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여자들이 쌓아온 전투적 노동운동의 역사
2024년 08월 30일(금) 00:00 가가
체공녀 연대기, 1931-2011 남화숙 지음, 남관숙 옮김
‘체공녀’라는 생소한 단어와 ‘강주룡’이라는 낯선 이름을 처음 만난 건 장편소설 ‘체공녀 강주룡’(2018·한겨레출판사)이었다. 소설의 모티브가 된 여성 강주룡의 삶은 1931년 5월 30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사진 한장과 기사가 잘 보여준다.
평양의 을밀대 지붕 위에 팔짱을 끼고 앉아 있는 한 여성의 사진은 그 자체만으로도 놀라운데, 그가 지붕 위에서 사람들에게 행한 연설은 더 인상적이다. 평원고무에서 일하는 그는 공장측의 잘못을 규탄하고 공장 노동자들의 참담한 현실을 알렸다. 부당한 임금 삭감이 관철될 경우 평양의 고무 노동자 2000여명에게 그 영향이 미칠 것임을 설파하며 ‘고공농성’을 이어간 그는 “근로대중을 대표하야 죽음을 명예로 알 뿐”이라고 말했다.
노동사학자 남화숙의 ‘체공녀 연대기, 1931-2011’은 192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한 세기에 걸친 한국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의 역사를 촘촘히 복원해 낸 책으로 극도의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들의 꿈과 희망을 놓지 않았던 여성들의 연대기다. 제목에 등장하는 ‘2011년’이 상징하는 인물은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반대해 35m 고공 크레인 위에 올라가 309일간 농성을 이어간 용접공 김진숙이다.
영어판 제목은 ‘체공녀들(Women in the sky)로 아시아학회가 한국학 분야에 수여하는 ‘제임스 팔레 저작상’과 미국역사학회가 동아시아 역사 부문에 수여하는 존 페어뱅크상을 수상했다.
제대로 기억되고 말해지지 않았지만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은 오랜 기간 이어졌다. 강주룡의 이야기를 출발로 식민지 시기 평양의 고무농장 여성 노동자들의 전투성에 주목한 저자는 해방 후 조선방직(조방) 부산공장 노동자들에 초점을 맞춘다. 조방 여성 노동자 1000여명이 참여한 1952년 쟁의는 1953년 노동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기여한 핵심 쟁의였고, 사학자 나카오 미치코는 이를 “현대 한국의 노사 관계, 더 나아가 정치 시스템 전체의 스타트 라인”이라 규정한다.
여성 노동자들이 다시 노동 현장의 전투적 주체로 떠오른 것은 1970년대 섬유 전자 산업에서다. 공장 여성을 비하하는 ‘공순이’라는 말이 만연한 가운데 ‘성장 우선주의’ 이데올로기가 주류가 되면서 산업노동자에 대한 착취, 특히 여성에 대한 착취와 모욕은 심해졌고 그들의 고통과 투쟁 역시 지속됐다.
책은 페미니스트 의식을 키운 ‘여성해방운동 기수회’를 거쳐 최초의 여성 노조위원장이 등장한 동일방직의 투쟁 등을 통해 남성 중심 노조에 대항한 역사를 조명한다. ‘고공농성’의 주인공 김진숙을 통해서는 페미니즘과 정규직 중심의 노조 운동에 대한 문제 등에 대한 질문도 던진다.
저자는 “역사 속 수많은 여성들은 자율적이고 대담하며 유능한 활동가로서 자질과 능력을 보여줬고, 노동하는 여성들의 공동체를 키우며 성장해 나갔다. 또 노동운동과 사회 전반의 뿌리 깊은 성차별적 문화와 위계질서에 항의하고 때로는 이를 극복하면서 중요한 고비마다 민주적 변화를 위한 중요한 계기를 제공했다”고 강조한다.
<후마니타스·2만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노동사학자 남화숙의 ‘체공녀 연대기, 1931-2011’은 192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한 세기에 걸친 한국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의 역사를 촘촘히 복원해 낸 책으로 극도의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들의 꿈과 희망을 놓지 않았던 여성들의 연대기다. 제목에 등장하는 ‘2011년’이 상징하는 인물은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반대해 35m 고공 크레인 위에 올라가 309일간 농성을 이어간 용접공 김진숙이다.
여성 노동자들이 다시 노동 현장의 전투적 주체로 떠오른 것은 1970년대 섬유 전자 산업에서다. 공장 여성을 비하하는 ‘공순이’라는 말이 만연한 가운데 ‘성장 우선주의’ 이데올로기가 주류가 되면서 산업노동자에 대한 착취, 특히 여성에 대한 착취와 모욕은 심해졌고 그들의 고통과 투쟁 역시 지속됐다.
책은 페미니스트 의식을 키운 ‘여성해방운동 기수회’를 거쳐 최초의 여성 노조위원장이 등장한 동일방직의 투쟁 등을 통해 남성 중심 노조에 대항한 역사를 조명한다. ‘고공농성’의 주인공 김진숙을 통해서는 페미니즘과 정규직 중심의 노조 운동에 대한 문제 등에 대한 질문도 던진다.
저자는 “역사 속 수많은 여성들은 자율적이고 대담하며 유능한 활동가로서 자질과 능력을 보여줬고, 노동하는 여성들의 공동체를 키우며 성장해 나갔다. 또 노동운동과 사회 전반의 뿌리 깊은 성차별적 문화와 위계질서에 항의하고 때로는 이를 극복하면서 중요한 고비마다 민주적 변화를 위한 중요한 계기를 제공했다”고 강조한다.
<후마니타스·2만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