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없으면 서울도 없다 - 김현철 전남연구원 부원장
2024년 07월 14일(일) 22:00
광주시와 전남도, 전북특별자치도는 지난 4일 7년 만에 호남권정책협의회를 열고, 지역소멸 위기에 대응한 초광역적 협력을 목표로 ‘호남권 메가시티 경제동맹’을 선언했다.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3년째인 올해 충청지방정부연합, 부산-경남 및 대구-경북 행정통합 등 수도권 일극 중심의 불균형적 쏠림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초광역단위 공동대응이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제22대 국회 출범과 동시에 전남지역 국회의원 공동 1호 법안으로 발의된 전남특별자치도 추진은 인구소멸 위기가 가장 높은 전남도의 자생적 성장기반 확보를 위한 최후의 보루라 할 수 있겠다.

다양한 형태의 지방행정체제 변화 움직임은 각 광역지자체마다 진정한 지방자치분권의 필요성에서 기인한 구체적 실행으로 읽혀진다. 본디 지방정부가 독립적, 자율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지역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함께 전 국토의 조화로운 성장을 이끄는 중요한 요소이다.

김영록 지사를 위시해 각 지자체장들도 이구동성으로 요구하고 있는 연방제 수준의 지방자치분권은 33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하리만큼 여전히 중앙집권적 성격이 강한 한국의 지방자치제에 대한 재논의와 변화를 요구한다.

중앙정부 주도의 행정구조는 지역특성에 맞춘 정책 실행의 한계와 지역의 자치권 제약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는 주 정부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 대표가 직접적으로 입법·행정 등에 참여하는 독일과 지방자치단체 대표에 의해 선출된 상원을 통해 간접적으로 국정에 참여하는 프랑스의 양원제에서 지방자치의 실질적 실현 방안을 찾아볼 수 있다. 우리와 달리 독일은 국민의 직접선거로 선출된 연방하원과 각 주의 대표로 구성된 연방상원 등 양원제로 운영되며, 연방상원은 법률 제안권이나 법률안 및 행정입법에 대한 동의권을 가지는 한편, 연방과 주 간의 정책 조정을 담당하는 등 지방의 이익 실현을 위해 강력한 견제 기능을 수행한다.

지난 2021년 지방병원의 관리·운영에 대한 연방정부의 개입 확대를 추진한 지역병원 개혁 법안의 거부나, 2023년 지역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는 ‘휘슬블로어 보호법’ 거부는 중앙정부 정책이 지역의 이익에 부합하는지가 의결의 기준이 됐던 대표적인 예이다. 결국 중앙정부 정책에 동의하지 않거나 이의를 제기하면 상·하원 대표로 구성된 중재위원회를 거치는 등 지방정부와 지역민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

단방제 국가인 프랑스 또한 지자체 대표에 의해 상원을 선출하고, 이들은 지방을 대표해 입법 절차시 지방의 이익을 대변하는 한편, 중앙정부에 대한 통제권과 공공정책에 대한 평가 권한이 부여된다. 프랑스 상원도 2024년, 중앙정부가 주도한 EU-캐나다 포괄적 경제무역협정 비준 법안에 대해 지역농업 차원의 불공정 경쟁과 식량주권 보호를 이유로 거부한 바 있다.

물론 국정 방향에 부합한 사안에 대해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지역에 맞는 자율성과 이에 따른 권한을 부여함이 되려 합리적인 견제를 통해 행정의 효율성, 더 나아가 조화로운 지역균형, 지역 주도의 국가 발전을 견인하는 첩경일 수 있다. 특히 두 나라 모두 중앙과 지방정부 간 정책 조정 등을 위한 상설기구를 통해 양측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수정안을 제시하는 등 협의체제 또한 갖춰져 있다. 이를 통해 하향식 집행 일변도인 중앙정부 정책이 지역특성에 맞게 조정되고, 지방정부 의견이 중앙정부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비록 5·16 군사정변으로 폐지되긴 했으나, 우리나라 또한 제1차 헌법개정 당시 민의원(하원), 참의원(상원) 양원제를 헌법에 최초로 규정하고, 제3차 개헌으로 양원제 국회가 제도적으로 실현된 바 있다. 이미 양원제를 경험했던 터라 실질적인 지방분권 추진을 위한 양원제 부활이나 이에 준하는 입법, 행정, 재정 측면에서의 실질적 권한 배분 및 이양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이다.

결국 진정한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서는 중앙과 지방정부의 권한을 명확히 구분하고, 이에 따른 의무와 책임을 지게 함으로써 지역의 자생적 성장을 위한 독립적인 행정을 펼칠 수 있는 변화로 지방자치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첫걸음을 내딛어야 할 것이다.

지난 6월, 26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언급된 지역소멸,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연방제 수준의 지방자치분권 실현이 공염불에 그치지 않고 현실화되길 기대해 본다.

실시간 핫뉴스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