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품질관리사 김대성 기자의 ‘농사만사’] 황도 캔의 달달한 맛이 그리워진다
2024년 06월 23일(일) 17:25 가가
필자가 좋아하는 복숭아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7~8월이 제철이지만 뭐든지 빨리 내는 게(조기 출하) 요즘 추세다. 마트나 시장에 가면 발그레한 복숭아에서 풍기는 달콤한 향에 발길이 멈추기 마련이다. 무릉도원에서 신선들이 따먹었다는 복숭아는 수분이 많고 각종 영양소가 풍부해 여름철 보양식이라 할 만큼 무더위 극복에 좋은 과일이다.
복숭아는 품종에 따라 나오는 시기가 다르다. 5월 중순 출하하는 하우스 털복숭아는 우리가 익히 알고 즐겨 먹는 황도와 백도다. 수분이 많아 한입 깨물면 단맛이 확 스며오고, 과육은 새콤달콤하다.
6월 초에 나오는 천도복숭아는 매끄러운 표면에 노란 과육이 도드라진데 표면 솜털로 알레르기 걱정 없이 즐길 수 있고 새콤달콤한 맛에 단단하고 아삭한 과육이 특징이다. 6월 초나 중순 즈음 이름도 신비로운 신비 복숭아도 맛볼 수 있다. 겉모습은 천도복숭아를 닮았지만, 과육은 백도를 닮아 달콤하고 수분도 많다. 1년 중 2~3주가량만 맛볼 수 있는 귀한 품종으로 크기가 작고 하루 이틀 후숙해 먹으면 아주 달콤한 맛을 즐길 수 있다.
7월 초에 나오는 대극천 복숭아는 1년 중 일주일 정도 가장 짧게 만날 수 있는 복숭아로 유럽에서만 맛볼 수 있었던 납작이 복숭아와 딱딱이 복숭아를 교배한 품종이다. 또 7월 초에 생산되는 말랑이 복숭아는 과즙이 풍부하고 후숙할수록 말랑해지며 당도가 올라가 후숙 후 냉장 보관해 시원하게 먹으면 좋은 종류다. 반면 7월 중순 만날 수 있는 딱딱이 복숭아는 아삭한 식감에 달콤함까지 갖춰 아삭한 맛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인기가 있다.
복숭아는 색깔에 따라 백도와 황도로 나뉜다. 과육이 희고 육질이 무른 백도는 단맛이 강해 국내 재배 품종의 90%를 차지한다. 노란 과육으로 육질이 단단한 황도는 통조림 등 가공용으로 많이 쓰인다. 유기산과 비타민A만 보면 황도가 백도보다 함량이 더 높다.
그런데 필자는 사람과 품종에 따른 호불호와 상관없이 복숭아 하면 생물 복숭아보다 가공식품인 ‘황도 캔’을 떠올리게 된다. 저장성이 낮은 복숭아를 사시사철 즐기기 위해 고안됐다고 하지만, 그 실용성을 넘어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과실이기 때문이다.
황도 캔은 젊은이들에겐 호프집 사이드 안줏거리 정도로 취급되지만 많은 이들에게 달달함을 주는 추억의 먹거리다. 어르신들에게 ‘복숭아 칸즈메(간스메·통조림)’로 익숙한 이것은 한때 병문안 필수품 중 하나였다. 아이들에겐 달콤한 겨울철 간식으로 오매불망 ‘따기(개봉하기)’를 기다리는 선물 같은 존재였다. 예전에는 왜들 아프면 이걸 먹었는지 모르겠다. 복숭아의 달달한 맛이 통증을 사그라들게 하고 기운을 차리게 했기 때문일 것이다. 꾀병을 부려서라도 먹고 싶은 맛이랄까.
황도 캔은 또 비싸고 귀한 음식이라는 인식에 선물용으로 애용했던 것 같다. 어르신들은 이가 없어 부드럽고 단 것을 좋아하기 마련인데 철이 아닐 때도 먹을 수 있도록 저장성을 높이고 당도도 올린 복숭아 통조림이 선물로 제격이었다.
농사에서 과채류는 딱히 제철이 없는 철없는 과일 시대가 된 지 이미 오래다. 이에 따라 과일 통조림 등 멸균을 하고 캔에 담아 오래 두고 먹을 필요가 없어지면서 과일 통조림과 같은 가공식품의 수요가 예전과 같지 않아 판매량이 줄고 있다고 한다. 골뱅이며 깻잎, 심지어 삼겹살까지 캔에 담아 판매하는 시대인데 세월의 흐름에 따른 과일 캔의 선호 변화는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사시사철 맛난 과일이 지천인 세상임에도 할머니가 슬쩍 건넨 통조림 속 황도 한 조각의 달콤함이 그리워지는 이유는 뭘까.
/bigkim@kwangju.co.kr
6월 초에 나오는 천도복숭아는 매끄러운 표면에 노란 과육이 도드라진데 표면 솜털로 알레르기 걱정 없이 즐길 수 있고 새콤달콤한 맛에 단단하고 아삭한 과육이 특징이다. 6월 초나 중순 즈음 이름도 신비로운 신비 복숭아도 맛볼 수 있다. 겉모습은 천도복숭아를 닮았지만, 과육은 백도를 닮아 달콤하고 수분도 많다. 1년 중 2~3주가량만 맛볼 수 있는 귀한 품종으로 크기가 작고 하루 이틀 후숙해 먹으면 아주 달콤한 맛을 즐길 수 있다.
그런데 필자는 사람과 품종에 따른 호불호와 상관없이 복숭아 하면 생물 복숭아보다 가공식품인 ‘황도 캔’을 떠올리게 된다. 저장성이 낮은 복숭아를 사시사철 즐기기 위해 고안됐다고 하지만, 그 실용성을 넘어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과실이기 때문이다.
황도 캔은 젊은이들에겐 호프집 사이드 안줏거리 정도로 취급되지만 많은 이들에게 달달함을 주는 추억의 먹거리다. 어르신들에게 ‘복숭아 칸즈메(간스메·통조림)’로 익숙한 이것은 한때 병문안 필수품 중 하나였다. 아이들에겐 달콤한 겨울철 간식으로 오매불망 ‘따기(개봉하기)’를 기다리는 선물 같은 존재였다. 예전에는 왜들 아프면 이걸 먹었는지 모르겠다. 복숭아의 달달한 맛이 통증을 사그라들게 하고 기운을 차리게 했기 때문일 것이다. 꾀병을 부려서라도 먹고 싶은 맛이랄까.
황도 캔은 또 비싸고 귀한 음식이라는 인식에 선물용으로 애용했던 것 같다. 어르신들은 이가 없어 부드럽고 단 것을 좋아하기 마련인데 철이 아닐 때도 먹을 수 있도록 저장성을 높이고 당도도 올린 복숭아 통조림이 선물로 제격이었다.
농사에서 과채류는 딱히 제철이 없는 철없는 과일 시대가 된 지 이미 오래다. 이에 따라 과일 통조림 등 멸균을 하고 캔에 담아 오래 두고 먹을 필요가 없어지면서 과일 통조림과 같은 가공식품의 수요가 예전과 같지 않아 판매량이 줄고 있다고 한다. 골뱅이며 깻잎, 심지어 삼겹살까지 캔에 담아 판매하는 시대인데 세월의 흐름에 따른 과일 캔의 선호 변화는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사시사철 맛난 과일이 지천인 세상임에도 할머니가 슬쩍 건넨 통조림 속 황도 한 조각의 달콤함이 그리워지는 이유는 뭘까.
/big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