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기록한 1980년대 군산 민주화운동·6월 항쟁
2024년 09월 27일(금) 00:00
입춘, 6월에 봄이 오- 김성훈 지음
“내가 이것들을(사회운동들) 다 남겨야겠다고 생각해서 카메라를 들고 다 찍고 다녔었어.”(박창신 신부·사진)

“어쩌면 이 필름은 지역사에 있어서 6월 항쟁의 경과과정을 온전하게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필름일지도 모른다.”(김성훈 저자)

군산 오룡동성당 박창신 신부는 1980년대 사회운동 현장에서 필름 카메라를 들었고, 군산대 역사철학부(역사전공)에 재학하며 지역역사를 공부하던 1994년생 20대 청년은 박 신부의 필름을 통해 6월 항쟁을 비롯해 뜨거웠던 그 시대를 554쪽 분량의 두툼한 책에 담아냈다. ‘입춘(入春), 6월에 봄이 오다-박창신 신부 필름으로 보는’을 펴낸 저자 김성훈은 머리말에서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당신들을 잊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후대를 위해 이 이야기를 남기기로 결정했습니다”라며 6월 항쟁 등 1980년대 군산지역의 민주화운동 역사를 기록하는 이유를 밝힌다.

“저는 90년대에 태어난 여러분의 아들딸입니다. 6월 항쟁의 주역들이 저희의 아버지이자 어머니입니다. 그들이 우리를 위해 그랬던 것처럼 ‘중간 세대’로서, 제 다음에 태어날 이후 세대들을 위해 제 방식대로 노력해보고자 합니다. 이들의 고단했지만 아름다웠던 청춘들을 기록하고자 합니다.”

군산 오룡동 성당 박창신 신부가 남긴 1980년대 기록사진들은 후대의 유산이 됐다. 1987년 6월28일 가두시위에 나선 군산시민들에게 최루탄을 난사하는 전투경찰. <녹두서점 제공>
저자는 박 신부와 지역 청년활동가, 50·60대 시민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6월 항쟁과 1980년대 군산 민주화운동 역사를 퍼즐처럼 맞춰 나갔다. 그리고 박 신부가 직접 촬영한 수천 장의 사진과 기증받은 사진들을 정리해 크게 ▲1987년 6월 이전 ▲1987년 6월 ▲1987년 6월 이후로 나눠 지역 민주운동사를 서술한다. 신간은 번외 편을 포함해 총 7부로 구성됐다. ‘1987년 6월 항쟁’ 이전인 1·2·3부는 1984년 군산 오룡동성당에 부임한 박창신 신부와 성당에서 마련한 시민강좌, 세풍합판 노동쟁의를 다룬다. 4부는 군산 6월 항쟁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군산시민들은 대통령직선제를 쟁취하기 위해 여느 지역보다 뜨겁게 거리에서 ‘호헌(護憲)철폐, 독재타도!’를 외쳤다. 5·6부는 6월 항쟁 이후의 노동자 투쟁을 다루고, 번외로 1980년대 대표적인 교육계 용공조작 사건인 ‘오송회 사건’(1982년)을 살핀다. 국가폭력의 피해자였던 이광웅 시인 등 교사들은 26년이 흐른 2008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저자는 “그의 투박한 사진에서 나오는 평범함은 평범한 영웅의 역사를 대변한다”고 말한다. 또한 “학생 운동가들이 사회운동에 투신하도록 만드는데 기여했던 것은 광주 민중들의 정의감, 사랑으로 피어난 시민의식이었다”고 분석한다.

신간은 잊혀지고, 묻혀버린 1980년대 군산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재조명하면서 진보적인 박창신 신부와 전양권 목사, 지역 청년활동가를 되살려냈다. 오룡동 성당을 구심점으로 전개된 시민운동과 노동쟁의, 군사정권의 용공조작 등 한국 현대사가 오롯하게 녹아있다. 20대 청년이 기록한 6월 항쟁과 1980년대 군산 민주운동사는 너무나 소중하다. 저자는 ‘민주화를 이뤄낸 군산시민들’에게 “6월 항쟁은 시민의 역사”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모두가 영웅이었던 시대에 자신의 힘으로 사회를 변화시키는데 기여했다. 자신이 걸어온 길을 자랑스러워했으면 좋겠다. 대중의 의식이 사회와 역사를 바꾸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영웅이었던 시대가 막을 내렸다.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 87년 6월, 여름에 풀 냄새가 짙은 봄이 찾아왔다.” <녹두서점·2만2000원>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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