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출신 김남주 시인 30주기 추모문학제 열린다
2024년 09월 20일(금) 08:53
28일부터 29일까지 ‘은박지에 새긴 사랑’ 주제 해남문예회관 등
시노래극, 학술심포지엄, 청년문학제, 아카이브전, 걸개시화전

지난해 열렸던 추모제 모습. <김남주기념사업회 제공>

“이 두메는 날라와 더불어/ 꽃이 되자 하네 꽃이/ 피어 눈물로 고여 발등에서 갈라지는/ 녹두꽃이 되자 하네// 이 산골은 날라와 더불어/ 새가 되자 하네 새가/ 아랫녘 윗녘에서 울어예는/ 파랑새가 되자 하네// 이 들판은 날라와 더불어/ 불이 되자 하네 불이/ 타는 들녘 어둠을 사르는/ 들불이 되자 하네…”

광주 중외공원 아래쪽 비탈에는 김남주(1946∼1994) 시인을 기리는 시비가 있다. 시와 삶을 일치시키고자 했던 김남주 시인의 시 ‘노래’가 새겨져 있다.

김남주는 80년대를 온몸으로 밀고 나간 ‘전사시인’이었다. 올곧은 목소리로 한국문단을 일깨운 ‘민족시인’이자 청춘을 감옥에서 보내며 반독재 투쟁에 앞장섰던 ‘혁명 시인’이기도 했다.

올해는 김남주 시인이 타계한 지 30주년이 되는 해다. 한 세대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고인의 정신은 여전히 살아 오늘의 암울한 현실을 질타하는 것 같다.

김남주 시인 30주기 추모 문학제가 고향 해남에서 열린다.

지난해 열렸던 추모제 모습. <김남주기념사업회 제공>
민족시인김남주기념사업회(회장 김경윤)는 오는 28일부터 29일까지 ‘은박지에 새긴 사랑’을 주제로 추모문학제를 펼친다. 해남문화예술회관, 해남유스호스텔, 김남주 시인 생가 등에서 진행되는 이번 문학제는 시노래극, 학술심포지엄, 청년문학제, 걸개시화전, 아카이브전, 땅끝 해남 순례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예정돼 있다.

행사를 기획한 김경윤 기념사업회장은 “올해로 시인이 타계한 지 만 30년이 흘렀다. 오늘의 국내외 여러 상황은 시인의 빈자리가 느껴질 만큼 크게 다가온다”며 “이번 문학제는 시인으로 혁명가로 한 인간으로 역사 앞에 바로 서고자 했던 고인의 삶과 뜨거웠던 민중에 대한 사랑을 되새기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열렸던 추모제 모습. <김남주기념사업회 제공>
먼저 28일 오후 6시 30분 해남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시노래극 ‘은박지에 새긴 사랑’이 무대에 오른다. 유신독재에 맞서 싸운 시인이자 혁명가인 시인의 10여 년 감옥생활과 그를 옥바라지했던 한 여인의 헌신적인 사랑을 담았다. 총체시극으로 구성된 시노래극은 인물의 대사, 노래, 춤 등이 모두 김남주 시인의 시로 말하고 노래하고 춤을 춘다는 데 의미가 있다.

작품은 극단 토박이와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원, 시노래패 ‘담소’와 가수 백자 등이 함께 참여하한다. 연출은 토박이 박정운 감독.

이에 앞서 오후 1시부터는 해남문화예술회관 다목적실에서 ‘김남주 30주기 기념 국제 학술심포지엄’ 이 열린다. ‘문학과 자유’를 주제로 열리는 이날 심포지엄에는 평론가 염무웅(영남대 명예교수)의 기조 강연과 ‘김남주평전’ 작가가 김형수 시인, 서울대 방민호 교수, 충남대 박수연 교수 등 국내 작가들과 몽골의 남바프레브 시인, 베트남 호치민시 국립대학교 쩐티마이난 교수 등 국외 작가들이 함께 참여할 예정이다.

24년 김남주문학제 포스터
또 28일 밤 9시에는 해남유스호스텔에서 전국 한국작가회의 회원 200여명이 참여해 ‘김남주 30주기 추모 전국 문학인의 밤’ 행사를 펼친다.

다음 날 29일에는 오전 11시부터 김남주생가에서 ‘김남주 시인 30주기 추모·계승 청년문학제’가 서울에서 활동하는 익천문화재단 ‘길동무’ 주관으로 열린다. 송경동, 나희덕 시인 등이 참여하며 황지우 시인의 헌시 낭독 등이 준비돼 있다.

한편 추모 걸개 시화전도 오는 24일 개막해 30일까지 해남군민광장(해남문화예술회관)에서 진행된다. 한국작가회의 전국 지회 지부 회원 작품들을 통해 시인의 뜨거웠던 사랑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이와 함께 추모 아카이브전도 오는 40일까지 땅끝순례문학관(고산유적지 내)에서 펼쳐진다. 김남주 시인의 육필 원고를 비롯해 은박지 시, 사진 유품 추모 영상 등이 전시된다.

이밖에 땅끝 해남 순례도 계획돼 있다. 익천문화재단 길동무 주관으로 김남주 생가부터 고정희 생가, 땅끝순례문학관, 대흥사, 다산초당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김경윤 회장은 “우유곽 등에 쓰여 세상에 알려진 고인의 옥중 시편 들은 암울했던 80년대를 대변하는 절창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시인 김남주는 자본과 권력에 대한 통렬한 비판은 물론 자유와 통일, 민중에 대한 사랑을 온몸으로 노래한 아름다운 전사시인이었다”고 회고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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