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하루 5분 미술관 선동기 지음
2024년 08월 09일(금) 00:00 가가
올림픽 종목에 그림 그리기가 있었다?
‘처음 만나는 그림’의 저자 선동기는 ‘그림 읽어주는 남자’로 불린다. 미술에 관한 글을 쓰고 강의를 하며 틈틈이 책을 펴낸다. 그가 운영하는 블로그 ‘레스까페’는 네이버 선정 미술 분야 파워 블로거로 7년 연속 선정될 만큼 지명도가 높다.
그는 “널리 알려진 화가들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나 낯설지만 매혹적인 화가들을 발굴하여 그들만의 독특한 그림 세계와 삶을 소개하는 것”을 낙으로 삼고 있다. 이번에 펴낸 ‘하루 5분 미술관’은 그림에 담긴 이색적인 사연들을 담고 있다. 낯설고 매혹적인 명화의 뒷이야기는 화가와 예술을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올림픽은 감동의 드라마다. 비록 올림픽이 예전만큼 인기는 못하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짜릿한 즐거움과 훈훈한 감동을 준다. 개인과 팀의 경쟁이지만 국가를 대표한다는 점에서 올림픽은 스포츠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세계 미술사를 보면 흥미로운 기록들이 적지 않다. 예전 올림픽 종목 가운데는 예술 분야가 정식 종목이었던 경우가 있었다. 올림픽을 처음 제안한 쿠베르탱은 몸과 마음 모두를 위한 경기를 생각했다. 그는 건축을 비롯해 문학, 음악, 회화, 조각의 5개 부문도 올림픽 종목에 넣었다. 다만 주제는 스포츠로 제한했다. 1912년 스톡홀름 하계 올림픽에 예술 분야가 정식으로 채택된 건 그 때문이다.
그러나 예술 종목은 1948년 런던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사라진다. 예술이 아마추어인지, 프로인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고, 프로라는 결론이 나면서다. 당시 한 개라도 매달을 획득한 나라는 23개국이었고 독일이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서 독일이 32개 메달을 가져간 것은 자국에서 열린 영향이 크다.
올림픽과 관련된 에피소드 가운데 하나가 네덜란드 국민화가 이삭 이스라엘스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어느 갑부로부터 작품 의뢰를 받고 ‘붉은 옷을 입은 기수’를 완성하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과 부딪힌다. 갑부가 그림이 섬세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작품 인수를 거부하고 돈도 지불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세상사는 빛과 어둠이 있는 법. 이 그림은 후일 1928년 암스테르담 하계 올림픽 회화에서 금메달을 수상한다.
1867년 상트페테르부르크 아카데미 졸업반이었던 크람스코이는 진부한 교육 방식에 갈등을 한다. 졸업 작품으로 신화와 농도 해방령과 관련된 황제의 업적을 다룬 그림을 그리라는 요구를 받는다. 크람스코이는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학생들과 자퇴를 선언한다. 13명이 동조한 이날의 거사를 미술사에서는 ‘14인의 반란’이라고 부른다.
크람스코이의 ‘광야의 그리스도’는 그의 대표작으로 그리스도 고행을 다룬 그림이다. 1860년대부터 그려왔지만 처음 의도와 다르게 전개되자 수직 구도 대신 수평 구도를 접목한다. “맨발의 그리스도는 밤새 올린 기도가 아직도 끝나지 않은 듯 두 손을 풀지 않고 있습니다. 밤의 찬 기운을 피할 곳도 없는 생활은 얼굴을 핼쑥하게 만들었지만 눈빛은 점점 깊어졌습니다.”
크람스코이는 이 그림에서 그리스도의 고행을 모티브로 사회에 대한 도덕성을 묻는다. 화가의 평생 기준은 도덕성이었다. 그의 진정성을 알아본 당대 문호 톨스토이는 그 작품에 대해 “내가 본 그리스도 중 최고”라고 상찬했다.
물감 때문에 화가가 죽음에 이르렀다는 흥미로운 대목도 있다. 바로크 시대 화가 카라바조는 물감의 납 중독으로 죽게 됐다는 것이다. “미술사 최고의 천재성과 악마성을 동시에 보여준” 작품으로 꼽히는 ‘베드로의 부인’은 명암대비가 또렷하다. ‘데일리 뉴스’(2010년 6월 17일자)가 ‘가디언’ 지 보도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카라바조 유골을 조사한 결과 “죽음이 그림과 관련된 납 중독일 가능성이 85%”였다는 것이다.
이밖에 ‘요절한 여성 화가 마리 바시키르체프가 바라본 세상’을 비롯해 ‘어쩌면 다 빈치가 그렸을 또 다른 ‘모나리자’ 이야기’, ‘현실보다 무시무시한 그림 속 전염병 이야기’ 등 이색적이며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북피움·2만2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올림픽은 감동의 드라마다. 비록 올림픽이 예전만큼 인기는 못하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짜릿한 즐거움과 훈훈한 감동을 준다. 개인과 팀의 경쟁이지만 국가를 대표한다는 점에서 올림픽은 스포츠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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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년 암스테르담 올림픽에서 회화 부문 금메달을 수상한 이삭 이스라엘스 작 ‘붉은 옷을 입은 기수’. |
1867년 상트페테르부르크 아카데미 졸업반이었던 크람스코이는 진부한 교육 방식에 갈등을 한다. 졸업 작품으로 신화와 농도 해방령과 관련된 황제의 업적을 다룬 그림을 그리라는 요구를 받는다. 크람스코이는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학생들과 자퇴를 선언한다. 13명이 동조한 이날의 거사를 미술사에서는 ‘14인의 반란’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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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옷을 입은 기수’(왼쪽), 톨스토이로부터 “내가 본 그리스도 중 최고'라는 상찬을 받은 크랑스코이의 '광야의 그리스도'(1872) |
크람스코이는 이 그림에서 그리스도의 고행을 모티브로 사회에 대한 도덕성을 묻는다. 화가의 평생 기준은 도덕성이었다. 그의 진정성을 알아본 당대 문호 톨스토이는 그 작품에 대해 “내가 본 그리스도 중 최고”라고 상찬했다.
물감 때문에 화가가 죽음에 이르렀다는 흥미로운 대목도 있다. 바로크 시대 화가 카라바조는 물감의 납 중독으로 죽게 됐다는 것이다. “미술사 최고의 천재성과 악마성을 동시에 보여준” 작품으로 꼽히는 ‘베드로의 부인’은 명암대비가 또렷하다. ‘데일리 뉴스’(2010년 6월 17일자)가 ‘가디언’ 지 보도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카라바조 유골을 조사한 결과 “죽음이 그림과 관련된 납 중독일 가능성이 85%”였다는 것이다.
이밖에 ‘요절한 여성 화가 마리 바시키르체프가 바라본 세상’을 비롯해 ‘어쩌면 다 빈치가 그렸을 또 다른 ‘모나리자’ 이야기’, ‘현실보다 무시무시한 그림 속 전염병 이야기’ 등 이색적이며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북피움·2만2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