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정신 투영한 다섯 편의 창작관현악 초연작
2024년 09월 11일(수) 14:10
뮤직노마드 창단 15주년 ‘시절유감-광주 2024’, 12일 전남대 민주마루
‘무등산’, ‘황룡강’, ‘5·18’, ‘어등산’ 등 로컬 자원 및 역사적 소재 모티브

뮤직노마드가 지난 4월 일신홀에서 진행했던 이전 공연 장면. <뮤직노마드 제공>

광주의 시대 정신을 관현악곡에 투영한 작품은 많다. 수년 전 광주문화재단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창작관현악 버전으로 선보였던 것과 올해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이 5월 정신을 ‘이카루스’ 등이 그것이다.

광주정신을 비롯해 지역의 아름다운 자연 풍광들을 창작관현악 레퍼토리로 승화시키는 연주회가 펼쳐진다. 작곡동인단체 뮤직노마드(예술감독 정현수)가 진행하는 현대창작관현악축제 ‘시절유감-광주2024’.

행사는 오는 12일 오후 7시 30분 전남대 민주마루에서 뮤직노마드 창단 15주년을 기념해 열린다. 광주 자연을 주제로 ‘무등산’, ‘황룡강’ 등을 다룬 창작·초연곡 다섯 편을 만날 수 있다.

먼저 유복음은 광주의 기억을 투시한 곡 ‘무등’을 들려준다. 곡의 모티브가 된 황지우의 ‘무등’은 본문을 산의 형태로 나열해 무등산의 의미를 폭넓게 사유하는 13행 구체시(具體詩)다. 유 씨는 이를 한 편의 관현악곡으로 탈바꿈시켜 절망에서 희망으로 나아온 역사의 흐름을 표현한다.

강보란은 현악오케스트라를 위한 ‘기억의 재: 1980’으로 5·18 당시 비극적인 기억을 현재에 소환한다. 충돌되는 음정과 선율, 상승하는 반음계적 진행들이 ‘혼돈’, ‘갈등’의 감정들을 떠올리게 한다.

강 씨는 “‘기억의 재’는 1980년 5월, 영문도 모른 채 민중에게 들이닥쳤던 일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한 남자’를 중심으로 전개된다”며 “남자의 내면 속에서 혼돈, 순응 등 감정의 충돌이 일어나지만 이를 딛고 나아가는 희망적 내러티브를 보여준다”고 했다.

이어지는 이은주의 ‘물안개’는 플루티스트 이주혜 협연으로 울려 퍼진다. 물안개가 피어오르기 전 황룡강의 수많은 조류들을 ‘오후’, ‘밤’, ‘새벽’까지 세 부분으로 나눠 표현했다.

첫 부분은 새들의 바쁜 움직임, 중간은 밤이 드리운 황룡강 풍경을 묘사했으며 마지막은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d음의 배음(倍音)을 중심으로 형상화한다.

‘카메라타 전남’. <광주일보 자료>
한경진의 ‘어등산’도 레퍼토리에 있다. 그는 “구름과 안개가 가득했던 어느 날, 어등산 좁은 산길을 오르며 마주한 ‘생명력’을 악곡에 투영했다”며 “금관악기와 목관악기, 타악기가 각기 지닌 개성 있는 색채를 결합해 산이 주는 심상을 악곡에 풀어냈다”라고 창작 의도를 설명했다.

끝으로 정현수의 ‘영원의 흐름’은 광주의 역사·문화·자연적 요소들을 유기적인 서사로 엮은 교향시다. 지속적인 시간 흐름을 상징하는 두 음고의 트릴(꾸밈음)은 빛고을의 변화와 영속성을 대변한다.

전곡 지휘는 박인욱이 맡았으며 카메라타 전남이 협연할 예정이다. 무등산 주상절리와 어등산의 풍광, 1980년 광주 곳곳의 운치를 담은 영상들도 오케스트라 선율과 어우러진다.

출연진은 대부분 전남대 예술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한경진은 전남대 예술대에서 교수로, 이은주는 전남대 예술대 및 광주보건대 강사로 재직 중이다. 또 강보란은 전남대 및 광신대에서 강의 중이며 유복음은 ACC 테크니션 및 미디어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정현수(전남대 교수) 예술감독은 “광주가 나아갈 미래 동력에 힘을 실어주는 이번 공연이 시민들에게 풍요로운 예술적 경험과 심미안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다섯 편 창작 초연곡을 통해 관객들이 지역 자원과 역사를 사유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전석 무료(초대권 선착순 배포).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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