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현장감과 울림을 담은 ‘디카시’의 매력
2024년 06월 02일(일) 18:05
무등디카시촌 ‘디카시의 울림’ 7일~13일 광주학생교육문화회관
30여 명 시인들 작품 전시...“보고 듣고 울림을 느낄 수 있었으면”

김방순 작 ‘울림’

스마트폰 일상화와 맞물려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예술 장르가 바로 ‘디카 시(詩)’다. 디지털카메라나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과 시를 접목한 디카시는 누구나 감성을 담은 시를 선보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화자의 감성을 응축해 담기 때문에 간결함과 현장감이 두드러진다. 특히 sns 등을 매개로 쌍방향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은 디카시가 지닌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디카시가 전하는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전시가 열릴 예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무등디카시촌(회장 조필)은 오는 7일부터 13일까지 광주학생교육문화회관 전시관서 작품전을 연다. ‘디카시의 울림’울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울림을 찾아가는 디카시의 여정에 초점을 맞췄다. 모두 30여 명의 시인들이 참여했으며 광주디카시인협회가 주관하며 광주문화재단이 후원한다.

울림은 소리로 들려오는 외부적인 음향뿐 아니라 내면에서 번져오는 느낌을 포괄한다. 디카시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울림은 사물과 대상을 보는 이의 내면에 따라 다르지만 작품을 바라보는 관람객 관점에 따라서도 각기 상이하다.

오종희 작 ‘담대하게 가라’
조필 회장은 “보지 않으면 만날 수 없고 만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며 “존재하는 모든 것은 만나야 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고 전했다.

이어 “디카시는 언어예술이라는 기존 시의 카테고리를 영상과 문자의 멀티 언어로 확장한 것”이라며 “이번 전시가 더 많은 독자와 소통의 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출품한 작품들의 소재와 영상도 다채롭다. 전시에서는 위혜숙의 ‘청어의 화주’, 김형순의 ‘어머니의 단상’, 강영준의 ‘그네의 유배지’, 김성룡의 ‘별천지’, 변태섭의 ‘나비 당신’, 오종희의 ‘담대하게 가라’, 이선근의 ‘우주의 소리’, 조형연의 ‘속마음’, 조형연의 ‘붉은 문’ 등을 만날 수 있다.

김방순의 ‘울림’은 성당을 배경으로 놓인 기타를 초점화한 작품이다. “청량한 바람 소리/ 지저귀는 새소리// 내 마음 숲 속에 번지는 맑은 소리/…당신!” 시인은 바람과 새 소리보다 마음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의 실체에 주목한다. 그것은 다름아닌 ‘당신’으로 인한 울림이다. 당신은 절대자일 수도 있고 특정인일 수도 있다. ‘당신’에 누구를 대입해도 무방한 것은 울림 요인은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강영준 작 ‘그네의 유배지’
김영준 시인의 ‘그네의 유배지’는 휴가철이 지난 한적한 바닷가에 세워진 그네를 노래한 작품이다. 청명한 하늘과 푸른 바다, 모든 것이 완벽한 풍경이지만 외로움과 쓸쓸함이 묻어난다. “한철 지나고 나면/ 쇠줄 같은 그리움// 드문드문 무심한 인기척에/ 사무치는 고독// 파도가 대신 울어줍니다” 시는 모두가 떠난 뒤 홀로 남겨진 그네를 마치 ‘유배’된 이의 심상에 비유했다. 누구나 한번쯤 느낄 수 있는 단절, 절정의 시기가 지난 후의 외로움을 그네에 빗대 표현이다.

변태섭 작 ‘나비 당신’
이밖에 검정고무신과 흰고무신 두켤레를 나란히 담은 변태섭의 ‘나비 당신’이 환기하는 부부의 인연, 인생의 시난고난한 길을 꿋꿋하게 걸어가라고 노래하는 오종희의 ‘담대하게 가라’, 가짜 열쇠를 채워 놓은 것인데 지레 포기하는 이를 향해 ‘바보’라고 말하는 조형연의 ‘속마음’도 잔잔한 울림을 준다.

한편 무등디카시촌은 문학애호가, 시인 등으로 구성된 단체로 회원 정기전을 비롯해 5·18 청소년 디카시 공모전 등을 개최해 왔다. 인문학 강좌도 진행하고 있으며 향후 디카시 계간지 발간, 디카시 전국 네트워크화도 구상 중이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실시간 핫뉴스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