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이제는 이행이다 - 김종일 전남연구원 탄소중립지원센터장
2024년 06월 02일(일) 21:30
6월 초순인데 완연한 여름 날씨다. 지난달 20일 여수를 비롯해 강진, 완도 등지에서는 각각 5월 최고기온을 보였다고 한다. 앞서 석가탄신일(5월 15일)에는 설악산에 40㎝ 눈이 쌓여 관측 이래 첫 5월 중순 대설 특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올 겨울과 봄에는 이례적인 잦은 비로 ‘겨울 장마’라는 말까지 나왔다.

덕분에 댐과 저수지는 물이 가득 차 가뭄 걱정은 덜었지만 다가올 여름철 집중호우에 대비해 오히려 수위를 조절하고 있는 형편이다. 반면 일조량 부족으로 과일, 채소 등 농업 피해가 심각하고 농산물 생산량이 급감해 가격이 치솟는 ‘기후 플레이션’이 현실화하고 있다.

지구 전체로는 2023년이 역사상 가장 따뜻한 해로 기록되었고 지표면 평균기온이 11개월 연속 가장 따뜻한 달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12개월(2023년 5월~2024년 4월) 동안 세계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1850~1900년)의 평균보다 1.61℃ 높아 국제사회가 1.5℃ 이내로 제한하기로 한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금세기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최소 2.5℃ 이상 상승할 것이라는 세계의 기후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지금까지 발생한 것보다 강도와 빈도가 훨씬 더 강력한 폭염, 산불, 홍수, 폭풍으로 인해 기근, 분쟁, 대량 이주가 발생하는 재앙적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인류가 심각한 기후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공통된 견해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후변화를 완화하고 또 적응해야 하는 두 가지 측면의 당면 과제가 있다. 기후변화 완화는 기후변화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이산화탄소, 메탄 등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줄이는 것을 말한다. 국제사회는 유엔 기후변화 협약을 체결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줄이고 흡수량은 늘려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더 이상 증가하지 않도록 하는 ‘탄소중립’ 또는 ‘넷 제로’(Net Zero) 이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크게 줄어 탄소중립 또는 ‘넷 제로’ 상태가 되더라도 배출된 온실가스 때문에 지구 전체의 기후변화는 상당한 기간 지속되고 그에 따른 기상재해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기후변화에 대응해 국토관리, 농수산업, 산업 및 에너지, 건강, 생태계 등 각 분야에서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거나 새로운 기회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기후변화 적응이다.

국제사회는 이에 대응해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도입을 통해서 탄소규제를 강화하고 기후공시 의무화에 이어 미국의 청정경쟁법(CCA) 도입도 추진 중이다. 이제 탄소장벽이 기업의 존립은 물론이고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되었다.

중앙정부는 국제사회의 움직임과 기후변화 완화 및 적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을 제정하고, 지난해 4월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최근에는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가 국가 기본계획과 연계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각 지역의 여건 및 특성을 반영한 시·도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기본계획은 법령과 지침에 따라 이행 사항을 매년 점검하고 지방 및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기본계획의 수립과 이행을 제도화한 것이다.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2050 탄소중립 비전은 지금까지 해 온 방식만으로는 달성하기에 역부족하다. 일상생활, 생산 및 소비, 지역개발 방식들을 바꿔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부합한 방식으로 국가와 지역의 사회·경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탄소중립은 후손들을 위한 현세대의 최소한의 책무다. 이제는 이행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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