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계획 예정도로 폐지로 맹지 전락…사용료 수백만원 낼 판”
2024년 10월 09일(수) 19:25
광주 동구, 학동 조선대병원 인근 591-13 등 6필지 일몰제 폐지
인근 가게 “사유지로 풀려 소유주에 월 3백만원 사용료 내게 생겨”
동구 “소유권 침해에 장기 미계획 폐지…심의 후 도로 지정 검토”

광주시 동구 학동 조선대병원 인근의 가게 부지. 당초 이곳에는 도로가 들어설 예정이었으나 도시계획이 무산돼 가장 안쪽의 가게(오른쪽)는 인접 도로가 없는 맹지가 됐다.

광주시 동구가 조선대병원 인근의 도시계획 예정도로를 폐지하면서 일부 토지가 하루 아침에 맹지(盲地)로 전락하는 일이 발생했다.

도시계획 예정도로 폐지 부지 인근에서 영업 중인 업주 A씨는 9일 “동구의 안일한 행정으로 가게에 인접한 도로가 끊겨 인근 사유지 토지주에게 한 달 300만원씩 도로 사용료를 낼 상황에 놓였다”고 호소했다.

광주시 동구는 지난 2020년 7월 학동 591-13 등 6필지를 지적도상 도시계획 예정도로에서 해제했다.

국토교통부에서 장기 미집행된 도시계획 예정도로를 일몰제로 폐지하기로 한 데 따른 조치다. 도시계획 예정도로는 도시계획상 도로개설이 예정된 부지를 가리킨다.

해당 부지는 조선대병원 전문진료센터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접근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현재 4개 약국이 영업 중인데, 약국 앞을 지나는 폭 6여m 부지에 도로가 들어설 예정이었으나 구청 예산이 부족하고 가설건축물이 들어서 실제 통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등 이유로 도시계획이 집행되지 않았다.

문제는 도시계획 해제 조치로 인해 학동 593-11 등 토지는 인접 도로가 없는 맹지가 된 것이다. A씨의 가게도 이에 해당한다.

해당 부지의 건축주는 지난 2007년 도시계획예정도로를 인접해 건축 허가를 받고 3층짜리 건물을 세웠으며, 당시에는 건축법상 건축 허가 조건인 너비 4m 이상, 국가·지자체 소유의 도로 등을 인접해야 한다는 조건을 만족하는 상태였다. 건물 인근에는 골목길이 하나 더 있지만, 폭이 3여m에 불과한 좁은 길이라 차량이 지나기 어렵다.

업주 A씨가 문제를 인식한 것은 지난해 6월 23일로, 인근 가게로부터 “다른 사람의 사유지를 고객들의 통로로 이용한 데 따른 사용료로 보증금 1000만원, 월 300만원을 내라”는 내용증명을 받으면서다.

A씨는 “건축허가까지 받아 건물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동구의 이상한 행정으로 맹지가 됐다”며 “일몰제로 인해 도로를 폐지하는 과정에서 건축주, 업주 등과 원활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광주시 동구 학동 591-13 일대의 지적도. 현재는 도시계획 도로계획선 일부(점선)가 폐지됐다.
동구 건축과는 민원이 제기되자 가게 앞 도로를 건축심의위원회를 거쳐 건축법상 ‘도로’로 지정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도로로 지정되면 도로 통행에 지장을 주는 행위를 할 수 없으며, 토지 소유주는 사유지를 도로로 지정한 데 따른 사용료를 동구를 통해 받을 수 있으므로 분쟁을 일단락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도로 지정을 거치더라도 이 곳 부지는 당분간 외부 도로와 연결이 단절될 전망이다.

외부 도로와 연결되는 지점인 학동 593-7 부지에 지목이 ‘도로’임에도 불구하고 가설건축물 한 채가 설치돼 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근 학동 593-3 또한 당초 도시계획상 도로 예정부지였음에도 가설건축물이 들어서 있다.

이들 가설건축물은 각각 2011년, 2015년에 ‘도로 개설 시 자진철거’를 조건으로 도시계획 예정도로 부지에 가설건축물 건축 허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도시계획이 백지화되자 두 가설건축물의 자진철거 관련 공증 내용 또한 무효화됐고, 철거를 서두를 이유가 없어졌다.

결국 동구는 4년째 불법건축물로 전환된 두 가설건축물의 건축주에게 철거 명령만 내리고 있을뿐 별다른 조치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동구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집행되지 않은 도시계획이 땅 소유주들의 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헌법재판소 위헌 판결에 따라 도시계획을 폐지하게 된 것으로, 전국적으로 비슷한 피해 사례들이 잇따르고 있다”며 “우선 업주들 간 분쟁이 과열되지 않도록 행정조치를 한 뒤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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