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진 ‘광주 고대사’ 누구 책임인가 - 윤영기 사회·체육담당 부국장
2024년 08월 14일(수) 00:00 가가
기구한 운명이다. 광주 고대사를 증언하는 각화동 고분 두 기가 허망하게 사라졌다. 각화동 1호분은 1980년대 광주 북구 각화동 농산물도매시장 건립 과정에서 자취를 감췄다. 흔적을 찾을 수 없는 각화동 1호분은 학술지에 사진으로만 남았다. 당시 민도가 문화유산 복원·이전을 거론할 수준이 아니었기에 빚어진 참사였다. 최근 파괴 사실이 알려진 각화동 2호분은 북구 각화정수장 입구 언덕에 있었다. 문화동주민자치위원회의가 2009년 호남문화재연구원에 발굴을 의뢰해 빛을 봤다. 발굴 비용이 턱없이 모자랐지만 호남문화재연구원은 “정비·복원에 필요한 학술자료를 수집하고 활용방안을 찾으려 한다”는 주민들의 뜻을 소중히 여겨 조사에 나섰다.
무관심에 각화동 고분 모두 사라져
각화동 2호분의 역사적인 위상은 매우 높다. 광주·전남 고대사의 뿌리인 마한이 백제에 병합되기 전 마지막 숨결이 남아 있는 고분으로 확인됐다. 각화동 2호분은 고고학계에서 광주지역 고분을 조명할 때 반드시 거론한다. 이 고분은 2012년 광주시지정 문화유산자료(문화재 자료)로 지정 예고됐으나 무산되고 말았다. 땅 주인이 돌연 매장유산 지정요구를 철회한 탓이다. 고분이 매장유산으로 지정되면 주변 지역이 건축제한 등 규제를 받기 때문에 주민이 반대한다는 이유였다. 한 동안 잊혀졌던 각화동 2호분은 2021년 형체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됐다. 해당 부지를 사들인 토지 소유주가 건물 신축을 위해 터파기 공사 중 고분을 훼손한 사실이 드러났다. 북구청은 유적 존재 여부 등을 꼼꼼히 살펴야 했음에도 건축허가를 내줘 직무를 유기했다. 만시지탄이지만 애초 토지 소유주가 문화유산자료 지정요구를 철회했을 때 이전·복원 등을 검토했더라면 유적이 파괴되는 최악의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 결국, 자치단체의 무관심과 방관으로 ‘광주의 역사’가 지워진 것이다.
광주 고대사의 수난은 현재 진행이다. 광산구 신창동 유적은 1963년부터 28차례 발굴이 이뤄진 국가유산(사적 제375호)이다. 기원전 1세기 원삼국시대 유물이 총 2000여 점이나 출토됐다. 현악기인 슬과 북, 수레바퀴 일부, 비단, 베틀, 유리구슬, 칠기, 활 등 한국 최초·최고 유물들이 쏟아졌다. 사적 지정 면적(26만715㎡)의 30% 밖에 발굴하지 못한 신창동 유적은 일본을 대표하는 요시노가리 유적(청동기시대 마을 유적)에 버금가는 역사·관광 콘텐츠가 될 것으로 평가받는다. 아쉽게도 호남고속도로가 지난 1992년 개설되면서 유적지가 두 동강 난 상태다.
신창동 국가사적 또다시 훼손 위기
내년이면 신창동 유적지는 또 한 차례 수난을 겪게 된다. 호남고속도로 동광주IC~광산IC 확장공사에 유적지 1.85㎞ 구간이 포함돼 파헤쳐질 운명이다. 2020년부터 3차례 심의를 부결·보류한 국가유산청은 국토교통부의 거듭된 확장공사 심의요청에 조건부 개발을 허용했다. 법적으로 국가사적이니 국가유산청 소관이라 해도 광주시와 광산구의 침묵은 온당치 않다. 국가사적을 보유한 지자체가 훼손을 묵인·방치했다는 오명까지 피할 수는 없다. 광주시나 광산구가 전문가들의 조언을 한 번 쯤이라도 귀담아 들었다면 이런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임영진 마한연구원장은 광주일보에 쓴 글(‘고고학자 임영진 교수가 본 마한’)에서 “고속도로 확장 때가 되면 우회는 어렵더라도 고속도로를 지하에 설치해 동강난 지역을 연결해야 한다”고 보존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지역 유산을 아끼는 전문가들이 제기한 조언과 대안은 행정편의와 현재의 필요에 의해 외면되고 묻혔다. 더 씁쓸한 사실은 행정에 쓴소리를 하는 전문가들을 아예 자문이나 조언을 듣는 자리에 부르지 않는 현실일지도 모른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지난해 신창동 유적에서 ‘국립 마한역사문화센터 광주 유치 희망 선포식’을 열었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더 안타깝다. 당시 광주시는 마한역사문화센터를 유치하기 위해 신창동 유적을 십분 활용했다. 실제 전남 지역에 고분이 많으나 마한인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유물은 신창동 유적에 견줄 수 없다. 학계에서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광주시가 2022년 신창동 마한유적체험관을 건립한 맥락도 여기에 있다. 정작, 그렇게 소중하게 여기던 신창동은 지금 훼손 위기에 놓여 있다.
