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섭외 수천만원 쓰는 대학축제 ‘갑론을박’
2024년 08월 13일(화) 19:30
찬학교 활성화 위한 시도…조선대 뉴진스·싸이 초대 성공적 축제
반총학, 연예인 섭외 매몰…그 예산으로 캠퍼스 시설 개선 먼저

/클립아트코리아

광주지역 대학교가 축제기간에 인기 가수나 DJ등의 연예인을 섭외하기 위해 수천만원의 비용을 집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예인 초청이 ‘일회성 예산낭비’라는 비판과 ‘학교 활성화를 위한 적극적인 시도’라는 상반된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광주지역 교육단체인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시민모임)이 13일 정보공개를 통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남대는 지난해 축제비용 9900여만원 중 40.3%(4000만원)을 연예인 섭외 비용으로 사용했다.

호남대는 지난해 축제비용(9500만원)중 64.8%(6100여만원)을 비와이와 최예나 등 인기 가수를 섭외하는데 썼다. 광주교대도 지난해 총 축제비용(4850만원) 중 22.6%(1100만원)을 연예인 섭외비로 소비했다.

시민모임은 “광주지역 대학 축제 예산 중 대부분이 연예인 섭외비로 지출돼 대학이 콘서트장으로 변질됐다”면서 “연예인 섭외비는 전형적인 일회성 예산낭비”라고 지적했다.

대학 축제의 주요 콘텐츠가 ‘연예인’이 되면서 관련 업무를 용역업체나 기획사에 맡기는 학교도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 시민모임측의 설명이다.

실제 전남대 여수캠퍼스도 지난해 청경대동제 용역 입찰에서 국내 정상급 가수 및 클럽파티 DJ, 정상급 사회자 등을 섭외 조건으로 제시했다.

시민모임은 “매년 학교재원이 줄어드는 반면 연예인 섭외 비용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축제 비용은 학교가 부담하는 교비, 재학생이 낸 학생회비 등으로 충당된다는 점에서 결국 대학들의 부담만 커진다는 지적이다.

대학가에서는 축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선 연예인 섭외가 필수적이라는 의견과 대학 축제의 본질이 사라진 예산 낭비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매년 ‘대학 축제 라인업’이 SNS에 공유되고 누가 섭외되느냐에 따라 학생들의 관심도도 달라지는 만큼 대학과 학생회가 연예인 섭외에 매달리는 건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지난 5월 치러진 조선대 대동제는 5·18을 추념하는 뜻에서 그동안 5월에 대학축제를 열지 않았던 금기를 깨 논란이 됐지만, 뉴진스와 싸이 등 인기가수를 섭외하면서 ‘성공적인 축제’라는 평가를 받았다.

대학생 커뮤니티 앱 ‘에브리타임’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조선대의 경우 대동제 이후 “학생회가 일을 진짜 잘한다”, “무대 기획력과 섭외력이 빛났다”는 등 학생들의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반면 전남대의 경우 올해 봄 축제 당시 유명하지 않은 가수를 섭외하면서 “돈 아깝다. 그 돈이면 조선대에 온 가수 한 팀은 부를 수 있지 않았겠냐”며 질타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어떤 연예인을 섭외하느냐가 축제의 성패를 결정하게 된 것이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한 조선대 재학생은 SNS에 게시글을 올려 “축제에 연예인 부를 돈 있으면 공대와 체대 건물 도색하고 캠퍼스 도로 포장이나 했으면 좋겠다. 문의하니 예산 없어서 못한다고 들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축제 때문에 대학을 다니는 건 아니지 않나. 어차피 돈 쓸거면 차라리 학회나 세미나를 유치했으면 좋겠다”며 대학의 본질에 집중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학생 자치가 위축되는 가운데 대학 총학생회가 축제를 열고 연예인을 섭외하는 데 매몰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남대 커뮤니티에는 “총학은 무슨 일하는 곳이냐. 학교 기숙사에 벌레도 나오고 시설이 열악한데 총학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니냐. 그냥 축제 이벤트 준비만 하면 되는거냐”는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박고형준 시민모임 활동가는 “대학 축제가 참여·다양·진취성의 전통을 회복하길 바란다”며 “광주지역 일부 대학들은 축제 집행 예산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어, 투명한 학사운영을 위해서는 교육부의 관리·감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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