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적인 사랑 이야기 ‘토스카’ 황홀한 선율·비장한 무대 압권
2024년 09월 08일(일) 19:25
[리뷰 - 광주시립오페라단 푸치니 서거 100주년 공연]
초대형 석주 모형·입체 스크린
황금 치장 교회 등 무대 연출 공들여
뒤틀린 교회 모습에 5·18 연상
배우들 감정선 따라 연출 섬세
객석 메운 관객들 아낌없는 환호

광주시립오페라단이 지난 6~7일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오페라 ‘토스카’를 펼쳤다. 제1막 ‘성 안드레아 델라 베레 성당’에서 출연진들이 합창하는 모습.

광주시립오페라단(예술감독 최철·오페라단)이 푸치니 서거 100주년을 기념해 오페라 ‘토스카’ 전막 공연을 지난 6~7일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에 올렸다. 이 작품은 지난해 ACC 예술극장에서 콘체르탄테 버전으로 전석 매진을 기록한 바 있다. 당시 주역을 맡았던 김라희(소프라노·토스카), 김진우(테너·스폴레타)가 출연했으며 민숙연, 윤병길, 이사야, 고성현 등이 합류했다.

장막이 오르면서 관객들이 가장 먼저 마주한 풍경은 프로시니엄을 가득 채우는 교회 세트. 압권의 미장센으로 객석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성 안드레아 성당을 스크린에 굽은 상(像)으로 투시했던 지난 버전과 달리, 대리석과 황금으로 치장한 ‘일그러진 교회’를 실물 세트로 구현했다.

기울어진 초대형 석주(石柱) 여덟 개와 입체적인 스크린은 한 폭의 데포르망(왜곡)을 연상시켰다. 성결한 프레스코 성화(聖畵)마저 빛을 감춰 이날 공연이 비극으로 치닫을 것임을 암시했다.

최철 감독은 “뒤틀린 교회의 모습은 광주 5·18민중항쟁 당시 계엄군처럼 일그러진 ‘스카르피아’의 내면을 형상화한 것”이라며 “이외에도 대형 수조를 활용해 내리는 비를 표현한 장면 등, 전체적으로 무대 연출에 공력을 쏟았다”고 설명했다. 오페라단은 ‘발품’을 팔며 제작비용을 절감하는 등 노력했다는 후문이다.

제1막 ‘성 안드레아 델라 베레 성당’은 그릇된 욕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성당 벽화 작업을 의뢰받은 화가 카바라도시는 탈옥범 안젤로티를 만나고, 이를 쫓던 경시총감 스카르피아는 토스카의 연인이 범인을 숨겨줬을 거라 짐작한다. 그는 토스카의 질투심을 부추겨 카바라도시가 있을 만한 곳으로 향하게 만들며 긴장감을 자아냈다.

2막 2장 ‘그날 저녁, 파르네제 궁전 스카르피아의 방’ <광주시립오페라단 제공>
인물들의 야욕은 대사와 ‘Va, Tosca!’, ‘Ah quegli occhi’ 등 곡을 비롯해 오브제와 장치를 통해 알레고리됐다. 배우들의 감정선에 따라 실시간으로 빗물의 양을 조절한 2막은 단순한 풍경묘사를 넘어섰다는 평가다.

섬세한 빗방울은 오케스트라 음향과 함께 감동을 남겼다. 토스카가 부른 ‘예술에 살고 사랑에 살고’나 카바라도시의 ‘별은 빛나건만’ 등도 저마다 선율을 더했다.

새벽의 분위기를 묘사하듯 화음이 하강했던 3막도 인상적이다. 양치기 소년의 노래와 함께 들린 ‘종소리’는 총살형의 두려움과 토스카의 절망을 환기하는 장치였다. 극 중 토스카가 스카르피아를 살인하는 대목은 내년 7월 개봉 예정인 변영주 감독의 드라마(‘사마귀’)에도 삽입될 예정이라고 한다.

지휘는 이탈리아 밀라노 베르디 국립음악원,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를 졸업한 마르첼로 모타델리가 맡았으며 광주시립합창단, 문화신포니에타, 광주CBS소년소녀합창단 등이 출연했다. 극 중 모타델리는 카바라도시나 스카르피아 등이 두 팔을 벌리며 웅변하는 장면에서 비슷한 제스쳐를 취하며, 플로어와 피트를 어우르는 지휘법을 보여줬다.

“내 목숨으로! 오, 스카르피아! 신의 심판대 앞에서 보자!”

공연은 샤로네와 스폴레타를 피해 토스카가 성곽 아래로 몸을 던지는 장면으로 막을 내렸다. 객석에는 악곡 ‘Com’e Lunga L’attesa!’의 잔향만이 애상적인 울림으로 남았다.

이날 공연은 1517석(1층 1102석, 2층 415석, 장애인석 16석)에 달하는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펼쳐졌음에도 종합 예매율 90%에 달했다.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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