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박이 - 윤현석 경제·행정 부국장
2024년 10월 04일(금) 00:00 가가
선거 때만 되면 후보들은 누가 토박이인지를 두고 논쟁을 벌인다. 지역에 대해 얼마나 소상히 알고 있는지,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등의 척도로, 거주 기간을 따지는 경향이 있다. 3대 이상 대대로 거주하면 그 지역의 토박이로 인정하는데, 토박이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지역에 대해 잘 아는 만큼 폐쇄적일 수 있고, 애정을 가지고 있는 만큼 우유부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도시에는 토박이가 적고, 농촌으로 갈수록 그 비율은 높아진다.
광주를 비롯해 대도시들은 각각의 성장 스토리를 갖고 있다. 광주는 삼국시대부터 권역의 중심도시였고, 대구는 1601년 경상감영이 설치되면서 일약 대표도시가 되었다. 부산과 인천은 일제가 대륙 침략과 조선 병합을 위해 설치한 경부선과 경인선에 의해 포구에서 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다. 대전은 경부·호남선의 중간 기착지, 울산은 산업화의 산물이었다. 특이한 것은 내륙에 자리하며 비교적 오랜 역사를 가진 광주·대구의 토박이 비율(추정)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광주는 토박이 비율이 45~50%에 이르지만, 서울·인천은 5% 미만, 부산·대전은 25~30%에 불과하다. 광주의 높은 비율은 상당기간 타 시·도에서의 인구 유입이 거의 없었고 발전이 그만큼 더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 광주는 해방 이후 지금까지 오로지 전남의 인구를 대거 받아들이며, 1988년 직할시 승격과 함께 광산군과 송정시를 끌어들여 대도시의 기틀을 잡았다. 광주는 전남을 배후지로 하며, 젊은층도 전남이 고향인 할아버지, 아버지 아래 성장하고 있다.
광주와 전남은 떼어놓을 수 없으며 전남이 잘 되어야 광주가 더 성장할 수 있다. 광주의 성공은 전남에도 이익이 된다. 광주·전남 간 갈등이 발생하면 이간질하고 이를 이용하려는 세력이 있기 마련이다. 인구 감소, 지역 경쟁력 약화 등 어려움 속에 광주와 전남은 작은 힘이라도 모아 함께 대처해야 한다. 지역 리더들이 광주 군공항 이전 등 의견 차가 큰 문제를 대할 때 사익을 버리고,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며, 지역 전체와 미래를 보는 자세를 가졌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chadol@kwangju.co.kr
/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