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마음 공명시키는 중국 현대시인 24명의 시 이야기
2024년 08월 22일(목) 21:55 가가
시는 살아 있다
성민엽 지음
성민엽 지음
“비열은 비열한 자의 통행증,/ 고상은 고상한 자의 묘비명./ 보아라, 저 도금한 하늘에,/ 죽은 자의 굽은 그림자(倒影) 가득히 나부낀다.”
1949년생인 중국 베이다오(北道) 시인이 쓴 ‘회답’(回答)의 1연이다. 1976년 4·5천안문 사건 때와 1989년 6·4천안문 사건 때 광장에 나붙고, 군중에 의해 낭송된 시다. 당시 해외 체류중이던 시인은 이로 인해 귀국하지 못하고 망명을 하게 된다. 2005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시인은 저자의 “해외망명 생활이 시 스타일에도 변화를 가져왔냐?”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외국생활을 하면서 모국어에 더욱 가까워졌다. 모국어는 작가에게 숙명적인 것이며 시인의 생명과도 같다.”
문학평론가 성민엽 서울대 중문과 명예교수가 들려주는 중국 현대시인 24명의 시 이야기다.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성민엽의 문학 이야기’에 업로드 했던 글 가운데 35편을 가려내 다듬었다. 베이다오와 스즈, 수팅, 란란 등 20~21세기 중국 시인들의 이름과 작품은 생경하기만 하다. 1917년 후스(胡適·1891~1962)가 ‘백화’(白話·구어로서의 중국어)로 시 8편을 발표한 때를 중국 현대시의 시작으로 본다.
‘시를 찾고 그 시가 더욱 살아나는 모습을 보는 것’을 스스로 맡은 임무라 여기는 저자는 시 한편 한편을 꼼꼼하게 읽으며 의미를 파악하고 우리말로 직접 번역을 했다. 중국 최초 여성 건축가이자 시인·작가인 린후이인(林微因·1904~1955)이 쓴 시 ‘너는 인간 세상의 4월의 날’(1934년 작)의 경우 원문 ‘四月天’을 저자는 ‘4월’이나 ‘4월의 하늘’이 아닌 ‘4월의 날’로 옮겼다. 시인이 어머니로서 인간세상에서 ‘진정한 소생의 시간’(두 살 난 아이)을 발견한 순간의 감격을 표현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저자는 중국 시인의 시를 소개하며 시가 창작된 배경을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다시 케임브리지와 작별하며’(1928년 작)를 쓴 쉬즈모(徐志摩·1897~1931)는 23살이던 1920년 16살 린후이인을 런던에서 처음 만나 교류했는데, 1931년 린후이인의 건축 강연회에 참석하려다 비행기 사고로 죽었다. 저자는 독자들의 시 감상을 돕기 위해 쉬즈모의 연애시 ‘눈꽃의 기쁨’(1924년)과 ‘우연’(1926년)을 원작으로 한 합창단 동영상과 영화 ‘사랑의 스잔나’ 주제가를 QR코드를 첨부해놓았다.
신간은 중국 현대시와 역사, 인물을 함께 어우러지게 해 생소한 중국 현대시의 세계로 독자들을 이끈다. 스즈의 ‘미래를 묻는다’(1968년)와 베이다오의 ‘회답’(1976년), 구청의 ‘한 세대 사람들’(1979년), 수팅의 ‘상수리나무에게’(1979년), 둬둬의 ‘거주자’(1989년) 등과 같은 시에서 중국 현대시의 저력을 느낀다. 하이즈의 ‘바다를 바라보는, 꽃피는 봄날’은 2020년 가요로도 불려 코로나19로 힘들어 하던 우한 시민들에게 용기를 주었다. 저자는 독자가 시를 읽을 때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공명’을 중시한다. 그래서 “공명은 시를 시인의 것이면서 동시에 독자의 것으로 만들어 줍니다. 공명을 일으킨 우리 모두는 시인입니다”라고 말한다. <문학과지성사·1만8000원>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1949년생인 중국 베이다오(北道) 시인이 쓴 ‘회답’(回答)의 1연이다. 1976년 4·5천안문 사건 때와 1989년 6·4천안문 사건 때 광장에 나붙고, 군중에 의해 낭송된 시다. 당시 해외 체류중이던 시인은 이로 인해 귀국하지 못하고 망명을 하게 된다. 2005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시인은 저자의 “해외망명 생활이 시 스타일에도 변화를 가져왔냐?”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문학평론가 성민엽 서울대 중문과 명예교수가 들려주는 중국 현대시인 24명의 시 이야기다.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성민엽의 문학 이야기’에 업로드 했던 글 가운데 35편을 가려내 다듬었다. 베이다오와 스즈, 수팅, 란란 등 20~21세기 중국 시인들의 이름과 작품은 생경하기만 하다. 1917년 후스(胡適·1891~1962)가 ‘백화’(白話·구어로서의 중국어)로 시 8편을 발표한 때를 중국 현대시의 시작으로 본다.
신간은 중국 현대시와 역사, 인물을 함께 어우러지게 해 생소한 중국 현대시의 세계로 독자들을 이끈다. 스즈의 ‘미래를 묻는다’(1968년)와 베이다오의 ‘회답’(1976년), 구청의 ‘한 세대 사람들’(1979년), 수팅의 ‘상수리나무에게’(1979년), 둬둬의 ‘거주자’(1989년) 등과 같은 시에서 중국 현대시의 저력을 느낀다. 하이즈의 ‘바다를 바라보는, 꽃피는 봄날’은 2020년 가요로도 불려 코로나19로 힘들어 하던 우한 시민들에게 용기를 주었다. 저자는 독자가 시를 읽을 때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공명’을 중시한다. 그래서 “공명은 시를 시인의 것이면서 동시에 독자의 것으로 만들어 줍니다. 공명을 일으킨 우리 모두는 시인입니다”라고 말한다. <문학과지성사·1만8000원>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