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노트르담, 장 주네 지음, 성귀수 옮김
2024년 08월 30일(금) 00:00 가가
감방에 갇힌 죄수 ‘나’는 신문에서 오려낸 살인자 20명의 사진을 몰래 붙여두고 밤마다 상상을 펼친다. 자신만의 환상 속에서 부도덕한 악인들은 서로 상호작용을 거듭한다. 범죄자들이 공상 속에서 그려내는 ‘악의 왕국’은 어떤 모습일까.
‘악의 성자’라고 불리는 장 주네의 첫 장편 소설 ‘꽃피는 노트르담’이 발간됐다. 20세기 문학사에서 가장 대담한 서정의 극치를 표현했다 평가받는 주네는, 서른둘의 나이에 프렌교도소에 수감됐을 당시 이 작품을 옥중에서 완성했다.
저자는 소설 초입에 “내가 이 책을 쓰는 이유는 그들 모두의 범죄 행각을 기리기 위함”이라 언급했다. 그는 법정 단두대에서 처형당한 범죄자들(그들)이 제도권에서 배제됐지만, 비극적인 죽음에서 나름의 의미를 발굴해 나간다.
마약 딜러이자 살인자, 책의 표제인 ‘꽃피는 노트르담’은 주인공 디빈과 미뇽의 연적이다. 모든 사람을 황홀경으로 이끄는 이 인물은 감옥이라는 한계 상황 속에서 인간의 고독한 사랑을 파국적으로 묘사하는 매개다.
“나는 내 욕망을 포기한 사람이다.(…)사람 사는 평생을 나 이 벽들 사이에서 지내게 하라. 내일 누구를 판결할 것인가? (…) 진짜든 가짜든 내가 디빈의 어깨에 올려놓은 것은 나의 운명이다.”
책은 감옥 속에서 ‘나’의 사색을 통해 자아를 성찰하는 인간 존재를 성찰한다. 재판과 형을 기다리는 트랜스젠더 주인공 죄수 주네의 모습도 초점화한다. 그의 죽음 이후 장례식장에 모인 미뇽, 고르기, 가브리엘, 알베르토 등 살인마들은 저마다 죽은 다빈과의 관계를 풀어내며 삶과 죽음, 사랑과 희생의 의미를 포착한다.
<문학동네·1만7000원>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저자는 소설 초입에 “내가 이 책을 쓰는 이유는 그들 모두의 범죄 행각을 기리기 위함”이라 언급했다. 그는 법정 단두대에서 처형당한 범죄자들(그들)이 제도권에서 배제됐지만, 비극적인 죽음에서 나름의 의미를 발굴해 나간다.
“나는 내 욕망을 포기한 사람이다.(…)사람 사는 평생을 나 이 벽들 사이에서 지내게 하라. 내일 누구를 판결할 것인가? (…) 진짜든 가짜든 내가 디빈의 어깨에 올려놓은 것은 나의 운명이다.”
<문학동네·1만7000원>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