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고 쾌락적인 고전 여행-금빛 종소리 - 김하나 지음
2024년 08월 09일(금) 00:00
‘읽고 쓰고 듣고 말하는 사람’ 김하나가 언젠가는 ‘책’과 관련한 글을 쓸 것이라고 생각했다. 예스 24 팟캐스트 ‘책읽아웃:김하나의 측면돌파’를 수년간 진행하며 보여준 내공이나 ‘말하기를 말하기’, 황선우와 함께 쓴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등의 저서를 통해 그가 늘 책과 함께 함을 알기 때문이다.

‘금빛 종소리:김하나의 자유롭고 쾌락적인 고전 읽기’는 긴 시간 ‘책 길라잡이’ 역할을 했던 그의 진가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여느 고전 읽기처럼 정색하지 않고, 쉽고 유쾌하게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그 안에 묵직한 주제와 생각거리가 담겨 있다. 영화, 음악, 그림, 만화 등 우리에게 좀 더 친숙한 장르가 자연스레 등장하며 이해를 돕는데, 무엇보다 책을 덮고 나면 소개된 작품을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게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저자는 “고전 읽기는 세계의 교양에 접속하는 일”이어서 때론 무겁게 느낄 수 있지만, “고전은 여름방학을 떠올리며 느긋하게 읽으면 좋은 책”이기에 부담없이 책으로의 여행을 떠나보라고 권한다. 그는 책 읽기에서 ‘100페이지의 법칙’을 언급한다. 100페이지를 읽다보면 “등장인물과 안면이 생기고, 책 속의 공간이 어느 정도 파악되고, 무엇보다 그 책의 리듬 속으로 확실히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책 읽기가 좀 수월해진다는 설명이다. 또 교훈이나 주제를 뽑아내려는 일을 접고 등장인물의 매력, 근사한 대사, 문장의 리듬감 같은 것에 몸을 담그라고 말한다. 더불어 책으로 만나는 세계의 교양이 편향될 수 있음도 주지시킨다.

그가 책에서 소개하는 소설은 모두 다섯 작품. 카를로스 푸엔테스의 ‘아우라’, 이디스 워튼의 ‘순수의 시대’,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의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맥베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시골의사’다. ‘맥베스’처럼 익숙한 책도 있지만, 낯선 책도 눈길을 끈다.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라는 인상적인 부제가 달린 ‘순수의 시대’는 “미국 중산층의 이야기를 통해 시선이라는 폭력에 대해, 인간의 가식에 대해, 경직된 가치관 속에 묶여버린 어떤 열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설이라고 소개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대사를 언급한 ‘맥베스’는 마흔이 넘어 다시 펼쳤을 때 전혀 다른 작품으로 다가왔다며 어느 짙은 밤, 위스키 한 잔 곁에 두고 다시 읽어보길 권한다. “짧고 헛헛한 것, 그림자이든가 사라져 버리는 것, 소음과 광기로 가득하나 의미는 전혀 없는 것”을 느끼게 하는 맥베스의 독백에 마음을 기울이며 말이다.

그가 “평생 본 적 없는 거대한 강, 모든 인간의 정신 속에 흐르는 드넓고 깊은 강을 상상하게 한 작품”을 다 읽고 난 감상을 가수 루시드 폴의 ‘물이 되는 꿈’ 가사로 마무리한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은 많은 이들의 독서 목록에 자리할 듯하다. <민음사·1만7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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