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서 고아 돌보는 할머니 이야기…기적은 포기하지 않는 마음
2024년 08월 12일(월) 19:15
정화영 작가 ‘한국안데르센상’ 대상
수상작 ‘너무 큰 소원을 말하지…’
광주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자
다큐멘터리 방송작가 활동 도움

정화영 동화작가

국제안데르센상(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은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아동문학계 노벨상이다. 19세기 덴마크의 동화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이름에서 따왔으며 국적을 떠나 아동문학에 기여를 한 기성 작가들에게 수여한다.

한국안데르센상은 안데르센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지난 2004년에 신설됐다. 국제안데르센상의 작가정신을 되새기기 위해 제정됐으며, 차세대 우수 작가가 될 신인 작가를 발굴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2024 광주일보 동화 당선자인 정화영 작가가 올해 ‘한국안데르센상’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한국안데르센상 심사위원회는 최근 심사를 갖고 정화영 작가의 ‘너무 큰 소원을 말하지 않을게’를 아동문학 창작동화부문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수상소식을 전하는 정 작가는 “얼떨떨하고 감사할 따름”이라며 “지난번 신춘문예 당선 때처럼 큰 기대 안 하고 있었는데 막상 연락을 받고 보니 정말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심사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응모작들은 이혼, 재혼, 다문화 그리고 경쟁사회에서 나타나기 마련인 어린이, 청소년들의 갈등이 부각됐다.

심사위원들은 “대상 수상작은 소재가 우선 신선하고 독자의 시선을 인류애적인 높이로 이끈다”며 “피를 나눈 가족이 아니어도 사랑으로 가족을 이룰 수 있다는 걸 보여 준데다 문장과 구성이 탄탄한 장편동화”라고 평했다.

작품은 세계 최빈국 ‘아이티’를 배경으로 한 동화다. 그곳에서 현지 고아들을 자녀로 키우며 선교하는 한국인 할머니와 자녀들 이야기를 그렸다.

한국인 엄마의 아들로 한국문화를 배우며 성장한 초등생 6년 안젤로에게 어느 날 진짜 부모가 나타나면서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벌어진다. 안젤로는 아이티 현실을 마주하며 혼란 속에서 범죄를 저지르기도 하지만 결국 엄마 품에서 희망을 찾게 된다. 한국전쟁 이후 태어나 기적을 경험하며 성장한 엄마는 안젤로와 자녀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은 진짜 기적은 포기하지 않은 마음’이라고 전한다.

정 작가는 “작품에서 엄마가 들려주는 동화를 듣고 ‘도깨비를 좋아하는 안젤로는 언젠가 한국 도깨비가 아이티로 찾아와 세 가지 소원을 말하라고 하면 뭘 대답할까?’ 고민을 한다”며 “결국 안젤로가 ‘한국 도깨비야 제발 아이티에 한번 와 줘! 내가 너무 큰 소원을 말하지 않을게 꼭 필요한 기적만 빌게!’라고 말하는 대목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은 동화작가로 활동하기 이전 오랫동안 방송작가로 활동한 경험이 모티브가 됐다. 그는 SBS 다큐멘터리를 하다가 아이티라는 나라를 처음 알게 됐다. 그때 고아를 키우며 사는 할머니 한 분을 알게 됐고, 이들의 사연은 일정 기간 발효의 과정을 거친다.

“한국인 대사도 없는 세계 최빈국에서 한국인을 대표하는 인물로 살아가는 분이었죠.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고 개인적으로 방문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곳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언젠가 이야기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특히 작품에 나오는 안젤로와 다빗이라는 이름은 실제 아는 아이들의 이름에서 빌려왔어요. 그 아이들을 떠올리며 썼습니다.”

정 작가는 신춘문예 당선 이후 불과 몇 개월 만에 큰 상을 수상한 비결로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을 빗대어 고백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동문학을 공부하며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겨우 3년밖에 안 됐지만 매일 열심히 하고 있다”며 “동화와 청소년 문학에 빠져 읽고 쓰는 요즘이 정말 행복하고 감사하다. 쓰고 싶은 작품이 아직 많이 있고 아이디어를 꺼내 생각하는 시간이 즐겁기만 하다”며 웃었다.

올 가을 동화 한 권을 비롯해 겨울에는 청소년소설 출간이 예정돼 있다. 내년에도 몇 권 계약된 게 있을 만큼 펴낼 책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방송작가를 하며 다진 내공의 힘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 느껴졌다.

정 작가는 광주, 전남과의 인연도 강조했다. 아버지가 완도 신지도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공부하며 성장했다는 것이다. “광주를 비롯한 전라도는 저에게 ‘정서적인 베이스캠프’ 같은 곳”이라는 말에서, 창작 원동력이 어디에서 연유하는지 대략 가늠이 되었다.

향후 계획을 물었더니 “계획이라기보다 새로운 작품을 늘 구상하며 쓰고 있다. 새로 쓰는 것만큼 고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그래도 퇴고를 할수록 작품이 좋아지니까 고치는 일에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마지막으로 남편에 대한 감사도 빼놓지 않았다. 현지 선교사가 오면 함께 대접하느라 애써주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좋은 동화를 쓸 수 있도록 지지해준 분들에게도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한편 시상식은 9월 초 아이코리아 강당에서 열릴 예정이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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