광주시는 신창동 유적지가 훼손되는 현실을 외면하고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민선 8기 핵심사업인 ‘영산강 Y프로젝트’ 시작점인 신창동 유적부터 황룡강으로 이어진 호가정까지 ‘걷고 싶은 역사문화유산길’을 조성하기로 했다. 신창동 유적지에 2000년 전 마한의 옛 수로도 재현할 계획이라고 한다. 유적 훼손을 방치하고 옛 모습을 재현한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각화동 2호분의 역사적인 위상은 매우 높다. 광주·전남 고대사의 뿌리인 마한이 백제에 병합되기 전 마지막 숨결이 남아 있는 고분으로 확인됐다. 각화동 2호분은 고고학계에서 광주지역 고분을 조명할 때 반드시 거론한다. 이 고분은 2012년 광주시지정 문화유산자료(문화재 자료)로 지정 예고됐으나 무산되고 말았다. 땅 주인이 돌연 매장유산 지정요구를 철회한 탓이다. 고분이 매장유산으로 지정되면 주변 지역이 건축제한 등 규제를 받기 때문에 주민이 반대한다는 이유였다. 한 동안 잊혀졌던 각화동 2호분은 2021년 형체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됐다. 해당 부지를 사들인 토지 소유주가 건물 신축을 위해 터파기 공사 중 고분을 훼손한 사실이 드러났다. 북구청은 유적 존재 여부 등을 꼼꼼히 살펴야 했음에도 건축허가를 내줘 직무를 유기했다. 만시지탄이지만 애초 토지 소유주가 문화유산자료 지정요구를 철회했을 때 이전·복원 등을 검토했더라면 유적이 파괴되는 최악의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 결국, 자치단체의 무관심과 방관으로 ‘광주의 역사’가 지워진 것이다.
신창동 국가사적 또다시 훼손 위기
내년이면 신창동 유적지는 또 한 차례 수난을 겪게 된다. 호남고속도로 동광주IC~광산IC 확장공사에 유적지 1.85㎞ 구간이 포함돼 파헤쳐질 운명이다. 2020년부터 3차례 심의를 부결·보류한 국가유산청은 국토교통부의 거듭된 확장공사 심의요청에 조건부 개발을 허용했다. 법적으로 국가사적이니 국가유산청 소관이라 해도 광주시와 광산구의 침묵은 온당치 않다. 국가사적을 보유한 지자체가 훼손을 묵인·방치했다는 오명까지 피할 수는 없다. 광주시나 광산구가 전문가들의 조언을 한 번 쯤이라도 귀담아 들었다면 이런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임영진 마한연구원장은 광주일보에 쓴 글(‘고고학자 임영진 교수가 본 마한’)에서 “고속도로 확장 때가 되면 우회는 어렵더라도 고속도로를 지하에 설치해 동강난 지역을 연결해야 한다”고 보존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지역 유산을 아끼는 전문가들이 제기한 조언과 대안은 행정편의와 현재의 필요에 의해 외면되고 묻혔다. 더 씁쓸한 사실은 행정에 쓴소리를 하는 전문가들을 아예 자문이나 조언을 듣는 자리에 부르지 않는 현실일지도 모른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지난해 신창동 유적에서 ‘국립 마한역사문화센터 광주 유치 희망 선포식’을 열었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더 안타깝다. 당시 광주시는 마한역사문화센터를 유치하기 위해 신창동 유적을 십분 활용했다. 실제 전남 지역에 고분이 많으나 마한인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유물은 신창동 유적에 견줄 수 없다. 학계에서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광주시가 2022년 신창동 마한유적체험관을 건립한 맥락도 여기에 있다. 정작, 그렇게 소중하게 여기던 신창동은 지금 훼손 위기에 놓여 있다.
광주시는 신창동 유적지가 훼손되는 현실을 외면하고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민선 8기 핵심사업인 ‘영산강 Y프로젝트’ 시작점인 신창동 유적부터 황룡강으로 이어진 호가정까지 ‘걷고 싶은 역사문화유산길’을 조성하기로 했다. 신창동 유적지에 2000년 전 마한의 옛 수로도 재현할 계획이라고 한다. 유적 훼손을 방치하고 옛 모습을 재현한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