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씻김굿, 어제의 죽음은 오늘의 태어남이다
2024년 09월 20일(금) 00:00 가가
더 씻김-채선후 지음
“…슬픔의 한은 한을 넘어서 즐거움, 밝고 유쾌한 흥으로 변한다. 한과 흥 사이에 필요한 장치가 씻김굿이다. 죽음으로 인한 슬픔을 씻김굿을 통해 손님처럼 맞이해주고, 슬픔으로 찾아온 이웃들과 함께 놀면서 슬픔을 풀어 간다. 슬픔은 ‘나’ 혼자서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슬픔을 알리고, 밤새도록 웃고, 울고 놀면서 새벽을 맞이한다. 어제의 죽음과 슬픔은 오늘의 새로움과 태어남이 된다.”
채선후 작가는 ‘더 씻김’의 ‘들어가며’에서 “진도는 진도만의 언어가 흐르는 땅”이라며 “진도 사람들은 수 천 년 역사의 흐름 속에서 수많은 전쟁과 죽음을 겪어내며 비손의 언어를 지켜내고 있다”고 말한다. 충북 음성 태생인 작가는 결혼 후 진도에 살게 되면서 ‘비손이 담긴 소리’를 접했다. 비손은 ‘두 손을 비비면서 신에게 병이 낫거나 소원을 이루게 해 달라고 비는 일’을 뜻한다. 특히 “죽은 사람의 넋을 위로하고, 산 사람들의 슬픔을 달래 주고자 하는 당골의 소리는 심금을 울린다. 씻김의 감동은 내 머릿 속에 아름다운 그림으로 남았다”고 말한다.
신간은 크게 4장(章)으로 구성돼 있다. ‘1장 씻김결’은 씻김굿에 대해 소개하고 ‘2장 소릿결’은 씻김굿의 절차와 무구(巫具·굿에 사용되는 도구), 굿판 풍경을 보여준다. 진도 씻김굿에 대해 전혀 모르는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한다. 그리고 작가는 ‘3장 바람결’에서 채정례(1925~2014) 명인의 씻김굿을 소설로, ‘4장 마음결’에서는 씻김굿이 품은 마음의 무늬를 시와 수필로 그려낸다.
“씻김굿은 죽은 영혼을 씻겨 좋은 곳에 태어나길 빌어주는 굿이다. 나는 잘 사그라들기 위한 굿이라고 말하고 싶다. 모든 존재는 생겨나고-머물다-변하고-사그라드는(죽어가는 것, 사라지는 것) 과정을 거친다. 결국 무엇이 되었건 죽는다는(사그라들거나 사라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씻김굿은 산 사람을 위해서도 슬픈 마음을 달래고, 위로하며 혼자 슬퍼하지 말고 같이 슬픔을 나누자는 의미도 있다. 살면서 맺어온 인연들이 가는 길 마지막에 다 함께 모여 굿판을 벌이는 것이다. 굿은 때로는 흥겹게, 때로는 구슬프게, 때로는 애처로운 소리로 실타래처럼 엉킨 마음을 소리로 풀어낸다.”
1980년 11월에 국가 무형유산으로 지정된 진도 씻김굿은 망자와 산자, 모두를 위한 굿이다. 세습무에 의해 행해지며, 징·장구·피리·아쟁·대금 등 다양한 악기가 사용된다. 특히 부록으로 수록된 채정례 명인의 진도 씻김굿 채록본과 QR 코드로 링크된 ‘국립남도국악원’ 영상을 통해 굿판의 생동감을 맛볼 수 있다.
작가는 ‘3장 바람결’에서 ‘넋이로세 넋이로세 넋인 줄을 몰랐더니’라는 제목의 짧은 소설을 통해 “좋은 것, 풍요로움만 좇아가는 요즘 그녀의 삶 자체가 한 편의 질박한 교훈을 남긴다”라며 ‘평생 망자의 혼을 씻겨온’ 채정례 당골의 넋을 위로한다. 한국사회는 세월호 참사(2014년)와 이태원 참사(2022년) 등 사회적 참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씻김굿이 품고 있는 ‘위로와 치유의 힘’은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작가는 ‘나가며’에서 어제와 다른 오늘의 ‘나’를 맞이하기 위한 마음결 씻김을 강조한다.
“작가로서 이 책이 독자들에게 한국 전통문화 씻김굿을 단지 알리는 선에서 그치지 않고, 하루하루 떨어뜨리고 싶은 마음속 먼지를 씻어내듯 자신의 마음결을 ‘씻김’할 기회가 되길 바란다. 이 책에 담고 싶은 ‘씻김’은 마음세수다. 어제와 다른 오늘의 ‘나’를 맞이하기 위한 마음의 세수를 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아트레이크·1만8000원>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씻김굿은 산 사람을 위해서도 슬픈 마음을 달래고, 위로하며 혼자 슬퍼하지 말고 같이 슬픔을 나누자는 의미도 있다. 살면서 맺어온 인연들이 가는 길 마지막에 다 함께 모여 굿판을 벌이는 것이다. 굿은 때로는 흥겹게, 때로는 구슬프게, 때로는 애처로운 소리로 실타래처럼 엉킨 마음을 소리로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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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씻김굿이 품고 있는 위로와 치유의 힘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필요하다. <국립 남도국악원 제공> |
작가는 ‘3장 바람결’에서 ‘넋이로세 넋이로세 넋인 줄을 몰랐더니’라는 제목의 짧은 소설을 통해 “좋은 것, 풍요로움만 좇아가는 요즘 그녀의 삶 자체가 한 편의 질박한 교훈을 남긴다”라며 ‘평생 망자의 혼을 씻겨온’ 채정례 당골의 넋을 위로한다. 한국사회는 세월호 참사(2014년)와 이태원 참사(2022년) 등 사회적 참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씻김굿이 품고 있는 ‘위로와 치유의 힘’은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작가는 ‘나가며’에서 어제와 다른 오늘의 ‘나’를 맞이하기 위한 마음결 씻김을 강조한다.
“작가로서 이 책이 독자들에게 한국 전통문화 씻김굿을 단지 알리는 선에서 그치지 않고, 하루하루 떨어뜨리고 싶은 마음속 먼지를 씻어내듯 자신의 마음결을 ‘씻김’할 기회가 되길 바란다. 이 책에 담고 싶은 ‘씻김’은 마음세수다. 어제와 다른 오늘의 ‘나’를 맞이하기 위한 마음의 세수를 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아트레이크·1만8000원>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