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고문’이 된 국립현대미술관 광주 분관 - 박성천 문화부장·편집국 부국장
2024년 08월 27일(화) 22:00 가가
국립현대미술관은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품을 수집하거나 전시, 소장하는 국가 차원의 미술관이다. 과거와 현재, 미래의 문화적 가치를 조명하고 구현하는 대표 문화기관이다. 1969년 경복궁에서 개관한 것이 시초인데 1973년 덕수궁석조전 동관으로 이전했다가, 1986년 과천 부지에 과천관이 완공됐다. 1998년에는 덕수궁 석조전 서관이 현대미술관 분관인 덕수궁미술관으로 오픈했으며, 2013년에는 서울 소격동에 복합문화시설인 서울관이 건립됐다. 이로써 현대미술관은 수도권에 3개 미술관(과천관·덕수궁관·서울관) 체제를 갖춘다.
현대미술관 분관은 수도권 외에 타 지역에도 있다. 중부권에는 2018년 청주 연초제조창을 리모델링한 청주관 외에 오는 2026년에는 옛 충남도청을 개조한 대전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밖에 영남권에는 진주관 설치를 위한 타당성조사용역 예산이 올해 반영됨에 따라 수년 내 개관할 가능성이 높다.
지역 분관 향방 가늠할 수 없어
그에 비해 현대미술관의 호남권 유치는 불확실하다. 수년째 헛바퀴만 돌리고 있어 자칫 ‘희망 고문’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치와 경제를 비롯해 모든 자산이 블랙홀처럼 수도권으로 집중화되는 상황에서 미술관마저도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추가로 1곳이 개관 예정인 중부권과 건립이 가시화되는 영남권과 비교해 광주 분관 향방은 가늠조차 할 수 없다는 데 있다.
27일 확정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분관 예산이 반영되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려는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해 타당성용역예산이 기재부 심사에 막힌데 이어 올해도 정부 예산안에 포함되지 않아 광주 분관 유치는 현재로선 상당 부분 동력을 잃었다. 이에 앞서 광주관 유치 관련 토론회가 최근 국회에서 열린 바 있다. 광주시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지원포럼(지원포럼), 민형배의원, 안도걸 의원 등이 공동 주최한 토론회는 전문가를 비롯해 예술인, 지원포럼 관계자들이 참석해 국회 차원의 여론을 환기하는 자리였다.
류재한 지원포럼 회장은 광주관 필요성에 대해 “아시아문화중심도시, 동아시아문화도시,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광주는 분관 유치를 통해 세계를 향한 문화예술의 창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광주의 문화자산인 미디어아트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도시 브랜드 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는 논리다. 변길현 하정웅미술관장은 ‘광주관의 차별화 전략의 중요성’이라는 발제문에서 “광주관은 레지던시 특화형 미술관으로 건립, 기존의 청주관과 대전관의 수장센터 역할을 뛰어넘는 새로운 패러다임 미술관으로 건립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광주비엔날레,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분관을 활용해 국제미술도시 광주를 K컬쳐 브랜드 도시로 견인하자는 취지다.
사실 지역의 광주분관 유치는 20여 년 전부터 제기됐다. 한때는 미술계를 중심으로 중앙초 부지를 분관으로 희망하기도 했지만 동문들 반대로 더 이상 진척되지 않았다. 이후 몇 차례 여론이 일었지만 구체적인 현실화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광주시가 옛 신양파크호텔 부지에 분관 건립안을 세우면서 불씨가 되살아났다. 2019년 이후 휴업 상태로 있던 호텔 부지에 공동주택 건축 추진과 맞물려 난개발 논란에 휩싸이자, 시가 369억원에 해당 부지를 매입한 것이다. 이를 토대로 민관정 위원회와 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미술관 부지로 확정됐다.
허울뿐인 문화수도 광주의 실상
윤 대통령의 지난 대선 공약 가운데 하나가 ‘문화예술허브’다. 수도권에 집중된 문화자산 등을 지방분권 취지에 맞춰 분산한다는 의미일 게다. 현대미술관 분관 설치 여부에 따라 문화 인프라는 물론 국제미술계와의 네트워크 구축 등 적잖은 현안이 영향을 받을 것이다.
