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지역 기반 활동하는 예술가들의 예술에 대한 생각들
2024년 08월 23일(금) 14:00
WE ARE ARTISTS, 김유나·서정은 지음
예술 작품을 창작하거나 이에 종사하는 이를 일컬어 예술가라 한다. 사전적 의미는 단순명료하다. 그러나 예술가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본질적으로 예술은 자유분방하며 독립적이다. 물론 오늘날에는 다양한 형태의 콜라보를 매개로 예술적 행위나 작품 창작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빛고을에는 다양한 영역의 예술가들이 있다. 광주가 예향(藝鄕)인 것은 예맥(藝脈)이 면면히 흐르기도 하지만 예술가들이 다양한 창작활동을 펼치기 때문일 것이다. 오랫동안 대물림해온 전통 장르부터 첨단 기술을 토대로 한 미디어아트에 이르기까지 다채롭다.

광주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예술가들은 예술에 대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지향하는 예술, 현실적인 고민, 지역에 대한 생각, 미래에 대한 비전 등을 담은 책이 발간됐다. ‘WE ARE ARTISTS’(우리는 예술가입니다)는 18명의 예술가를 통해 지역문화의 이모저모를 담아낸 대화집이다.

책을 펴낸 이는 ‘우리는 농부입니다’라는 인터뷰 에세이집을 펴낸 김유나 작가와 미술수업 가이드북 ‘다르게 보는 눈, 예술가 되어’의 공저자인 서정은 작가다. 김 작가는 “인간의 삶 속에서 발생하는 학습을 생애맥락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노력”을 견지하는 연구자이며, 서 작가는 “예술 활동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몸과 마음에 일어나는 미세한 변화들에 관심이” 많은 연구자다.

이번 책은 다양한 직업군의 인물들 이야기를 담아내는 ‘WE, PEOPLE’ 프로젝트 두 번째로 기획됐다. 서로 다른 삶을 사는 이들을 만나 그들의 ‘진심’을 전달하고 함께 공유하자는 의도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왜 광주였을까. 김 작가는 발레리나이자 안무가인 노윤정의 이야기를 들으며 광주만의 특성을 찾았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시립발레단은 광주가 유일하다. 다른 시도에도 무용단이 있지만 대부분 한국무용단이며, 대구는 현대무용단이 있다. 대부분 시민들은 광주 시립발레단이 전국 유일무이하다는 것을 잘 모르는 상황이다.

‘47세 현역 발레리나’라는 타이틀에 대해 노 발레리나는 이렇게 답했다. “저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너무 일찍 발레를 그만두는 동료, 후배들을 많이 봐왔기에 오래도록 춤을 추고 싶어 하는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싶기도 해요.”

47세에도 무대에 오르는 노 발레리나에 대해 저자는 ‘경력만큼의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본다. 모든 이야기가 발레리나에게서 이어지지만 결국 ‘동시대를 사는 모두의 이야기’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책에는 대학시절 수업에서 전환점을 맞은 이인성<사진> 작가 이야기도 있다. 인물을 빨간색으로 칠했는데 교수님께서 야수파 이야기를 해주셨다는 에피소드다. 그날 이 작가는 다른 유형의 그림과 회화적 시도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드로잉이 실수였는데 미술에 관해 많은 가능성을 알게 해준 계기였다고 기억한다.

사회에 대한 메시지가 있느냐는 물음에 이인성 작가는 “작품에 개인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이 교차하는 지점”을 구현한다고 했다. 그의 작품 ‘뗏목 위의 두 사람’은 선장과 어부를 상징한다. 현실과 이상의 대비를 상징하는 것으로, 작품 속 주황색 점은 추상적이면서도 다양한 의미를 함의한다.

대산대학문학상 수상작가인 동화작가 전여울에 대한 인터뷰도 있다. 전 작가는 동화는 어른의 시선으로 어린이를 재단하는 장르가 아니라고 본다. 그는 대구 출신이지만 대학에 입학하며 광주로 왔다. 성인 이후로는 줄곧 빛고을에서 살았고 지금은 직장 일로 고흥에 내려와 있다. 그에게 광주는 “생각을 확장해준 도시”다.

이밖에 책에는 연극인이자 독립기획자 임인자를 비롯해 사회운동가인 판화가 김키미, 시민예술가 박세미, 아쟁연주자이자 음악감독 유세윤, 스트릿댄스 팀 빛고을댄서스 등 다양한 광주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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