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매력 찾기 ‘어반 스케치’- 유지혜 ‘광주어반스케치&드로잉’ 작가
2024년 06월 24일(월) 21:30
골목길을 지나거나 공원을 산책하면서 접이의자에 앉아 작은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는가? 이렇게 도시 곳곳에서 주변 풍경을 담아내는 것을 어반 스케치라고 한다. 어반스케치는 2007년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가브리엘 캄파나리오가 사진을 보고 그리는 대신 방문하는 장소를 현장에서 바로 보고 그리도록 장려하는 온라인 스토리텔링 포럼을 만들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 수원, 경주, 부산 등 많은 도시에서 어반스케쳐스 그룹이 활동하고 있다. 특히 광주에서는 2020년 2월부터 어반스케쳐스광주가 결성돼 현재로 이어지고 있다. 나는 2024년 2월부터 일원이 되어 함께 하고 있다.

나는 2023년부터 광주에 거주하게 된 새내기 광주시민이다. 주말에 남편과 함께 광주와 전남지역의 명소와 맛집을 탐방하는 재미가 쏠쏠했지만, 뭔가 아쉬움이 많았다. 여행지에서 명소를 스쳐 지나가듯이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진짜 광주의 모습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광주어반스케치&드로잉에서 주최하는 ‘동구를 스케치하다’ 전시의 작가 모집 공지를 보고 참 고민이 많았다. 사실 미술 잡지사에서 일을 했었기에, 아직 걸음마 단계인 내가 작가로 전시에 참여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기회를 놓치기엔 역사적 문화적 의미가 큰 광주 동구의 곳곳을 스케치한다는 전시 기획의도가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지난 1월 광주시립미술관 어반스케치반에서 처음 그림그리기를 시작한 뒤로 광주어반스케치&드로잉 회원으로 가입해 회원들과 함께 한 달에 한번 광주 곳곳에서 하는 정모와 매주 회원이 찍은 한 장의 사진을 선정해 그리는 주간미션에 참여하고 있다.

3월 첫 정모 때 느꼈던 설레임과 긴장감은 아직도 생생하다. 회원들이 각자의 도구를 펼치고 집중해 그림을 그리는 모습에서 열정과 열의를 느낄 수 있었다. 잘 하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에 사전답사와 연습까지 해두었지만 허둥지둥 펜스케치만 겨우 완성할 수 있었다. 마지막에 다함께 모여 그림을 들고 사진을 찍을 땐 다 같이 해냈다는 성취감으로 뭉클해지기까지 했다.

광주어반 정모를 통해 무등산 자락의 성촌마을, 산수동 문화마을, 동명동 카페거리 등 동구의 곳곳을 탐방했다. 또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2회의 워크샵과 어반스케치는 정말 귀중한 경험이었다. 5·18민주화 운동의 현장이었던 전남도청 부지에 지어진 ACC건물의 의미와 공공미술, 시설들을 도슨트 투어를 통해 생생하게 배울 수 있었다. 특히 5월 정모는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 모여 오월길을 해설사님의 설명을 들으며 함께 걷고 스케치하는 의미 있는 행사였다.

혼자서도 동구의 곳곳을 열심히 다녔다. 아직 서툴고 느리기에 한옥과 양옥이 합쳐진 독특한 인문학당을 스케치하기 위해서 3번을 다녀가기도 했고, 대인시장과 남광주시장에서 장을 보며 정겨운 모습을 담아내기도 했다. 광주에 대한 나만의 기록을 만들어 가고 있다. 낱장의 종이가 아닌 양장 제본된 작은 스케치북에 그려나가면서 시간과 이야기들이 축적된 한 권의 기록지를 만들고자 한다.

광주어반스케치&드로잉 활동과 전시 참여로 어반스케치는 여러 사람과 함께 하는 즐거움을 찾는 과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의 시간을 쪼개가며 모임을 이끌어가는 운영진들, 수업시간의 인연으로 생긴 짝꿍 선생님, 단톡방에 자신의 연습 방법을 올려주고 좋은 스케치북이나 경치 좋은 장소를 알려주시는 회원, 매일 어반스케치를 하며 그림을 공유해 주시는 열정 넘치는 회원들을 보면서 어반스케치는 함께 할 때의 시너지가 크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제4회 광주어반스케치&드로잉의 단체전 ‘동구를 스케치하다’에 참여했고, 현재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광주어반스케치&드로잉이 함께 한 ‘ACC에 반한 스케치’(7월7일까지 문화전당 문화정보원 대나무정원)전에도 작품을 출품했다.

나는 어반스케치를 통해 지금 여기서 함께 소소한 일상의 모습을 보고 그리고 나누면서, 광주가 낯선 도시에서 우리 동네로 바뀌어 가는 즐거운 여정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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