오비이락이라고 해야 할까. 최근 정부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사업의 중요 사항을 심의하는 기구인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를 대통령 소속에서 국무총리 소속으로 전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특별법(아특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조성사업의 기본 방향·제도, 종합계획 수립 등을 심의하는 조성위는 예술공간 조성, 문화콘텐츠산업 등과도 직간접적인 연관이 있다. 정부는 개정안 제안을 행정기관 소속 위원회의 효율적 운영이 목적이라고 밝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역 시민문화단체는 “지역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함에도 불구하고 21대 국회에서 폐기 처분됐던 아특법 개정안을 윤석열 정부가 또다시 시도하는 것에 대해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전가의 보도처럼 회자되는 말 가운데 ‘예향 광주’, ‘문화수도 광주’라는 수사가 있다. 분명 지역의 자부심을 대변하는 말이지만 실상을 알고 나면 허탈해진다. 겉보기만 그럴듯한 브랜드 네이밍은 외화내빈에 다름아니다. 현대미술관 분관 하나 없는 문화중심도시 광주는 허울에 불과하다. 언제쯤 ‘희망고문’이 멈출까 싶다.
그에 비해 현대미술관의 호남권 유치는 불확실하다. 수년째 헛바퀴만 돌리고 있어 자칫 ‘희망 고문’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치와 경제를 비롯해 모든 자산이 블랙홀처럼 수도권으로 집중화되는 상황에서 미술관마저도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추가로 1곳이 개관 예정인 중부권과 건립이 가시화되는 영남권과 비교해 광주 분관 향방은 가늠조차 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류재한 지원포럼 회장은 광주관 필요성에 대해 “아시아문화중심도시, 동아시아문화도시,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광주는 분관 유치를 통해 세계를 향한 문화예술의 창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광주의 문화자산인 미디어아트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도시 브랜드 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는 논리다. 변길현 하정웅미술관장은 ‘광주관의 차별화 전략의 중요성’이라는 발제문에서 “광주관은 레지던시 특화형 미술관으로 건립, 기존의 청주관과 대전관의 수장센터 역할을 뛰어넘는 새로운 패러다임 미술관으로 건립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광주비엔날레,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분관을 활용해 국제미술도시 광주를 K컬쳐 브랜드 도시로 견인하자는 취지다.
사실 지역의 광주분관 유치는 20여 년 전부터 제기됐다. 한때는 미술계를 중심으로 중앙초 부지를 분관으로 희망하기도 했지만 동문들 반대로 더 이상 진척되지 않았다. 이후 몇 차례 여론이 일었지만 구체적인 현실화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광주시가 옛 신양파크호텔 부지에 분관 건립안을 세우면서 불씨가 되살아났다. 2019년 이후 휴업 상태로 있던 호텔 부지에 공동주택 건축 추진과 맞물려 난개발 논란에 휩싸이자, 시가 369억원에 해당 부지를 매입한 것이다. 이를 토대로 민관정 위원회와 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미술관 부지로 확정됐다.
허울뿐인 문화수도 광주의 실상
윤 대통령의 지난 대선 공약 가운데 하나가 ‘문화예술허브’다. 수도권에 집중된 문화자산 등을 지방분권 취지에 맞춰 분산한다는 의미일 게다. 현대미술관 분관 설치 여부에 따라 문화 인프라는 물론 국제미술계와의 네트워크 구축 등 적잖은 현안이 영향을 받을 것이다.
오비이락이라고 해야 할까. 최근 정부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사업의 중요 사항을 심의하는 기구인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를 대통령 소속에서 국무총리 소속으로 전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특별법(아특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조성사업의 기본 방향·제도, 종합계획 수립 등을 심의하는 조성위는 예술공간 조성, 문화콘텐츠산업 등과도 직간접적인 연관이 있다. 정부는 개정안 제안을 행정기관 소속 위원회의 효율적 운영이 목적이라고 밝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역 시민문화단체는 “지역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함에도 불구하고 21대 국회에서 폐기 처분됐던 아특법 개정안을 윤석열 정부가 또다시 시도하는 것에 대해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전가의 보도처럼 회자되는 말 가운데 ‘예향 광주’, ‘문화수도 광주’라는 수사가 있다. 분명 지역의 자부심을 대변하는 말이지만 실상을 알고 나면 허탈해진다. 겉보기만 그럴듯한 브랜드 네이밍은 외화내빈에 다름아니다. 현대미술관 분관 하나 없는 문화중심도시 광주는 허울에 불과하다. 언제쯤 ‘희망고문’이 멈출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