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와 도시브랜드 - 노희용 광주문화재단 대표이사
2024년 07월 15일(월) 21:30
광주비엔날레는 세계가 주목하는 미술축제다. 창설 30년의 시간 속에서 누적 관람객 855만명을 기록하며 지역과 세계를 잇는 현대미술 담론의 장으로 우뚝 섰다. 세계 5대 비엔날레의 위상을 당당히 거머쥔 것이다. 그 쉽지 않은 비엔날레의 역사를 광주가 이뤄냈다. 그렇다고 우리가 만족하고만 있을 일은 아닌 듯 하다. 통계가 말해 주는 것, 그리고 외부의 시선과는 다르게 평가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의 성과를 지렛대 삼아 점핑해야 할 미션이 우리 앞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광주시는 5·18 정신을 문화예술로 승화시킨 광주비엔날레를 도시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때를 같이해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 상설관 설치와 함께 비엔날레 대표 작품을 구매하거나 기증받아 ‘상설관 전시’도 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광주비엔날레를 도시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소식은 너무 반갑다. 그렇다면 광주비엔날레가 향후 어떻게 준비되고 치러져야 도시브랜드로 정착될 수 있을까.

창설 30주년을 맞는 올해 광주비엔날레(9월7~12월1일)의 주제는 ‘판소리, 모두의 울림’이다. 광주비엔날레전시관과 양림동 일대 등에서 다양한 전시로 꾸려진다. 언제나 그렇듯 광주비엔날레의 주제와 형식은 늘 탁월했지만 올핸 더욱 독보적이다. 우리 민중예술의 서사를 가진 판소리에서 확인하여 소리를 근거로 한 독창적 미학을 전시로 풀어내겠다는 거다. 대단히 한국적인 특성을 비엔날레에 녹여내겠다는 의도가 읽혀 기대심이 커지고 있는 터다. 그러나 문제는 전시주제의 구현만이 아닌 듯 하다. 전시야 잘 이뤄질 것이다. 덧붙여 이런 비엔날레를 주변부에서 어떻게 뒷받침해주느냐에 따라서 쪼그라드느냐 아니면 돋보이냐가 결정될 수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유럽의 도시 오스트리아 린츠에서는 매년 9월 예술축제가 열린다. 그 중심엔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이라는 미디어아트페스티벌이 있지만 앞서거니 뒷서거니 미술을 비롯해 음악, 연극 등 다양한 예술축제가 열린다. 그 기간 동안 린츠를 방문하게 되면 화려하면서도 볼거리 풍성한 예술축제 퍼레이드가 펼쳐지는 것이다. 도시의 방문객들이 예술적 즐거움에 휩싸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 주최는 린츠시와 미디어아트센터인 아르스일렉트로니카다. 그렇지만 이외에도 관련 대학 및 문화예술기관, 기업 등이 모두 총체적으로 힘을 합치고 각자의 역할을 다해서 이 축제를 세계 최고의 축제로 만든다. 덕분에 아르스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은 세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미디어아트페스티벌로 정평이 나 있다.

앞서 밝혔듯이 미디어아트페스티벌 전후로 음악과 미술을 비롯해 다양한 퍼포먼스 등의 예술 이벤트가 도나우강변을 중심으로 전개돼 시민은 물론 관광객의 시선을 확 끌어 모은다. 도시가 예술적 축제 도가니로 바뀌는 것이다. 한 두 기관이 나서서 하는 일이 아니다. 도시가 총체적으로 힘을 결집해 메가 이벤트로 펼쳐내는 것이다.

광주비엔날레 역시 ‘모두 함께’ 나서야 한다. 광주비엔날레를 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재단뿐만이 아니라 도시 전체가 함께 꾸려야 한다는 걸 말하고 싶다. 여기엔 거시적 관점에서의 문화적 소통과 협업이 필요하다. 광주라는 도시가 모두 나서 꾸미는 축제와 광주비엔날레재단만이 애터지게 끌고가는 축제는 사뭇 다를 것이 분명하다.

물론 광주비엔날레만이 아니다. 어떤 문화적 사안이 발생하면 관련 기관과 관계자들이 네트워크를 통한 협력으로 도시자원을 누수 없이 이끌어내 더할 나위없이 좋은 형태로 만들어내야 한다.

분절적으로 흩어져 있는 도시 자원을 한데 결집시키고 이를 효용성있게 설계해 내려면 ‘문화리더십’과 ‘문화 헤드쿼터’가 필요하다. 광주비엔날레와 도시자원은 계란의 노른자와 흰자 관계가 아닐까. 관람객이 비엔날레 전시를 맛있게 먹고 후식으로 또 맛있는 것을 골라 먹을 수 있다면, 그보다 금상첨화가 없다. 비엔날레를 중심으로 각 문화기관들이 특성있는 이벤트를 치르고 이것들이 잘 엮어질 수 있도록 몰아간다면 또 다른 멋진 광주비엔날레가 펼쳐지지 않을까. 문화리더와 헤드쿼터를 한번 작동시켜볼 만하다. 그리한다면 도시의 역량이 한데 그러모아져 광주하면 비엔날레가 떠오를 정도로 비엔날레는 광주의 브랜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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