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여수석유화학산단…지방세 70% 줄고 가동률 ‘뚝’
2024년 09월 10일(화) 19:50
석유화학 실적 악화…상반기 여수시 세수 전국서 3번째 많이 줄어
신용등급도 일제 하락…전남도 TF팀 꾸려 친환경 산단 전환 분주

국가기간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석유화학단지가 밀집되어 있는 여수국가산업단지 전경. 여수 석유화학산단이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와 중국 및 중동의 공급과잉에 따른 업황 부진으로 전례 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광주일보 자료사진>

전남 산업의 주축으로 지역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여수 석유화학산단(여수산단)이 위기다.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와 중국 및 중동의 공급과잉에 따른 업황 부진으로 전례 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급기야 석유화학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주요 수입원인 여수의 지방소득세 징수가 크게 주는 등 지자체 살림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전남도와 도의회는 석유화학산업의 위기 대응을 위한 협의체 구성에 나서는 한편, 각국의 환경규제와 탄소배출 제한 정책을 감안, 기존 화학산업을 친환경 화학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행보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석유화학기업 실적 악화에 소득세 반토막=석유화학산업의 부진 여파로 여수시의 올해 지방소득세는 전년보다 70% 급감했다.

1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성곤(제주 서귀포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여수의 법인지방소득세는 490억원으로 전년(1599억원)보다 무려 69.3%나 줄었다.

여수의 감소율은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지방소득세 세입 규모가 큰 상위 20개 지자체 중 경기 이천(-80.9%), 경기 수원(-77%) 다음으로 크다.

법인지방소득세는 법인세를 납부해야하는 기업이 다음 년도 4월 말까지 관할 기초자치단체에 내야하는 세금으로, 지자체의 주요한 수입원 중 하나다.

지방소득세에서 법인지방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종합·양도·법인·특별징수 가운데 가장 큰 데, 일반적으로 전체 지방세 수입의 15% 정도 차지한다. 여수의 경우 그 비중이 더 크다.

지난해 상반기 거둬들인 여수지역 지방소득세는 1971억원으로 이중 법인지방소득세는 81%(1599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총액이 줄었을 뿐 아니라 전체 지방소득세 817억원 중 59%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하반기까지 기다린다고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법인지방소득세 납부 시기가 상반기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지자체 살림살이에 직접 영향을 미친 셈이다.

◇석유화학위기, 친환경으로 경쟁력 확보해야= 석유화학업계의 위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올 상반기 신용평가사들은 실적 악화에 빠진 국내 석유화학기업의 신용등급을 하향했고, 여수에서는 공장 매각설 및 가동 중단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대기업 뿐 아니라 석유화학 관련 중소기업들도 극심한 경영난에 봉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장,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7월 여천엔씨씨 등 국내 석유화학기업의 신용동급을 부정적으로 변경했고, 다른 신용평가사들도 일제히 등급을 내렸다.

여수산단 가동률도 지난 3월 기준 82.5%로, 전년 같은 달(84%)보다 1.5%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수산단은 전체 260업체 중 절반 수준인 130여개 업체가 입주해 있는 만큼, 석유화학 산업 부진으로 인한 가동률 하락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주종섭(민주·여수 6) 전남도의회 의원은 전남도의회 제 383회 임시회 기간 전략산업국에 대한 업무보고 과정에서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수익성이 맞지 않아 여수산단 내 일부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매각이 추진되는 등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며 “전남 제조업 쇠퇴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달라”고 지적했다.

강문성(민주·여수 3) 전남도의회 의원도 “전남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석유화학산업이 중국의 저가공세와 EU 탄소세 도입 등으로 큰 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전남 석유화학산업의 위기 대응을 위한 전남도 협의체 구성을 통한 대응”을 주문했다.

앞서, 여수시의회도 지난 6월 정부를 상대로 여수산단 석유화학산업 구조적 위기 극복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여수시의회는 당시 “여수산단은 1967년 조성 이래 국가와 지역 경제 성장 기반으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왔으나 최근 적자를 기록하며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친환경 산업 전환을 유도할 수 있는 범정부 차원의 지원 기구를 구성하고, 위기 대응 TF팀을 구성해 산업구조 개편 및 고용안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전남도도 이같은 점을 감안, 석유화학 위기대응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탄소중립형 친환경 화학산업 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 지정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전남도는 여수국가산단을 중심으로 석유화학산업의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글로벌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탄소중립형 친환경 화학산업 소부장 특화단지’ 로 지정받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탄소중립형 친환경 화학산업은 기존 석유화학산업에 바이오 기술을 접목한 바이오 플라스틱, 바이오 연료 등의 화이트바이오 산업과 친환경 화학산업으로 대표되는 생분해 플라스틱과 폐플라스틱 리사이클링 산업을 의미한다.

전남도는 이번 주 석유화학 위기대응 태스크포스, 여수지역 석유화학 관련 기업 등을 방문하는 등 의견 수렴을 통한 대응 방안을 구체화한다는 방침이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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