이번 사고는 원자로 헤드가 임시덮개 위로 미끄러져 대형 사고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었을지 몰라도 원자로 헤드를 옮기는 작업이 허술하게 이뤄진 점으로 미뤄, 추후에는 헤드가 원자로 용기와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만일 원자로 용기와 충돌했다면 내부 구조물에 충격이 가해져 핵연료가 깨지는 대형사고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원자로 용기 내 핵연료가 깨지게 되면 엄청난 유독가스가 나오고 격납용기가 오염돼 아예 사용할 수 없는 원전이 된다”며 “한수원과 업체 직원 뿐 아니라 영광지역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수원은 “원자로 헤드가 추락한 게 아니라 미끄러짐 사고”였다고 해명했다.

앞서 지난 2020년 한빛 5호기 계획예방정비 기간에 진행된 원자로 헤드 관통관 보수·용접 과정에 투입된 작업자 일부가 무자격자로 확인돼 물의를 빚기도 했다.

한빛원전에서는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되풀이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 위원회 소속 조인철(광주 서구 갑)의원실이 한국수력원자력 산하 5개 원전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빛원전에서 발생한 사고는 최근 5년(2019~2023년)새 41건에 달한다.

한편 한수원은 지난 8월 2차례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설치를 위한 굴착 허가 신고(75㎜이상 구멍, 9개) 신청서를 제출한 뒤 지난달 27일 영광군에 다시 제출했다. 영광군은 3번째 제출된 굴착허가 신청서도 반려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 원자로 헤드=원자로 압력용기를 덮고 있는 장치다. 원자로 헤드(Head) 외부에는 핵분열 반응속도를 제어하는 제어봉을 삽입 또는 인출하기 위한 제어봉 구동장치가 부착돼 있고, 하부에는 노심(爐心)의 핵연료집합체에 삽입돼 핵분열 과정을 감시하는 계측기가 지나는 노즐이 설치돼 있는 핵심부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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