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현의 가르침을 오늘의 상황에 대입해 풀어냈지요”
2024년 08월 17일(토) 11:40
고봉 기대승 13대손 기세규 박사 ‘인간의 길, 고전에서 묻다’ 펴내
‘사람은 왜 배워야 하는가’ 등…출판기념회 30일광주향교 유림회관

기세규 박사

“공자가 제시한 군자의 첫 번째 조건은 화를 조절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人不知而不온 不亦君子乎)라는 말이 있습니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화내지 않는다면 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느냐는 뜻이지요.”

올 여름은 예년에 비해 유난히 무덥고 길었다. 어떤 이들은 날씨 외에도 곳곳에서 벌어지는 비상식적인 일들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했다.

우리 주변에는 간혹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불같이 화를 내는 이들이 있다.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어려운 문제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광주 임곡동에서 고봉 기대승의 13대손으로 태어난 기세규 박사(광주유학대학 교수)가 고전을 모티브로 한 책을 펴내 눈길을 끈다.

‘인간의 길, 고전에서 묻다’(시와 사람)는 자칫 딱딱하게 느낄 수 있는 고전 속 문구들을 다양한 실례를 들어 쉽게 풀이하고 있다. ‘기세규 박사의 손에 잡히는 인문학’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책은 “성현의 가르침에 시공을 초월한 영속성을 대입”한 것이 특징이다.

기 박사가 고전을 주제로 한 책을 낸 것은 “유교를 중심으로 한 동양고전의 강해방법이 과거와 현대를 관통할 수는 없을까, 라는 생각에서 비롯됐다”며 “수천 년 전 가르침이 오늘날에도 삶의 가치를 규정짓고 있는 현대적 상황과 연계해 풀어냈다”고 전했다.

기 박사는 현재 광주유학대학 교수로 시민들을 상대로 고전을 함께 읽고 뜻을 되새기는 공부를 하고 있다. 성균관 광주시본부교육원장과 광주문인협회 한시분과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번 책을 내놓으며 나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는 말에서 그와 한학(漢學)의 관계는 보통의 사람들이 공부하는 그것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고봉 기대승의 가문이라는 배경이 그를 학문의 길로 이끌었던 듯 싶다.

그동안 그는 ‘맹자 성선설의 형성 기원 고찰’, ‘유교사상이 조선시대 상도(常道)에 미친 영향에 관한 연구’ 등 유학사상과 관련한 다수의 논문과 책을 펴냈다.

“어린 시절 고향인 임곡에서 큰 외숙이 서당을 하셨습니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저는 동네 형들을 따라 서당을 다니며 한자를 배우고 한문을 외웠지요. 철이 들면서 집안 어르신들로부터 ‘기가(寄哥)들은 고봉 기대승 할아버지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학문을 닦고 행실을 바로 해야 한다’는 말을 귀가 따갑도록 들었습니다. 공부는 독학으로 했지만 그에 비해 학문하는 과정은 우연이자 필연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번 책은 ‘사람은 왜 배워야 하는가’, ‘고전! 사람 사는 법에 대하여’, ‘용서는 무엇인가’, ‘올바르게 얻은 부의 당당함이 세상을 이끈다’ 등 실생활에서 적요할 수 있는 내용들로 구성돼 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고전의 명구를 물었다. 그는 맹자의 가르침 가운데 ‘잃어버린 마음을 되찾는 것’의 중요성을 담은 문구를 소개했다.

맹자가 이런 말씀을 했습니다. “‘인유계견방즉지구지 유방심이부지구 학문지도 무타 구기방심이이의’(人有鷄犬放則知求之/ 有放心而不知求/ 學問之道 無他/ 求其放心而已矣). 즉 ‘사람이 닭과 개를 잃어버리면 찾을 줄을 알되 마음을 잃고서는 찾을 줄을 모르는데 학문하는 길은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다. 사람으로서 그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가는 길이다’ 라는 의미지요.”

한편 책 발간을 기념하는 출판기념회가 오는 30일(오후 2시) 광주향교 유림회관 2층에서 열릴 예정이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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