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의 숭고함’을 되새기다 - 염세훈 동강대 학군단 9기
2024년 06월 25일(화) 22:00
낙동강은 6·25 전쟁에서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방어선이었다. 1950년 8월 4일부터 그 해 9월 18일까지 벌어진 낙동강 전투는 6·25 전쟁에서 가장 중요하고 치열한 전투로 꼽힌다.

미래 직업군인을 꿈꾸고 있는 나는 동강대학교 제 305학생군사교육단(학군단) 9기 후보생으로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1박2일의 전적지 답사에 참여했다. 이번 전적지 답사 첫 방문지는 대구 낙동강 승전기념관이었다. 낙동강 승전기념관은 ‘겨레의 얼이 살아 숨 쉬는 곳’이라는 주제로 6·25 전쟁 당시의 의미를 생생하게 담고 있었다.

1층 전시관에는 한국전쟁의 발발 배경에서부터 개전 초기상황이 자세히 설명됐다. 또 우리 국군이 최후의 방어선을 구축하고 치열하게 혈투를 벌여 승리한 후 UN군과 반격의 발판으로 삼았던 낙동강 전투를 당시 사진과 무기류, 설명 패널, 조형 등으로 일목요연하게 소개했다. 2층은 ‘끝나지 않은 전쟁, 그 폐허의 땅에서 우리는 한강의 기적을 이뤘고 한국의 역사는 기적의 역사로 다시 쓰여졌다’ 라는 주제로 전시장이 꾸며졌다.

6·25 전쟁에서 노획된 전쟁유물을 살펴보며 조국 수호의 정신을 기리고, 평화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생각해봤다. 추모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에서 6·25전쟁 때 조국 수호를 위해 산화한 호국 전사자들의 넋을 기렸다. 땅에서, 하늘에서 그리고 바다에서 조국을 지켰던 영웅들을 사진으로 만나 볼 수 있었고, 수백 개의 군번줄로 표현된 조형물이 유독 눈길을 끌었다. 전시관 3층에서는 VR로 블랙이글 체험을 했다. 블랙이글 체험은 한국 공군 특수비행 팀인 블랙이글의 일원이 돼 곡예비행을 할 수 있다. 가상체험이지만 비행기로 낙동강 방어선을 정찰해보니 꽤 흥미로웠다.

이번 전적지 답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학도병 이야기이다. 나라를 구하기 위해 계급도, 군번도 없이 책 대신 총을 들고 교정을 떠났던 학도병들. 수많은 전투 속에 학교로 돌아오지 못하고 전쟁터에서 꽃다운 청춘을 불살라야 했던 어린 학생들의 가슴 떨림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수많은 학도병 중 이우근 학도병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편지가 나의 심장을 울렸다. “나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그것도 돌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십여 명은 될 것입니다. 저는 두 명의 특공대원과 함께 수류탄이라는 무서운 폭발 무기를 던져 그들을 일순간에 죽이고 말았습니다. 어머님! 괴뢰군의 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팔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너무나 가혹한 죽음이었습니다. 아무리 적이지만 그들도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더욱이 같은 언어와 같은 피를 나눈 동족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고 무겁습니다. 어머님! 전쟁은 왜 해야 하나요. 이 복잡하고 괴로운 심정을 어머님께 알려드려야 내 마음이 가라앉을 것 같습니다. 저는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 지금 제 옆에 있는 수 많은 학우들이 죽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머님, 죽음이 무서운 것은 결코 아닙니다. 어머니랑 형제들도 다시 한 번 못 만나고 죽을 생각을 하니 죽음이 약간 두렵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살아가겠습니다. 꼭 살아서 돌아가겠습니다. 왜 제가 죽습니까. 웬일인지 문득 상추쌈을 재검스럽게 먹고 싶습니다. 그리고 옹달샘의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냉수를 벌컥벌컥 한없이 들이키고 싶습니다.”

이 편지를 읽고 나니 당시 학도병이 느꼈을 괴로움과 무서움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내가 만약 학도병이었다면 어땠을까. 내 선택이 불효가 될지 모르지만 감히 어머니께 부탁드릴 것 같다. 아들이 아닌 조국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매년 6월이면 우리는 조국 수호를 위해 목숨을 바친 희생의 숭고함을 떠올린다. 나는 최정예 부사관의 꿈을 갖고 동강대학교가 광역시권 전문대학 최초로 유치한 육군 부사관학군단(RNTC)의 일원이 됐다. 그리고 자부심을 갖고 앞으로 군 전투력 발휘의 중추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자고 굳게 다짐해왔다. 이번 전적지 답사에서 그 초심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본다.

실시간 핫뉴스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