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더 강해진 ‘친명 체제’… 호남, 선출직 지도부 또 무산
2024년 08월 18일(일) 21:05
이재명 대표 압도적 지지·친명 인사 지도부 대거 입성
전당대회 국민 관심 못 끌어… ‘호남정치 복원’ 과제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후보가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전국당원대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18일 전당대회를 통해 ‘제2기 이재명호’의 출범을 알렸다. 이재명 후보는 압도적인 지지율 속에서 당 대표에 재선임되면서 대선 가도를 위한 발판을 다지게 됐고, 함께 구성된 22대 국회 첫 민주당 지도부는 2026년 지방선거를 총지휘하게 된다.

반면, 이번 전당대회에서 민주당이 전혀 컨벤션 효과를 거두지 못했고 ‘친이재명’ 중심의 지도부 입성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으며, 민주당의 ‘텃밭’이라고 불리는 광주·전남은 또 한 번 선출직 민주당 지도부 입성에 실패했다.

◇제2기 이재명호 출범=이번 민주당 전당대회를 통해 ‘친이재명’ 인사들이 대거 지도부에 입성하면서 이재명 신임 대표의 입지도 더욱 탄탄해질 전망이다.

특히 최근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복권에 따라 민주당 대권 전선이 다양화하고 경쟁 구도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지만 이 대표는 친정체제를 구축하면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최고위원 경선 과정에서 원외 인사인 정봉주 후보가 이 대표의 최고위원 경선 개입과 이재명의 이름을 팔아 정치를 이어가는 ‘친명팔이’를 지적했지만 당원의 반발도 거셌다. 김두관 당 대표 후보도 민주당이 이재명 1인 체제로 굳어지는 현실을 질타했지만 당원의 지지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최고위원 후보들도 이 대표와의 친분만을 과시하면서 표밭을 다지는데 바빴다.

이에 따라 일부 최고위원 등이 민주당 지도부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더라도 큰 울림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민주당 최고위 의사결정 구조가 ‘만장일치’로 규정돼 있지만 의견이 갈리는 사안의 경우, 당 대표에게 일임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독점 구조는 전당대회 무관심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국민의힘이 자책골에 가까울 정도로 후보간 설전을 벌이며 지지율이 소폭 상승한 것과 달리, 민주당은 전당대회를 진행하면서 국민의 관심을 끌어내지 못했다.

◇호남 정치는 다시 변방으로=광주·전남 전당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며 한 때 반등에 성공했던 민형배(광주 광산을) 국회의원은 호남 출향민이 많은 수도권에서의 반등을 기대했지만, 연이은 부진 탓에 최고위원에 입성하지 못했다. 민 의원을 포함해 21대 이후 호남 국회의원의 선출직 지도부 도전은 4차례 이뤄졌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민주당 전체 당원 중 33.3%를 광주·전남이 차지하기 때문에 이 지역 출신의 당선이 유리하고, 수도권 표심에 ‘호남의 선택’이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은 이번에도 어긋났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가 결정하는 지명직 최고위원(2명)에 광주·전남지역을 배려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민 의원이 호남 몫 지명직 최고위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가 대선 준비 등을 고려했을 때 이마저도 쉽지는 않다. 전주 출신의 한준호(고양을) 의원이 이미 최고위원으로 선택을 받았고, 대선을 고려했을 때 열세 지역인 영남과 여성·청년을 우선 선택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치권에서 광주·전남이 변방으로 몰리고 있는 것은 민주당 내에서 호남 정치력이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과거 민주당 내 가장 큰 계파 중 하나였던 호남이 분열되면서 이제는 선출직 최고위원 한 명 만들 수 없는 구조가 됐다.

호남이 민주당의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이라는 점도 호남 정치 약화를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무나 공천해도 본선에서 당선된다’는 공식 탓에 광주·전남·북 국회의원들이 호남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정국을 이끌어 가는 게 아니라 당 지도부의 눈치를 보는데 급급했다.

민주당 중앙당 한 관계자는 “호남의 초선 국회의원 비율이 높아져 조직을 동원할 힘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서울과 수도권에서 ‘호남의 뜻’을 체계적으로 표로 연결하는 구심점과 시스템이 사라졌다는 것이 증명된 전당대회다”라고 분석했다.

/오광록 기자 kro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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