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고립의 섬 ‘소록도’ 역사·문화 자산 보전·활용한다
2024년 07월 21일(일) 20:30
환경부, 마스터플랜 수립 본격 착수
인권유린 현장 한센인들 아픔 공감
‘힐링·봉사의 섬’ 탈바꿈 방안 마련

소록도 <광주일보 자료사진>

평생 격리돼 살아야 했던 한센인들의 아픔과 슬픔이 배어있는 ‘섬’ 소록도(小鹿島)의 자연·역사·문화 자산을 보전하고 활용하기 위한 체계적 종합계획이 마련된다.

21일 환경부에 따르면 최근 공개 입찰로 ‘소록도 자연가치 등의 보전·활용을 위한 마스터플랜 수립 연구’ 용역을 진행할 업체를 선정, 본격적인 마스터플랜 수립에 착수했다.

한센인 치료를 위해 외부인 접근이 제한된 소록도의 경우 우수한 자연환경과 특별한 역사·문화 자산이 있어 국가적으로 보전·발전시키기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게 환경부의 용역 추진 배경이다.

자연가치를 토대로 보호지역이나 자연공존지역(OECM·보호지역 외 규제는 없지만 생태계 보전에 기여하는 지역)으로 지정해 우수 생태계는 보전하고 훼손지 복원 방안 등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생태계를 역사·문화 자산과 함께 보전·활용해 국내 도서지역에 대한 우수 모델을 마련하겠다는 구상도 엿보인다.

환경부는 이같은 점을 들어 ▲소록도 내 역사·문화·자연환경에 대한 현황 분석 ▲소록도 미래 비전 마스터플랜 수립 ▲세부 추진전략 마련 ▲복지부·문화재청 등 관계부처 협의체와 지자체·주민 협의체 구성·운영 방안 등을 종합계획 수립 과정에 담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한센인 고령화(평균 80.9세)로 인한 환자 수 급감에 따른 소록도 단·중·장기 전략 방향을 제시하고 섬의 동·식물상을 고려한 우수생태지역 공간을 구분하고 보존하는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섬을 자연공존지역·보호지역(습지·생태경관·국립공원 등)으로 지정하거나 유네스코 생물권보존지역으로 지정하는 데 따른 검토도 이뤄진다.

100년 이상의 한센인들의 역사·문화를 보전·발전시킬 수 있는 공간 기획·관리 전략도 마련된다. 한센인 격리·치료를 위해 인위적으로 조성된 부지와 한센인 감소로 방치되고 있는 건물·시설을 소록도만의 차별화된 콘텐츠로 활용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현재 한센인들을 감금하고 감금실과 검시했던 시설, 녹슨 철창살 등의 건물은 문화재로 보전되고 있다.

인권유린의 현장이면서 아픔·고립의 섬인 소록도 역사를 일반인에게 알리고 상대의 아픔을 공감하고 나의 아픔을 위로받는 힐링, 봉사의 섬으로 탈바꿈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환경부는 이 과정에서 소록도 환자의 치료, 보호, 생활권 침해가 이뤄지지 않고 일방통행식 추진이 아니라, 지역민들과의 협의 등을 통해 추진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도 담을 예정이다.

환경부가 2030년까지 보호지역과 자연공존지역을 국토 30%까지 늘리는 과정에서 추진하는 계획이라는 점을 들어 일각에서는 가뜩이나 늦춰졌던 섬 환경 개선·개발이 더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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