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자원으로 ‘문화적 결혼’을 제안하다- 천 혜 원 광주 미로센터 운영기획팀장
2024년 06월 18일(화) 00:00
광주 동구 미로센터에 근무하는 필자는 2022년 6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작은 숲에서 진행된 시조카의 결혼식을 경험하고 예식 공간에 대한 상식적 틀로부터 자유로운 발상과 동시에 오로지 예식의 주체는 신랑 신부 그리고 그들의 직계 가족이라는 생각으로부터 벗어나 결혼의 대안적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고민하게 되었다. 태생이 미국이라 한국말이 서툰 한국계 신랑과 미국 시민권자인 멕시코계 신부의 결혼식은 동서양의 문화가 혼재된 가운데 ‘결혼’에 대해 마음먹었던 순간으로부터 시작된 예식의 장을 그들만의 독창적인 기획으로 영원히 기억되는 스토리가 담긴 시간과 공간으로 계획하여 하객이 아닌 결혼 구성원으로 함께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버진로드’라는 루틴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울창한 숲속 오후 2시 햇살 아래 경건함과 엄숙함 속에 진행된 웨딩 세리모니를 시작으로 2부 페어링 파티와 3부 디너 파티가 끝나도록 결혼식에 초청된 100여 명의 하객은 단 한 사람의 이탈도 없이 마지막 순간까지 결혼식에 온전히 함께 했다. 특히 한국의 결혼문화에서도 사라져가는 ‘폐백’ 의식을 약식이 아닌 전 과정을 모든 하객이 함께하는 가운데 진행함으로써 한국 전통 결혼문화의 상징적 의미를 통해 두 사람이 하나 되어 가는 첫날의 가치를 충분히 담아 내었다.

동시대 같은 세대의 다른 결혼방식을 경험하고 우리나라 결혼문화의 본질적 가치의 회복과 대안적 결혼 방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르자 예식 일정의 여유롭지 않은 시간과 과도하게 장식되고 다소 권위적인 예식 공간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그리고 온전히 결혼식의 모든 과정에 하객이 아닌 결혼 구성원으로서 함께하는 가운데 문화적으로 결혼 방식이 변화되는 첫 시도로써 지역의 공간과 자원이 토대가 되는 ‘엣지 웨딩(edge wedding)’을 기획하였다.

‘엣지 웨딩(edge wedding)’은 사물인터넷 기기의 확산으로 과도화 된 데이터량을 중앙집중 서버가 아닌 분산된 소형 서버와 다른 기기를 통해 데이터를 처리하는 탈권위적 서비스 방식인 엣지 컴퓨팅(edge computing) 개념을 차용하여 결혼 문화의 대안으로써 ‘상호 보완적 닮음’이라는 의미론적 결을 내포하며 일반적으로 쓰이는 ‘밋밋하지 않고 강렬한’, ‘멋진’을 의미하는 중의적 의미가 담겨있다.

아울러 엣지 웨딩의 문화적 매개 자원으로 ‘공예’와 ‘결혼’의 결합을 통해 일반적이고 관습적인 예식의 틀을 벗어나 지역 공예가들과 지역민들의 협업으로 ‘공예적 결혼’에 함께할 웨딩 오브제와 웨딩 레지스트리 등 문화적 결혼 프로토타입을 개발하여 지난해 9월 미로센터에서 ‘공예-인연을 만나다’ 전시회를 선보였다. 지난 6월 1일(토)에는 공모를 통해 신랑·신부 한 쌍을 선정하여 공예적 결혼식을 진행했다.

예로부터 공예품은 일상생활에서 쓰임을 위한 도구로써 뿐만 아니라 오브제 자체로서 가치와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미로센터에서 진행한 ‘공예적 결혼 프로젝트’는 공예가들 관점으로 새롭게 해석한 ‘공예-결혼’ , ‘공예 한 상’과 ‘레지스트리(축하선물)’ 등 다양한 공예적 제안이 관계 미학적 스토리로 오늘날의 결혼문화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결혼문화를 공예적 해석을 통해 제시한 전시와 예식의 현장이 전통적인 아름다움과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진 가운데 여유와 정성이 듬뿍 담긴 ‘공예-결혼’의 실험적 관계 설정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시사해 주었다.

지역 공예자원와 지역 산업으로써 웨딩 자원이 ‘인연’을 맺고 결합해 가는 과정에서 지역 창조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공예-결혼’ 의 관계 미학적 스토리를 전시와 예식으로 제안한 ‘문화적 결혼 모델’을 통해 가치 중심적 소비를 지향하는 결혼 적령기 세대에게 관행적이고 과도한 소비 중심적 결혼문화 대신 새로운 대안적 결혼문화를 지속적으로 제안한다.

더불어 ‘공공 공간’의 공간 활용에 대한 탄력적 시스템 구축을 통해 시민들이 주도하는 생활문화가 다양하게 소비되는 공간으로 기능이 확대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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